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핑 베토벤>과 <더 콘서트> 등에 이어 오랜만에 클래식 음악 소재 영화 <마지막 4중주>가 예술 영화 중에서 조용한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5년간 푸가 현악 4중주단으로 활동해온 네 사람이 주인공이고 클래식 연주자들의 갈등과 욕망이 드러나지만, 긴 시간을 함께해온 이들의 인생이 녹아 있어 클래식에 문외한인 중년 관객들도 공감할 만한 모양이다. 현악 4중주는 바이올린 두 대와 첼로, 비올라로 연주된다. 극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인 첼리스트는 파킨슨 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25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다. 네 사람이 기념 연주회를 위해 준비하는 곡은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4번. 이 곡은 베토벤 스스로 자신이 쓴 현악 4중주 중에 최고로 꼽았으며 연주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죽음을 앞둔 슈베르트가 연주회에서 이 곡을 듣고는 무척 흥분했고 이후 반복해 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보통 현악 4중주곡은 4악장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 곡은 7악장이다. 그리고 전곡을 연주하는 데 40여 분이 소요되는데, 각 악장 사이에 휴식 없이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형식 면에서 고전적인 전통을 깬 것이 이 곡의 눈에 띄는 특징이다. 그러니 연주자들은 곡이 끝날 때까지 쉴 시간도 없고 악기를 조율한 틈도 없다. 물론, 관객들이 박수를 치느라 연주 사이에 끼어들 새도 없다. 이런 특징이 영화의 메시지와 조응한다. 연주 도중에 네 악기의 현은 미세하게나마 제각각 다른 정도로 늘어지고 흐트러질 테지만, 그것을 바로 잡을 시간 없이 그 상태로 끝까지 서로에게 맞춰나가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눈에 보이는 계기가 있든 없든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고 삐걱거리기 마련이지만, 멈추거나 되돌아갈 수 없다. 그 시간을 버티거나 뚫고 나아가야 한다.
조수미 파크 콘서트 <라 판타지아>
더위가 한풀 꺾일(까 기대해보는) 9월 중순,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즐길 수 있는 클래식 야외 콘서트가 있다. 미국 센트럴 파크 야외 공연과 영국 BBC 프롬스 야외 공연을 벤치마킹한 ‘파크 콘서트’가 그것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스티브 바라캇 등을 초대한 것으로 유명한데, 올해엔 2회 콘서트의 주인공이었던 조수미가 다시 돌아온다. 세계적인 소프라노뿐만 아니라 클래식계 훈남 스타 리처드 용재 오닐과 디토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하며, 엔리오 모리꼬네의 ‘넬라 판타지아’와 거슈윈의 ‘아이 갓 리듬’,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임파서블 드림’ 등을 들려준다. 출연진과 연주 프로그램에서 알 수 있듯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특히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메인 보컬 양요섭이 함께한다니, 좀 더 대중적인 클래식 공연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9월 14일~15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정명훈 &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2002년과 2007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이 6년 만에 세 번째 콘서트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정명훈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양일간 펼쳐지는 이번 콘서트에서는 다른 연주자와의 협연 없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24일에는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과 ‘로마의 카니발’을 연주하며, 25일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와 라벨의 ‘라 발스’,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을 선사한다.
9월 24일~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0호 2013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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