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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뉴욕] 록오페라 무용극 <리멤버 미(Remember Me)>[No.65]

글 |민지혜(뉴욕통신원) 2009-02-16 8,030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연을 뮤지컬이라고 정의한다면, 지난 1월 뉴욕의 더 조이스 시어터(The Joyce Theater)에서 상연되었던 <리멤버 미>라는 공연도 뮤지컬의 범주 안에 넣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현대 무용 안무가 데이비드 파슨스(David Parsons)가 운영하는 파슨스 댄스와 피터 키스월터(Peter Kieswalter)와 타일리 로스(Tyley Ross)가 설립한 이스트빌리지 오페라컴퍼니(East Village Opera Company, 이하 EVOC)가 합작한 작품이다. 파슨스 댄스는 1985년 세워진 이래, 35개 국, 250개 이상의 도시를 돌며 공연해왔고, 70개 이상의 레퍼토리 공연을 가지고 있다. EVOC는 기존의 클래식 오페라 곡을 락, 팝, 소울 그리고 알앤비 등의 현대음악으로 편곡하여 공연해 온 록오페라 컴퍼니이다.

<리멤버 미>에는 몇몇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었다. 흔히 프랑스 산(産) 뮤지컬들이 댄서와 보컬을 따로 두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공연 또한 태생적으로 댄서와 보컬의 경계가 뚜렷했다. 그리고 주크박스 뮤지컬이 가요를 차용해서 스토리라인을 이끌어 나가는 것처럼 이 공연은 편곡된 오페라 곡들을 배치해 놓고 스토리와 연결시켰다.

진부한 삼각관계 이야기이자, 어디선가 봐왔던 전개방식이다. 하지만,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무용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파슨스의 무용수들은 젊은 육체가 생동하는 열정을 다양하게 변주되는 군무를 통해 보여줬고, 여주인공이었던 애비 실바(Abby Silva)는 사랑할 때의 희열과 죽음으로 가는 고통을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뛰어난 춤 실력으로 잘 표현했다. 특히 여주인공이 천장의 와이어와 연결되어 남자 주인공과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는 고난이도의 안무를 소화해 관객들에게 더 큰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EVOC의 남녀 메인 보컬리스트가 때로는 해설자가, 때로는 남녀 주인공의 목소리가 되어 대중들에게도 유명한 오페라 ‘나비부인’이나 <라보엠>, <카르멘>, <투란도트> 등의 곡들을 노래했다. 익숙한 멜로디가 전통적인 악기가 아닌 전자 음악으로 새롭게 해석되었고, 이 새로운 음악들이 현대 무용과 포스트 모던적인 무대의 비주얼과 잘 조화되었다.

이렇다 할 무대 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크린에 여러 가지 추상적인 영상을 프로젝터로 쏘는 방식으로 공간을 꾸몄다. 그리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장면이 바뀔 때 막을 이동시켜 스크린에 입체감을 주었다.

 

EVOC의 설립자이자 메인 보컬인 타일리 로스는 am NewYork과의 인터뷰에서 이 공연을 만들 때, 먼저 35개의 곡을 녹음한 후, 각 곡의 원래 언어로 돌아가, 원전 오페라에서 어떤 설정아래 불려진 노래인지를 파악한 다음, 그 노래 자체가 가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안무가 데이비드 파슨스는 댄서들의 전체적인 안무가 이미 정해져 있었던 반면, 보컬들은 정해진 안무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고, 이 점이 무대 위에서 더 큰 에너지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특색이 뚜렷이 나뉘는 두 예술 단체가 한 무대에서 만났고, 보통 뮤지컬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개성을 만들어냈다. 협동 공연을 통해 자신이 속한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가는 수많은 뮤지컬과는 다른 재미와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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