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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뉴욕 공연계를 이끄는 작은 거인들 [No.68]

글 |지혜원(뉴욕 통신원) 2009-05-27 6,978

<코러스 라인>, <헤어>, <렌트>, <애비뉴 Q>,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들의 공통점은 브로드웨이가
아닌 오프 브로드웨이의 작은 비영리 공연단체에서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이다.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 이 비영리 공연단체들은 뉴욕 공연계의 한켠에서 묵묵히 그 중심을 지켜왔다.

 

 

비영리 공연단체에서 시작된 상업 공연들
브로드웨이의 비영리 공연단체는 맨해튼 시어터 클럽(MTC), 라운드어바웃 시어터 컴퍼니(Roundabout Theater Company), 링컨 센터 시어터(Lincoln Center Theatre) 등 세 곳에 지나지 않는 반면, 오프 브로드웨이에는 무수히 많은 비영리 공연단체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 브로드웨이 공연으로까지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들로는 퍼블릭 시어터(Public Theater), 뉴욕 시어터 워크숍(New York Theatre Workshop), 아틀란틱 시어터 컴퍼니(Atlantic Theater Company), 비냐드 시어터(Vineyard Theatre), 세컨드 스테이지 시어터(Second Stage Theatre) 등을 꼽을 수 있다. 
 비영리 공연단체는 대개 시즌제로 운영되며, 각 공연단체의 개성과 취지에 따라 공연을 선별해 매해 시즌을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리딩이나 워크숍 등을 통해 작품을 개발하기도 하고, 예술감독의 의지에 따라 창작자들을 고용하여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기존에 창작이 진행된 작품들 중에서 가능성 있는 작품을 선별해 무대에 올리는 것도 이들 비영리 단체들의 의의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들이 상업 프로듀서들의 눈에 띄어 브로드웨이로 옮겨지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적잖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헤어>, <코러스 라인>, <렌트>, <애비뉴 Q>,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이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옮겨오는 작품의 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패싱 스트레인지>, <타이틀 오브 쇼>, <넥스트 투 노멀> 등 다소 규모가 작은 작품들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트렌드는 새로운 작품을 찾는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에게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로 옮겨진 공연들 중 롱런 작품들의 경우에는 최초 제작자로서의 로열티를 지불해 비영리 공연단체의 고정 수입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는 이러한 흐름이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는 우려를 낯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모델인 셈이다.

세컨드 스테이지 시어터 전경


 

오프 브로드웨이의 중심, 퍼블릭 시어터
오프 브로드웨이의 중심에는 퍼블릭 시어터가 있다.  1954년 뉴욕 비영리 공연단체의 기반을 닦았던 조셉 팹(Joseph Papp)에 의해 셰익스피어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진 퍼블릭 시어터는 1967년 뮤지컬 <헤어>를 세상에 선보이면서 이스트 빌리지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퍼플릭 시어터는 그동안 참신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로 구성된 차별화된 시즌을 선보여온 동시에, 매년 여름 센트럴 파크의 델라코트 시어터(DelacorteTheater)에서 ‘셰익스피어 인 더 파크’라는 페스티벌을 개최해 오기도 했다. 퍼플릭 시어터의 설립 취지 중 하나이기도 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명맥을 유지하고자 한 조셉 팹의 노력으로 1954년부터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지난 50여 년 동안 매년 5~8월 사이에 개최되어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위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지만 가끔은 퍼블릭 시어터가 선정한 다른 작가의 작품이 되기도 한다. 입장권은 선착순 무료 배포를 원칙으로 하는데, 공연 당일에는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센트럴 파크에서 사람들이 밤을 지새우는 진풍경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에는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와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바카이>(The Bacchae)가 공연될 예정이다.
퍼블릭 시어터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1975년 5월에 첫 선을 보여 큰 성공을 거두었던 <코러스 라인>을 꼽을 수 있다. 브로드웨이 공연의 코러스 멤버가 되기 위한 오디션 과정에서 배우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작품은 실제로 수차례에 걸친 배우들의 실제 워크숍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다듬으면서 완성되었다.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하는 퍼블릭 시어터의 제작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개막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던 이 공연은 같은 해 7월 브로드웨이로 옮겨져 15년간 공연되었다. 1990년 폐막 당시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공연된 작품으로 기록을 남겼는데, 지난 2006년 리바이벌 버전으로 또 한 번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또 한 편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바로 퍼블릭 시어터의 시작을 함께 한 작품인 <헤어>. 1967년 첫 선을 보인 <헤어>는 젊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듬해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겼고, 1977년 리바이벌 프로덕션에 이어 지난해 퍼블릭 시어터의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또 다시 공연되어 주목을 받았다. 2008년 퍼블릭 시어터 프로덕션은 2009년 3월 31일 브로드웨이의 알 허쉬펠드 극장(Al Hirschfeld Theatre)에서 개막, 다시 한번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인기몰이를 하며 공연 중이다.
이 외에 퍼블릭 시어터에서 처음 공연되어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작품은  <테이크 미 아웃>, <캐롤라인, 혹은 체인지>, <패싱 스트레인지> 등 무려 50여 개 작품에 이른다. 하지만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는 작품의 수가 늘어나는 것과는 관계없이, 흥행작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시즌 프로그램들로 자기만의 색깔을 지켜나가기 위한 퍼블릭 시어터의 노력은 변함이 없다. 50여 년간 변함없는 그들의 노력이 바로 ‘퍼블릭 시어터’라는 브랜드를 갖게 된 원동력일 것이다.

