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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몸으로 느끼는 춤의 매력 [No.122]

글 |송준호 2013-11-27 3,667

태어나서 한 번도 그림을 본 적이 없는 광부들과 마주한 강사는 이들에게 어떻게 미술을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이윽고 그는 이들에게 직접 그림을 그려보게 하며 미술의 길로 인도한다. 전혀 다른 세계의 것이었던 예술은 그렇게 광부들의 삶 속에 시나브로 녹아든다. 연극 <광부화가들>이 말하는 예술은 이처럼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바꾸는 친숙한 도구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플하고 명쾌한 통찰이 담긴 대답인 셈이다.

 

무용이 대중적으로 폭넓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보는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듯이, ‘보는 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제한돼 있다. 광부들이 체험하면서 예술을 이해했던 것처럼, 결국 춤도 몸으로 느낄 때 그 생동감을 맛볼 수 있다. 최근 시댄스나 기타 무용 단체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는 커뮤니티 댄스는 이런 취지에서 등장한 것이다. 광장이나 체육관, 대공연장 같은 넓은 공간에서 시도되는 커뮤니티 댄스는 대중이 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멍석’이 된다.

 

커뮤니티 아트의 핵심 코드는 ‘참여’다. 그간 예술가들이 표현한 ‘쉽고 재미있는 예술’은 대개 그네들의 머릿속에서만 유효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은 아니었다. 그래서 대중이 참여해서 체험할 수 있는 차원의 예술을 만드는 것이 무용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와 관련해 최근 학술연구팀까지 만들었다. 추상적이고 난해한 몸짓으로만 여겨지는 현대무용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시대 예술로서의 춤을 고민해보겠다는 의지다. 무용단은 이를 바탕으로 초연작 <11분>을 커뮤니티 댄스로 만들 계획이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선보인 차진엽의 <로튼 애플>은 참여에 관한 대중의 갈증을 채워주는 컨셉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면을 쓴 채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람하는 공연에서 관객은 욕망과 죄의식에 몸부림치는 무용수들의 제의에 자연스레 동참했다. 그들과 몸을 부딪치고 포옹하며 어느 때보다 높은 몰입도를 보여준 관객들은 어느새 작품의 일부가 돼 있었다.

 

제34회 서울무용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이어 가을 무용축제의 마지막을 서울무용제가 장식한다. 이 행사는 우수한 창작춤 배출을 목표로 1979년부터 이어진 국내 최고(最古)의 경연대회다. 무용계 선후배가 어울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 등 전 장르가 한자리서 만나는 축제의 성격을 지닌다. 올해 경연 부문에는 김혜림 춤미르 댄스시어터 등 8개 단체가 참가하며, 차기 무용제 경연 기회를 주는 자유참가단체 부문에도 6개 단체가 참여한다. 이와 함께 한국무용협회가 지정한 다섯 편의 명작무와 제32회 대상 단체인 이혜경&이즈음 무용단의 초청 공연도 열려 풍성한 볼거리를 더한다.
10월 29일~11월 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BNE <그리또>, <스위트 세비야>
플라멩코로 대표되는 스페인의 풍요로운 춤 유산을 계승한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Ballet Nacional de Espana, 이하 BNE)이 한국에 온다. 1978년 창단된 BNE는 현대무용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페인 국립 무용단과 함께 수많은 대가와 스타 무용수들을 배출해낸 세계적인 무용단이다. 2011년 처음 내한해 한국 관객들에게 플라멩코의 진수를 보여줬던 BNE는 이번에 플라멩코의 거장 안토니오 까날레스가 안무한 <그리또(Grito)>와 예술감독인 안토니오 나하로가 안무한 <스위트 세비야(Suite Sevilla)>를 통해 스페인 춤의 관능미와 현란함 스텝을 선보일 예정이다.
11월 6~10일 LG아트센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2호 2013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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