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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죽음을 그리는 새로운 몸짓 [No.121]

글 |송준호 2013-11-07 3,654

남녀노소 누구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문제가 ‘죽음’이지만, 장기화된 불황 속에서 행복한 삶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역설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웰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웰다잉’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현실을 상징적으로 반영해온 문화 예술에서 죽음은 이미 익숙한 소재다. 특히 무용에서는 사랑과 함께 가장 자주 다루는 ‘인기 소재’이기도 하다. 동시대를 가장 민감하게 비출 수 있는 현대무용에서는 정치적, 사회적 죽음의 문제를 끌어들여 공감을 유도하곤 한다. 올해도 <예스터데이>를 비롯해 생로병사를 다룬 작품들이 다수 소개된 바 있다. 국내에서 공연되는 대부분의 발레는 그 동화적인 성격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작품에서 죽음의 문제와 맞닥뜨리고 있다. 굿을 춤의 원형으로 삼고 있는 한국 춤에서는 삶보다 오히려 죽음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작품 안에 끌어들인다.

 

무용이 이렇듯 죽음을 빈번하게 활용하는 까닭은 대개 그 소재가 주는 비극성에 있다. 대사 없이 전개되는 춤의 특성상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데는 죽음의 위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의 작품들이 이를 관습적으로 활용해온 탓에 그 효력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얼마 전 공연된 국립무용단의 <신들의 만찬>은 죽음에 대한 참신한 접근으로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망자의 저승행 여정과 산 자의 굿판을 병치해 전개하는 이 작품은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전제하고 있다. 이승을 어둡고 슬픈 공간으로, 저승을 밝고 신나는 공간으로 그리는 작품은 기존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가볍게 뒤집는다. 무당의 역동적인 몸짓이 관객들을 홀려 공연장 전체를 굿판으로 만든 작품은 ‘죽음은 삶의 일부’라는 공공연한 사실을 다시 주지시키면서 박수를 이끌어냈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죽음의 신들이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 공연은, 무용에서도 뮤지컬 <엘리자벳>의 토드처럼 매력적인 죽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립무용단 <춤, 춘향>

2006년 국가 브랜드 공연으로 선정돼 재공연마다 업그레이드를 거듭해 완성된 <춤, 춘향>이 새로운 버전으로 돌아온다. 한국 전통의 색감을 가장 감각적으로 표현해 찬사를 이끈 의상과 무대는 올해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와 드라마 <황진이>의 의상을 맡았던 김혜순 한복 디자이너가 가세해 더욱 세련된 한국의 미를 선보인다. 배정혜 안무가가 2001년 『춘향전』을 춤으로 엮어 선보인 무용극 <춘당춘색고금동>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이듬해 한태숙 연출가와 김태근 작곡가가 참여하며 지금의 <춤, 춘향>으로 발전시켰다. 한국적 미를 가장 화려하게 보여주는 춤과 의상, 무대의 어우러짐에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레 모아진다.
10월 17일, 19일, 2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피핑 톰 무용단 <반덴브란덴가 32번지>

연초부터 하반기 최대의 화제작으로 꼽혀온 <반덴브란덴가 32번지>가 드디어 한국에 들어온다. 현재 세계 현대무용의 메카로 자리 잡은 벨기에에서도 가장 ‘핫한’ 피핑 탐 무용단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1982)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 눈보라 치는 겨울, 산 중턱의 트레일러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뿌리와 가족, 문화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스트라빈스키, 바흐,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한국을 포함한 6명의 다국적 무용수와 메조소프라노가 출연한다. 공연 도중 무용수 정훈목이 열창하는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이 이색적인 재미를 준다.
11월 2일~3일 LG아트센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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