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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PARIS] 오랜 기다림 끝에 탄생한 신작,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No.119]

글 |민지은 (파리 통신원) 2013-09-06 4,298

1789년 7월 14일, 오랜 굶주림과 귀족들의 횡포에 분노한 파리 시민들은 프랑스 절대왕권의 상징,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다. 여자들은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몰려가 먹을 것을 요구했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그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자유와 인권을 위해 절대왕권에 대항한 시민들의 승리, 바로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2012년 파리의 팔레 데 스포(Palais des Sports de Paris)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혁명 속 금지된 사랑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해 말 드디어 ‘프랑스적인 프랑스 뮤지컬’ 한 편이 무대에 올려졌다. <십계>와 <태양왕>, <모차르트 오페라 락>을 만들어낸 환상의 콤비 도브 아띠아와 알베르 코엔이 신작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을 선보인 것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대혁명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불리는 1789년 봄부터 프랑스 인권 선언이 있었던 8월 26일까지 배경으로 하여, 혁명 당시 대립된 두 진영에 있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그린다.
부당하게 자신의 땅을 빼앗긴 호낭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자신의 누이인 솔렌느와 파리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프랑스 혁명의 핵심 인물들인 로베스피에르와 까미유 데물랭 그리고 조르주 당통을 만난다. 한편, 베르사이유 궁전에 있는 루이 16세는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이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엉뚱하기만 하다. 아띠아와 코엔이 제작한 이전의 작품들처럼 1막의 초반 30분 동안 등장인물들과 앞으로 전개될 플롯들을 보여준다.
귀족의 딸이자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이들을 돌보며 왕비를 위해 헌신하는 올림프는 사랑에 빠져 혁명군인 호낭을 돕는다. 혁명 전 혼란 속에서 두 연인은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리고 혁명의 핵심 인물들을 수행하며 그들의 계획을 알아낸다. 괴로움 속에 헤어졌다 다시 만난 올림프와 호낭은 자신들의 운명을 영원히 맹세하고, 1789년 7월 14일 절대왕권을 상징하는 바스티유 감옥 앞에서 다시 만난다. 바스티유 감옥을 점령한 혁명군의 승리 속에서, 호낭의 죽음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 역사적인 사건에 가려 볼 수 없었던 연인들의 슬픈 사랑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프랑스 뮤지컬다운 면모                                                   

이 작품은 스토리와 음악, 춤 그리고 화려한 볼거리와 감동까지 ‘프랑스 뮤지컬’을 구성하는 주요 공식을 완벽히 따르고 있다. 우선 세계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남녀노소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한 연인의 비극적 사랑이라는 친근한 주제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대혁명 속에서 피어나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혁명군을 대표하는 젊은 시골 혁명가 호낭, 마리 앙투아네트의 최측근인 그의 연인 올림프는 각각 혁명군과 왕실을 대변한다. 한 연인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주축으로, 혁명군과 절대왕권의 대립 속에 당시의 시대상을 충실히 담아, 관객들을 18세기 프랑스로 초대한다. 그 속에서 관객들은 루이 16세와 혁명 영웅들을 비롯해 대혁명의 핵심 인물들을 두루 만난다. 역사적 사건의 극화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재발견하게 만든다. 무대 위의 시골 농민들이 갈망하는 정의와 평등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루이 16세와 신하들의 대화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현 프랑스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의 부유세를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뮤지컬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노래와 춤이다. 도브 아띠아는 단 하나밖에 없는 목소리를 지닌 가수들을 캐스팅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전작인 <십계>에서는 야엘을, <태양왕>에서는 크리스토프 마애를,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는 플로랑 모트를, 그리고 신작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을 위해 수려한 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루이 들로흐를 찾아냈다. 이들 모두 뮤지컬이 발굴해낸 가수들이다. 그리고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대표곡인 ‘Je Veux Le Monde’, Ca Ira Mon Amour’ 등이 초연 일 년 전에 이미 싱글 앨범으로 발표됐다. 총 다섯 명의 작곡가들이 공동 작업한 이 작품의 뮤지컬 넘버들은 곡들 간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등장인물들의 감정도 잘 담아내고 있다. 대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각 장면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의 노래에 귀 기울여야 한다.

 


프랑스 뮤지컬에서 빠질 수 없는 춤과 화려한 볼거리도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마르세이유 발레단 출신인 줄리아노 페파리니 연출가 겸 안무가는 발레에 기반을 둔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새 시대를 꿈꾸는 혁명기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대혁명 시대를 연상시키는 프레데릭 베르나르드의 의상과, 태양의 서커스에 몸담았던 파트릭 네이의 영상은 공연 예술에서만 볼 수 있는 극적 효과를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비디오 영상과 이동식 세트를 활용한 무대 연출과 춤으로 무대는 무척 생동감 있고 활기찼다.

최근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들이 다수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들이 혁명 당시를 배경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는 반면,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은 관객들을 역사 속으로 이동시킨다. 게다가 탄탄한 드라마 구성,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과 춤,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역사적 사건들 중심으로 노래를 통해 플롯이 전개되는 만큼, 작품이 주는 깊은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는 관람 전 사전 지식 습득이 필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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