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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신작 기근 해소하는 화제작들 [No.115]

글 |송준호 2013-05-27 3,655


무용은 해외 신작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대개 국내에서 주최하는 국제 페스티벌에 국한된다. 서울세계무용축제나 국제현대무용축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행사들의 경우 대부분 현대무용 중심인 데다 실험적 작품이 많아 일반 관객들의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한편 발레는 국제 행사도 부족할뿐더러 신작을 볼 기회는 더 적다. 주요 발레단에서 자체적으로 신작을 들여오지 않는 한 신작을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하지만 올해는 화제의 해외 신작들이 연이어 국내 공연을 앞두고 있어 기대할 만하다. 이번 달만 해도 굵직한 작품이 세 개다. 해외에서도 보기 어려운 프레데릭 애쉬튼의 <마그리트와 아르망>과 매번 춤 문법을 다시 쓰는 윌리엄 포사이스의 <헤테로토피아>가 차례로 관객과 만난다. 그동안 유니버설발레단의 전유물이었던 <라 바야데르>는 이번엔 국립발레단 버전으로 처음 공개된다. 또 ‘한류 발레’를 표방하는 <심청>과 보리스 에이프만의 <차이콥스키: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등 초연은 아니지만 수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명작들도 상반기에 공연될 예정이어서 발레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김주원의 <마그리트와 아르망>
이 작품이 국내에서 낯설게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20세기 최고의 발레스타 마고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가 1963년 초연한 후 관객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지만, 폰테인의 사망 후 20년이 넘도록 철저히 봉인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에 당대 최고 발레리나였던 실비 길렘에 의해 부활된 후로는 세계적인 프리마 발레리나에게만 허락되는 불문율이 생겼다. 작품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두 주인공 마그리트와 아르망의 사랑을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음악에 맞춰 그렸다. 이번 공연에서는 ‘발레리노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이렉 무하메도프와 워싱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현웅,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황혜민과 엄재용 등 최고의 스타들이 김주원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4월 5일~7일 LG아트센터

 

윌리엄 포사이스의 <헤테로토피아>
모던 발레나 현대무용이 지긋지긋한 이들에게 포사이스의 무대는 더 난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움의 측면에서는 가장 앞에 놓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수많은 탁자들을 평평하게 붙여 놓은 것이 무대이고, 객석은 없다. 탁자 위와 그 사이의 빈 공간을 넘나드는 무용수들은 괴상한 음성과 몸짓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놀래킨다. 무대도 객석도 불분명한 이 괴상한 발레를 통해 포사이스는 번역과 소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피나 바우쉬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안무가로 불리는 포사이스는 이번 공연을 위해 자신의 무용단과 처음으로 내한해 관객들과 만난다. 무대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관객은 하루 300명으로 제한돼 있다.

4월 10일~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국립발레단의 <지젤>
낭만 발레의 대명사인 <지젤>은 거의 해마다 공연되도 매번 티켓 판매율이 높은 ‘국민 발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다른 인기작들과는 달리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인기의 비결 중 하나다. 올해는 본격적인 봄의 한가운데인 5월에 충무아트홀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선을 보인다. 여러 가지 버전 중에서도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을 택하는데, 이는 특히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발레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만든 무대와 의상을 직접 공수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재 국립발레단을 이끄는 두 축인 김지영과 이동훈이 지젤과 알브레히트를 맡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5월 2일~5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5호 2013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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