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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I> 정동길에서 만나는 뜻밖의 선물 [No.121]

글 |김나볏(뉴스토마토 공연 담당 기자 사진제공 |정동극장 2013-11-06 3,538

덕수궁 대한문에서 신문로까지 이어지는 정동길은 서울시내에서 가을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구한말 한양의 고즈넉한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 길 한복판에 미국대사관과 정동교회가 있고, 그 사이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를 계승하고자 설립된 정동극장이 자리 잡고 있다. 아름다운 이곳에서 매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현욱 정동극장장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은 “세월의 흐름이 비껴 간 것 같은 공간”이자 “사계절만이 그 안에서 뚜렷한 색채를 지니고 있는 공간”이다.

 

걷고 싶은 길, 듣고 싶은 음악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이 서린 흔치 않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지 정동극장은 그동안 주로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문화관광 상품’ 공연을 담당해왔다. 그런 정동극장이 모처럼 긴 침묵을 깨기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동길을 걷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공연 프로젝트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I>이 그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무대를 세울 공간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정현욱 극장장이 1년 내내 상설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기존의 400석 극장 공간으로부터 눈을 돌려 점 찍은 곳은 바로 정동길과 맞닿아 있는 극장 앞, 야외공간이다.

 

첫 번째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는 ‘걷고 싶은 정동길에서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다’는 컨셉로 진행된다. 길 가는 시민들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쉽고도 적확한 컨셉이다. 재즈, 탱고, 국악, 클래식, 뮤지컬,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유명 아티스트들이 연주한다. 대금과 소금 전문연주가 한충은과 재즈 앙상블의 협연 무대가 펼쳐지는가 하면 투빅(2BiC)과 조영수 작곡가가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한다. 이밖에 ‘김창완밴드’의 어쿠스틱 버전 공연, 클래식재즈피아니스트 조재혁과 바리톤 서정학의 무대, 기타리스트 박주원, 가수 김그림의 공연도 마련돼 있다. 잘 나가는 EMK뮤지컬컴퍼니 소속 뮤지컬 배우들도 정동극장 야외무대를 찾을 예정이다. 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인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앙상블’의 경우 연주자와 관람자가 ‘상호 힐링’ 하는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17일부터 11월 9일까지 4주간 목금토 총 15회에 걸쳐 저녁 1시간, 낮 30분 동안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전부 무료로 진행된다.

 

정동극장의 가히 파격적인 외도는 신임 극장장이 취임한 지 100일 만에 이뤄졌다.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I>을 “취임 후 첫 파일럿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정 극장장은 “정동극장이 외국 관광객에게 특화된 극장이다 보니 일반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별로 없었다”며 정동극장에 대한 그간의 관전평을 내놨다. 특히 취임 이후 출퇴근길에 정동길을 오가며 만난 일반 시민들의 모습이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바라봤을 때 이 공간은 주중에는 회사원들, 주말에는 가족이나 연인들이 나들이 나오는 길입니다. 특히 주중 같은 경우는 근방의 회사원들이 식사하러 나오는, 굉장히 일상적인 공간이에요. 시민들에게 일상에 자극, 기쁨, 행복, 활력을 제공할 공연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I>를 떠올리게 됐죠.”

 

작은 공간을 채울 유명 아티스트

 

정 극장장은 ‘공간이 작다’며 누차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출연하는 예술가에 관해서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편하게 보는 콘셉트의 무대라지만 출연진만큼은 이런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아티스트로 구성했어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예술로서 최소한의 격을 지켜 줄 수 있는 분들을 섭외했죠. 굉장히 작지만 내용상으로는 풍성한 그런 무대가 될 것입니다.” 정동극장 공연기획팀의 신예진 과장은 “실제 출연진의 면면을 보면 어느 정도 규모 있는 무대에 서는 음악가들”이라면서 “섭외가 쉽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여러 아티스트들을 상대로 이번 공연의 취지를 알리고 정동길과 정동극장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난한 설득 과정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섭외 과정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것은 다름 아닌 정동길이라는 공간 자체였다. 각각의 아티스트마다 품고 있는 정동길에 대한 이미지나 기억, 추억 등이 섭외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우선적으로 공연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지만 중간 중간 특별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코드를 공연의 도입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점심시간, 출퇴근 시간에 직장인들이 흔히들 들고 다니는 커피가 특별 이벤트의 주인공이다. 공연 시작 전 10~15분 정도에 걸쳐 전문 바리스타들이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커피 관련 책을 소개하는 한편 무료로 커피도 제공한다. 극장 측은 앞으로 와인, 초콜릿을 비롯한 기호식품 외에 특정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벤트 아이템을 무한히 확장할 계획이다.

 

정동극장은 여느 일회성 행사와 다르게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I>를 콘서트 시리즈나 작은 음악축제처럼 극장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내년에는 봄, 여름, 가을 등 산책할 만한 계절을 주기 삼아 확장 운영할 계획이다. 음악 외에 미술, 연극 등 장르를 다변화하고 유명 아티스트 외에 새롭게 발굴한 아티스트에게도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무대로 자리 잡게 하는 게 최종 목표다. 정 극장장은 “지금은 정동극장이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또 다른 활력을 찾아서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끌벅적하기만 한 축제가 아닌 정동길의 고즈넉한 풍경에 녹아드는 작은 무대, 작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화려함을 지양하고 소박함을 앞세울 예정이다. 극장 앞 정원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 MR 대신 간단한 앙상블 세션을 곁들이고, 조명은 색채만 더하는 조경 수준으로 간다.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I>는 정동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사람들, 또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정동극장이 주는 선물 같은 공연이 되길 꿈꾸고 있다. 무르익어 가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공연예술을 통해 기쁨과 위안을 받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동극장의 올해 남은 예산을 10~11월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 탈탈 털어 넣었다고 하니 올 가을 정동극장의 변신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마지막에 내뱉은 정 극장장의 말이 더욱 미덥다. “우리로서는 큰 공연이지만, 어떡하나. 하고 싶은 걸.” 정동극장의 대변신은 내달 17일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무대로 시작된다.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I 일정

 

10월
17일(목) 18시 40분 박주원
18일(금) 18시 40분 김그림
19일(토) 14시 한충은
22일(화) 12시 20분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앙상블
24일(목) 12시 20분 살롱드 오수경 / 18시 40분 벨맨(노르웨이)
25일(금) 18시 40분 조재혁
26일(토) 14시 라벤타나
31일(목) 12시 20분 키미건 프로젝트 그룹 / 18시 40분 게릴라 스테이지(협의 중)

 

11월
1일(금) 12시 20분 김승대, 임혜영(예정) / 18시 40분 투빅, 조영수
2일(토) 14시 아티스트 협의 중
8일(금) 12시 20분 블루파프리카 / 18시 40분 김창완 밴드
9일(토) 14시 서정학(협의 중)

 

* 일부 프로그램이 아티스트의 일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문의 02) 751-150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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