함박눈과 함께 본격적인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12월은 공연계로서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1년 동안 한 번도 ‘문화 생활’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한 번쯤은 공연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시기가 바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송년회 문화가 문화 회식으로 대체되고 있는 점도 공연계로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2월에는 대개 문외한도 알 만한 유명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대표적인 것이 <호두까기 인형>이다. 발레는 몰라도 <호두까기 인형>은 알 정도로 이 작품은 오래 전부터 연말 시즌의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다. 각 무용단에서도 한 해 레퍼토리의 마지막은 으레 <호두까기 인형>으로 정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 공연에 총력을 기울인다. 오랫동안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각축장이었던 이 ‘호두 전쟁’은 몇 해 전부터 서울발레시어터가 가세해 3파전의 양상을 띠게 됐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작품 중 각국 민속춤 장면에 장구와 소고를 연주하는 한국춤을 등장시키는 이색적인 변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이원국 발레단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로 해, 관객들은 이번 시즌 총 4개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수익률이 높은 보험이 된 <호두까기 인형>은 그동안 파생 상품도 많았다. 몇 해 전 공연된 <시르크 넛>이 대표적이다. 발레와 서커스를 결합해 ‘발레 아트 서커스’라는 컨셉을 선보인 이 공연은 <호두까기 인형> 특유의 화려한 발레와 <태양의 서커스>의 아찔한 곡예를 결합해 어린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난타>의 송승환 프로듀서도 어린이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비슷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매년 올라오는 공연이라 진부해질 만도 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이처럼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그 저력을 어김없이 입증하고 있다.
국립무용단 <묵향>
1993년 초연됐던 <군자무>를 재창작한 <묵향(墨香)>은 그 제목처럼 사군자를 소재로 정결한 선비 정신을 수묵화처럼 담아낸다. 춤과 의상, 음악 등 작품을 이루는 요소들은 전부 전통 양식 그대로이지만, 묘하게도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시작과 끝, 매·난·국·죽의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사군자가 상징하는 사계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을 그린다. 그동안 여성 무용수가 주를 이룬 한국춤에서 남성들의 춤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국립무용단과 협업해온 디자이너 정구호가 제일모직을 퇴사하고 연출가로 데뷔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2월 6일~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현대무용단 <춤이 말하다 - Cross Cut>
춤의 각 장르를 대표하는 무용가들이 한 무대에 올라 해당 분야의 춤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렉처 퍼포먼스’ 공연이다. 출연진은 김운태(한국무용), 이나현·이선태(현대무용), 김주원·김지영(발레), 디퍼·안지석(스트리트 댄스) 등 총 7명이다. 이 특별한 컨셉의 공연은 ‘현대무용이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했다. 다른 장르와 달리 대중에게 친근감을 주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무용을 근본적으로 고민해보자는 데서 비롯된 기획이다. 공연은 이런 고민을 담아 각 무용가들이 느끼는 ‘현대성’과 ‘동시대성’을 관객과 나누게 하며 현대무용(컨템포러리 댄스)의 현주소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12월 8일~15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3호 2013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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