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76세의 원로 배우 4인방의 여행기를 담은 화제의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연륜의 노련함이 느껴지는 노배우들의 활약은 이제 문화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만큼 엄청난 파워를 지니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연극계에도 ‘할배’ 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세월이 쌓아올린 노장의 깊이를 고스란히 느끼기엔 연극만한 장르도 없을 것 같다. 무대라는 고향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가는 우리 세대 노장들은 나이를 잊어버린 영원한 청춘들이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무대 또한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늙지 않는 듯하다.
그 선두에는 <꽃보다 할배>의 주역인 이순재와 신구의 무대가 자리한다. 먼저 이순재는 1988년 연극 <가을 소나타> 이후 25년 만에 연극 연출에 도전한다. 그가 연출하는 작품은 관악극회의 제2회 정기공연인 아서 밀러의 <시련>이다. 관악극회는 이순재, 신영균, 심양홍 등 서울대 연극회에서 활동했던 배우들을 중심으로 2011년 창단된 극단이다. 신구는 손숙과 함께 노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출연한다. 이는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으로 간암 말기의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한편 노배우 오현경의 농익은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도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현경은 지난 8월 16일 조계사에서 삭발식을 거행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는데, 일생 마지막 작품인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에 오르겠다는 그의 각오가 연극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느끼게 한다.
개구리
국립극단이 ‘그리스 희극 3부작’을 기획해 그리스 희극의 대표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개구리>, <구름>, <새>를 차례로 무대에 올린다. <개구리>는 국력이 바닥난 아테네의 재건을 위해 디오니소스가 저승으로 길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박근형은 이 작품의 시점을 2013년 대한민국으로 옮겨와 신부와 동자승의 삼보일배 고행 순례길을 그린다. 등장인물들의 비판적 논쟁이 두드러지는 원작과 달리 박근형의 <개구리>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여정 속에 신랄한 풍자와 따뜻한 웃음을 담을 예정이다. 박윤희, 김동곤, 윤부진 등이 출연한다.
9월 3일~15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극작가 한아름, 연출가 서재형, 작곡가 최우정의 협업으로 화제가 된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가 앙코르 무대를 펼친다. 이 작품은 LG아트센터의 1000여 석의 객석을 통째로 비우고, 무대 위에 350여 개의 객석을 설치하는 과감한 실험을 꾀한다. 지름 8m의 원형무대를 갖춘 소극장을 무대 위에 구현함으로써 관객들이 오이디푸스의 역동성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미니멀한 원형 무대를 배경으로 끊임없이 질주하는 오이디푸스의 파워풀한 에너지는 현대음악에 기원한 인상적인 멜로디와 어우러지며 더욱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2011년 초연 당시 오이디푸스 역을 맡았던 박해수를 비롯해 박인배, 임강희, 이갑선, 임철수 등이 출연한다.
10월 9일~20일 LG아트센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0호 2013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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