 

뮤지컬 <렌트> 탄생의 일등 공신, 뉴욕 시어터 워크숍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뉴욕 시어터 워크숍은 198석의 소극장과 75석 규모의 블랙박스 시어터(리딩이나 워크숍 등 작품 개발단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극장)를 소유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비영리 공연단체이다. 뉴욕 시어터 워크숍은 재능 있는 창작자의 신작을 발굴·개발하고 관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매년 5~7개의 신작을 무대에 올리고, 80여 개 이상의 리딩과 다수의 워크숍을 주최한다. 이러한 그들의 신작 발굴, 개발의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렌트>이다. 
1993년 3월 <렌트>의 창작자 조나단 라슨은 뉴욕 시어터 워크숍의 소규모 리딩 무대를 통해 이 작품을 뉴욕 공연계에 처음 소개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뉴욕 시어터 워크숍의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짐 니콜라는 당시 라슨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연출자 마이클 그리프를 소개함으로써 작품 개발에 가교 역할을 했다. 1994년 2주간의 워크숍을 통해 한층 다듬어진 <렌트>는 비로소 1996년 1월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오프 브로드웨이 데뷔 무대를 갖게 된다. 이후 작품을 눈여겨 본 프로듀서 제프리 셀러, 케빈 맥컬럼 등에 의해 브로드웨이로 옮긴 <렌트>는 지난 2008년 9월 폐막 당시까지 12년 동안 큰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성장했지만, 작품이 완성되는 데에는 뉴욕 시어터 워크숍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재능 있는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와 함께 작품 개발에 힘써 온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틀란틱 시어터 컴퍼니 전경

 

아틀란틱 시어터 컴퍼니

또 하나의 오프 브로드웨이 비영리 공연단체 중 하나인 아틀란틱 시어터 컴퍼니는 1985년 유명 극작가인 데이비드 매멧(David Mamet) 과 윌리엄 메이시(William H. Macy)에 의해 설립되었다. 뉴욕 첼시에 165석의 극장과 99석 규모의 블랙박스 극장을 운영 중인 아틀란틱 시어터 컴퍼니 역시 새로운 극작가 발굴과 작품 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않아왔다. 이 중 국내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도 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2006년 5월 아틀란틱 시어터 컴퍼니에서 첫 선을 보인 뒤 같은 해 12월 브로드웨이로 옮겨진 작품이다. 작품의 신선한 구성과 던컨 쉭의 음악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브로드웨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07년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을 비롯해 무려 8개 부문을 휩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창작자 양성과 신작 개발 이외에 아틀란틱 시어터 컴퍼니가 주력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바로 실력 있는 배우를 양성하기 위한 ‘아틀란틱 액팅 스쿨(Atlantic Acting School)’이다. 정규 5학기(2년 6개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은 처음 1년간 데이비드 매멧과 윌리엄 메이시가 직접 개발한 교육방법인 프랙티컬 에스테틱스(Practical Aesthetics)을 통한 수업을 받게 된다. 이 교육방식은 극본 분석에서부터 시작해서 각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이 다각도의 연기 기술을 익히고, 각자의 의지에 따라 이를 완성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2학년에 올라가면서 학생들은 공연은 물론 영화와 TV 대본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적용 훈련을 교육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타 지역의 억양은 물론 특정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물리적인 제약 조건을 극복하는 방법도 함께 배우게 된다. 자신이 쉽게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임과 동시에 작품에 반드시 필요한 배우를 양성해가는 과정인 셈이다. 마지막 학기에는 전문가들과의 마스터클래스들을 통해 각자의 재능과 개성을 바탕으로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론만이 아닌 실기 위주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프로페셔널 배우로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장점은 아틀란틱 시어터 컴퍼니의 작품에 캐스팅될 기회가 부여된다는 점인데,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오리지널 캐스트 중 한 명인 브라이언 존슨(Brian Johnson)은 액팅 스쿨 재학 당시 이 작품에 캐스팅되어 오프 브로드웨이를 거쳐 브로드웨이로까지 진출하기도 하였다.

 

그 밖의 주요 비영리 공연 단체들
이 외에도 <애비뉴 Q>가 첫 선을 보였던 비냐드 시어터(Vineyard Theatre)와 <스펠링 비>가 공연되었던 세컨드 스테이지 시어터(Second Stage Theatre) 등도 규모는 작지만 뉴욕 공연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단체들이다. 비냐드 시어터는 지난 7월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던 <타이틀 오브 쇼>의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이기도 했다. 세컨드 스테이지 시어터에서 지난해 공연되었던 <넥스트 투 노멀> 역시 4월 15일 브로드웨이 부스 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컨드 스테이지 시어터는 다양한 이유로 메인 무대에 오르지 못한 작품들이 공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얼마 전에는 2008~2009 시즌 개막이 예정되었다가 경기악화로 인해 일정이 취소되었던 <배터티스>가 오는 6월 브로드웨이 대신 세컨드 스테이지 시어터 무대에 오르기로 결정되기도 하였다.
비영리 공연단체들은 오랫동안 상업 프로듀서가 담당할 수 없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수년에 걸쳐 창작자를 발굴하고 작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는 상업 프로듀서들의 경제적인 기반과는 또 다른 뉴욕 공연계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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