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한동안 남용되던 ‘한류’나 ‘월드 스타’라는 표현의 진정한 의미를 싸이가 보여준 해였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유튜브 영상을 클릭했고 말춤을 따라했다. 이런 싸이의 성공이 의미 있는 것은 그의 개인적인 성취보다도 전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류라고 할 수 있다.
장르의 성격상 상대적으로 파급력은 낮지만 무용에서도 ‘월드급’의 스타는 있었다. 전위적인 퍼포먼스로 한국 현대무용의 영역을 확장한 ‘구도의 춤꾼’ 홍신자가 대표적이다. 또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안무, 그리고 민머리로 잘 알려진 안은미도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무용가다. 이들 이후로는 강수진, 김용걸, 강예나, 김지영 등 주로 발레 무용수들이 해외 활동을 통해 한국 춤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직업의 특성상 일찍 정년을 맞는 무용계에서는 이들을 이을 스타 무용수의 부재를 염려해왔다. 무용과 같은 순수예술에서 스타는 대중과의 접점 같은 존재여서 새로운 스타의 출현이나 양성은 풀어야 할 과제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뛰어난 신성들이 잇따라 존재감을 과시하며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서희가 지난해 수석무용수로 승급하며 화제를 모았다. 강수진과 함께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가 된 강효정도 있다. 동양인이 이처럼 세계 메이저 발레단에서 수석 자리를 차지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들을 비롯해 영국 로열발레단의 최유희,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의 이상은 등도 주역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한국 춤의 높은 수준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해외 무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내에서의 세대교체다. 현재 한국 발레를 주도하는 역할은 ‘아직도’ 김주원, 김지영, 황혜민, 엄재용 등에 맡겨져 있다. 다행히 김리회, 이동훈, 이은원, 이동탁 등이 각 무용단의 수석무용수로 가세한 뒤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성공적인 배턴 패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들 새로운 스타들이 선배들 못지않은 활약으로 한국 춤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2013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테마는 초현실주의 부조리극과 표현주의극이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일본 등 총 7개국의 19개 작품이 초대된 이번 행사에서 무용은 7편이 무대에 오른다. 그동안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의 사실주의 무용에 주목했던 주최 측은 이번에는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대거 초청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회화 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프랑스의 라시드 우람단이 ‘Sfumato’를, 벨기에 출신의 안무가 빔 반데키부스가 ‘What the body does not remember’를 공연한다. 특히 복합 장르에서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를 주제로 한 ‘축언’은 한중일 합작 공연으로 눈길을 끈다.
10월 2일~26일 아르코예술극장 등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3
전 세계의 다양하고 새로운 조류의 춤을 소개해온 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시댄스)는 올해도 총 16개국, 50여 개의 무용단과 예술가들을 초청해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해외초청작 중에는 뉴욕타임즈의 ‘크리틱스 초이스’상에 빛나는 미국의 컴플렉션스 컨템포러리 발레단, 유럽의 무용계를 들끓게 한 스페인의 라 베로날, 흑인들의 분노를 크럼프 댄스로 표현한 프랑스의 에디말렘 무용단 등이 눈에 띈다. 또 시댄스의 기획 브랜드로 거리와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힙합의 진화’와 거리, 빌딩, 지하철, 까페 등에서 시민들과 춤으로 소통하는 ‘춤추는 도시’는 국내외 안무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10월 7일~27일 강동아트센터 등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0호 2013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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