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12년 봄에 발표된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일 년이 지난 후에 다시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가 이목을 끌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폭발적으로 대량 소비됐다가 금세 잊히고 마는 대중가요의 생리를 생각했을 때 이례적인 경우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음악만큼 계절을 타는 것도 없는 듯하다. 클래식계 여러 단체들이 봄이 오면 ‘신춘음악회’라는 이름으로 봄 냄새 물씬 나는 음악들을 소개하곤 하니 말이다. 일 년 전이 웬 말, 이백 년도 더 지난 음악들이 여전히 사랑받는 클래식계에 ‘벚꽃 엔딩’ 같은 곡은 수도 없이 많다. 봄 하면,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가볍고 경쾌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역시 널리 알려진 곡이다. 난청인 암울한 상황에서 썼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밝은 빛이 가득한 자연을 연상케 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의 멜로디도 익숙할 것이다. 그 외에 로맨틱하고 역동적인 한편 왠지 모를 불안함이 깃들어 있는 슈만의 교향곡 1번 ‘봄’과 피아졸라의 피아노 트리오 사계 중 ‘봄’ 등도 봄에 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계절과 더불어 클래식 공연 기획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장들의 탄생과 서거 연도이다. 2013년은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념 공연들이 준비되는 가운데, 극적인 드라마와 감성적인 아리아 덕에 가장 대중적인 오페라 작곡가로 손꼽히는 베르디의 작품이 다수 국내 무대에 오른다. 지난 3월에 공연된 <팔스타프>에 이어, 4월에는 <아이다>와 <돈 카를로>가 각각 서울시오페라단과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공연된다. 바그너의 작품은 베르디에 비해 혁신적이고 지적이지만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다. 5월 22일 바그너의 탄생일에 KBS 교향악단이 갈라 형식으로 연주하는 <바그너 콘체르탄테>와 10월 국립오페라단의 <파르지팔> 초연이 준비돼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 공연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13년 총 22회의 정기 공연을 선보인다. 베토벤과 드보르작,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심포니 시리즈’와, 바그너와 베르디, 스트라빈스키 등 거장들의 음악을 들려줄 ‘그레이트 시리즈’, 유명한 클래식곡을 모은 ‘플래티넘 시리즈’를 비롯해, 정명훈과 김선욱, 손열음 등 유명 뮤지션들을 접할 수 있는 ‘마스터피스 시리즈’와 현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아르스 노바 시리즈’가 준비되어 있다. 지난 1월에 예정했으나 예술감독 정명훈의 허리 통증으로 취소됐던 그레이트 시리즈 1편, 바그너 특별 공연이 5월 7일에 열린다. <탄호이저> 서곡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니벨룽의 반지> 관현악 하이라이트 등이 연주된다. 4월 26일에는 베르디의 오페라 <오셀로>의 콘서트 버전을, 5월 7일에는 베르디의 <레퀴엠>을 감상할 수 있다. 모두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며, 정명훈이 지휘한다.
베를린 필하모니 스트링 콰르텟 내한 공연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첼로, 현악기 연주자 네 명이 모인 현악 4중주는 실내악 중에 가장 인기 있다. 하이든 이후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4중주곡을 발전시켜 지금까지도 많이 연주되는 형태이다. 올해 처음 내한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스트링 콰르텟’은 ‘베를린 필하모닉 12 첼리스트’와 더불어 베를린 필하모닉을 대표하는 앙상블이다. 베를린 필 각 파트의 수석 연주자로 구성됐다. 20년 전 데뷔 콘서트를 연 이후 영국 언론으로부터 ‘최고의 4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팀은 30여 개의 음반을 내고 세계 곳곳에서 연주회를 펼치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첫 번째 서울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들을 들려줄 계획이다. 4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대구와 성남, 광주, 대전에서 공연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5호 2013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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