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나 이야기 없이 오로지 무용수의 추상적 몸짓으로만 표현되는 현대무용은 무용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대중화가 가장 뒤처져 있다. 발레나 클래식 음악처럼 해설 프로그램도 없어서 안무가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현대무용단의 홍승엽 예술감독이 직접 나서 현대무용을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올해 첫 공연으로 개최하는 ‘홍승엽의 댄스 살롱’이 그것이다.
17~18세기 예술가와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 작품을 감상하거나 대화를 나누던 장소였던 ‘살롱’에서 컨셉을 빌린 이 공연은 공연뿐만 아니라 현대무용에 관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기획이다. 주로 영화나 연극에서 해왔던 소통 방식이지만 현대무용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무용이 지닌 실험성과 대중화를 동시에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행사는 홍승엽 예술감독의 진행과 해설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안무가들의 신작을 공연하고 안무가와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1년 추진했던 ‘안무가 베이스 캠프’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선정한 안무가들에게 전문적인 창작 환경과 제작 시스템을 제공하여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소극장 공연을 활성화하고자 했던 사업이다. 이번 공연에 초청된 안무가는 박근태, 송주원, 안영준, 김정은 등 4명으로, 현장에서의 활동 수준과 안무 작업의 진실성, 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짝사랑에 대한 고찰(박근태), 기억을 바라보는 시선(송주원), 카니발의 다의적 의미(안영준), 숫자 3의 의미(김정은) 등 자신들의 관심 주제와 안무 방향을 15~20분 내외의 신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 공연 형식과 차세대 안무가들의 실험적 시도가 만나 현대무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행사에 ‘살롱’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단순히 해설이 추가되어서만은 아니다. 공연장 안팎을 현대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 점에 포인트가 있다. 지난해 12월 국립극장 레퍼토리 공연 <아Q> 때도 공연장 로비 이벤트를 마련했던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번에도 로비를 살롱으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기존의 공연장 로비가 공연이 시작되기 전 단지 기다리는 공간이었던 반면, 이번 공연에서는 현대무용과 관련된 미술 작품과 무용수들의 연습 사진 등을 전시하고 간단한 다과로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됐다. 특히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예술감독과 안무가들도 로비에서 관객과 만나 현대무용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나누게 된다. 무용단 측은 ‘댄스 살롱’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혀 앞으로의 기획도 주목할 만하다.
3월 29일~4월 4일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02)3472-142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4호 2013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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