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피는 꽃 같은 춤 카르멘 모타의 <알마>
사실 뮤지컬 관객들에게 플라멩코는 친숙해질 기회가 많은 춤이다. 최근의 <조로>가 그랬거니와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에서도 플라멩코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플라멩코는 우리가 아는 가장 동적인 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고 있는 눈이 의심스러울 만큼 빠른 발놀림과 현란한 기술에 흥분한 관객을 더욱 자극하듯이 울리는 캐스터네츠 소리는 심장 박동수를 다르게 한다. 이미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는 카르멘 모타는 그 자신이 플라멩코 댄서 출신인 무용가로서, 스페인 플라멩코가 동시대성을 가지고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한 인물이다.
플라멩코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춤이라고는 하지만, 이 춤의 체계를 이해하고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명확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한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홍보 문구에 적힌 찬사만 가지고는 이 사람이 플라멩코 분야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에 대해 확신을 갖기가 힘들다.
하지만 카르멘 모타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푸에고>로 두 차례의 내한 공연을 가지면서 순수하게 그 공연에 경탄하고 감동을 받은 팬층을 얻게 되었다. 그가 스페인에서 어느 정도의 인물이라는 소개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이름을 딴 단체가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준 공연의 수준으로 믿음과 기대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3년 만에 신작을 가지고 내한하는 이번 공연은 지켜볼 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선보일 <알마>는 카르멘 모타가 만든 열 번째 플라멩코 대작으로, 10이라는 특별한 숫자를 기념하기 위해 더욱 공을 들인 작품이라고 한다.
<알마 데 푸에고>라는 제목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영혼을 의미하는데, 카르멘 모타가 이끄는 플라멩코 댄서들의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불꽃’이라는 표현이 그들의 몸짓과 더할 수 없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카르멘 모타의 아들이자 안무가인 호아킨 마르셀로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한다. 안무가로서는 치명적이게도 8세 되던 해에 청력을 잃은 그는 댄서들의 움직임에 따른 무대의 떨림, 음의 진동 하나에까지 예민하게 반응하여 안무를 해낸다.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히려 어떤 안무가보다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강렬한 몸짓과 색채를 선보이면서 결함이 다른 방면의 창조성을 키워낸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알마>에서는 호아킨 마르셀로 외에도 안토니오 나하로가 객원 안무가로 참여한다. 스페인 국립 발레단 출신으로 2011년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의 내한 공연 당시 예술감독으로 참여하여 국내 관객들과 한 차례 인연을 맺은 바 있는 그가 직접 연출 맡은 카르멘 모타와 함께 어떤 새로운 도전을 성공시켰을지 기대를 모은다.
1막에서 정통 플라멩코에 탱고, 재즈, 현대무용을 접목시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면, 2막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형식 아래 인생의 회로애락을 기존으로 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는 몸짓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집시들의 기묘한 정열이 느껴지는 매혹적인 음악도 함께 기대해 볼 만하다. | 5월 23일~5월 26일 / LG아트센터 / 02)517-0395
입문자들을 기다리는 차려놓은 밥상 제3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페스티벌이다. 국내의 민간 오페라단들이 모여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저마다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사실 오페라라고 하면 진입장벽이 높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장르이지만, TV광고나 영화 삽입곡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아리아 몇 곡 정도는 누구나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늘 광고 속 15초 남짓만 듣던 그 곡을 제대로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검색창을 찾은 경험 역시 드물지 않을 것이다.
노래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춤도 있는, 그래서 뮤지컬의 조상쯤으로 보이는 저 장르에 은근히 관심이 있지만 막상 발을 들이려고 보면 어떤 단체의 공연으로 보아야할지, 어떤 작품부터 봐야할지 감도 안 잡히고 보이는 이름들도 너무 낯설어서 어설프게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던 경험이 있다면 이번 축제를 입문 기회로 삼아보는 게 어떨까 싶다. 자고로 말 트고 얼굴 익히기에는 잔치자리 만한 데가 없다지 않나.
뮤지컬 관객들에게 우선 추천하고 싶은 공연은 모차르트가 작곡을 하고 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을 쓴 <피가로의 결혼>이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 그 제작 과정이 제법 중요한 사건으로 다뤄지기도 했으니 18세기 스페인 세비야의 백작가를 중심으로 하는 이 작품의 배경이나 내용은 이미 익숙한 뮤지컬 팬들이 많을 것이다. 신분제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이 지금 들어도 꽤나 날카로워서, 입담 좋은 이발사의 노래를 낄낄 거리면서 듣다보면, 그 시절 유럽의 귀족들 못지않게 날 때부터 물려받은 것이 많은 분들에게는 이 가사가 어떻게 들리려나 하는 심술궂은 호기심을 갖게 된다. 뉴서울오페라단이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3회에 걸쳐 공연한다.
그랜드오페라단이 라스칼라 주역들을 초청하여 <토스카>를 무대에 올린다.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3회 공연 예정이다. 치명적인 매력과 재능을 가진 아름다운 여가수 토스카와 그녀의 연인이자 나폴레옹 신봉자인 혁명가 카바라도시, 그를 추적하는 잔혹한 총경 스카르피아의 삼각관계는 전형적이지만, 듣는 이를 전율하게 하는 푸치니의 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아리아는 관객을 기꺼이 극중 상황에 몰입하게 한다. 마리아 칼라스의 자서전 제목으로도 유명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이 어떤 상황에서 나온 곡인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현재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본고장의 디바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한 때는 일본의 번안 제목을 그대로 옮긴 <춘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던 <라 트라비아타>는 국내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민간 오페라단인 서울오페라단의 공연으로 볼 수 있다. 6월 1일부터 3일까지 3회 일정이다. ‘춘희’라는 제목은 동백꽃을 뜻하는 일본의 여자 이름 ‘츠바키’를 한자식으로 읽은 것인데, 명성이 자자한 고급 창부인 여주인공이 늘 동백꽃을 지니고 나타나는 것에서 지어진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 2세가 쓴 원작 소설의 제목이 ‘동백꽃의 여인(La dame aux camellias)’인데 비해 베르디 오페라의 제목 ‘라 트라비아타’는 잘못된 길로 들어선, 방황하는 여자라는 의미다. 같은 원작을 가지고 존 노이마이어가 만든 드라마 발레의 걸작 <카멜리아 레이디>가 강수진을 앞세운 슈트트가르트 발레단의 내한 공연으로 6월 16일부터 예정되어 있으니 보름 간격으로 두 작품을 잇달아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호프만 이야기>도 준비되어 있다. 독일의 작가 호프만이 쓴 단편 소설을 엮어서 만든 이 오페라는 평생 재기발랄한 희극 오페라를 써왔던 프랑스의 작곡가 오펜바흐가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써내려간 진지하면서도 환상적인 작품이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네 도시에서 네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 각각의 사랑이야기지만 사실상 한 사람의 디바인 스텔라의 여러 가지 모습이라는 기이한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음악은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들을 수 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단체 중 가장 젊은 단체로, 지난 해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했던 누오바오페라단이 공연한다. | 문의 02)737-222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4호 2012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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