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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JAPAN] 2010일본 뮤지컬의 얼굴들 [No.92]

글 |허예조(자유기고가) 사진출처 | 뮤지컬 지 3·4월호 2011-06-03 4,998

언제나 이 맘 때면 일본의 <뮤지컬>지가 필자의 품에 안겨진다. 격월간으로 출간되는 이 매거진의 3·4월호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작품을 대상으로 한 랭킹과 평론이 특집으로 다뤄지는데, 이 특집 기사는 일본에서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꼽아 기다릴 만큼 흥미롭다. 올해도 23명의 각계 기자와 평론가들이 2010년 한 해 동안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중 신작과 리바이벌 작, 연출가와 남녀 배우 등의 각 분야에서 5위까지 선정하여 합계를 내는 랭킹이 공개되었다. 이 지면을 빌어 이 랭킹과 평가단의 코멘트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압도적인 신작의 부재
작년과 마찬가지로 압도적으로 뛰어난 신작이 없는 한 해였다. ‘전체적으로 도토리 키 재기’라는 표현과 함께 순위를 정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평론가도 적지 않았다.  브로드웨이 고전과 토니상 수상작, 오리지널작으로 균형 잡힌 충실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모두가 몇 년간 지속되는 이 현상에 대해, 역사에 남을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뇌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점점 높아지는 여배우들의 수준에 비해, 남자 배우들의 순위는 몇 년간 거의 고정되어있다시피 한 것도 과제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고전의 뮤지컬화
2010년 신작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명작으로 각인된 영화와 연극의 뮤지컬화를 꼽을 수 있겠다. 그  흐름을 주도한 것은 게임, 만화를 비롯해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에서 소재를 모색 중인 다카라즈카 가극단으로, 이번에는 <카사블랑카>와 <사관과 신사>를 특유의 독자적인 다카라즈카풍 가극으로 재구성하였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올 1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성공적으로 상연하였다.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제작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물론 원작의 골수팬과 뮤지컬팬 양쪽을 만족시킬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가 코이케 슈이치로는 <카사블랑카>와 <카바레>로 작년에 이어 또 연출가 부문 1위에 선정되었다. 전년도에는 <스칼렛 핌퍼넬>로 압도적인 1위를 한 바 있는 코이케는 다수의 대작 뮤지컬은 물론이고 이번 설문에서 남자 배우 1위에 뽑힌 이노우에 요시오의 데뷔 10주년 콘서트(작품 순위 28위) 연출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는 행보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반면 극단 시키가 선보인 작품 중에서는 오랜만에 도쿄 무대에 올려진 <사운드 오브 뮤직>이 신작 순위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을 뿐, 그 외에는 주로 롱런 중인 리바이벌 작품 쪽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것은 비단 시키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작년 신작 투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이 올해는 리바이벌 작으로서 더 발전된 무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신작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볼테르 원작의 <캉디드 (Candide)>였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작품을 존 케어드가 대본과 음악을 이지적으로 새로 구성해 연출한 것이다. 동일 작품을 수년 전 미야모토 아몬이 연출한 적이 있으나, 이번 케어드판은 보다 지적이며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남녀 주연 배우가 이번 설문의 배우 부문 1위로 뽑히는 등 모든 면에서 충실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캉디드>의 주연배우 니이즈마 세이코의 또 다른 출연작 <프라이드>는 300만부가 판매된 이치조 유카리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오페라 무대를 놓고 경쟁하며 발전한다는 라이벌 스토리를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뮤지컬 배우 니이즈마와 사사모토 두 사람이 뛰어난 기량을 뽐내며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만들었다. 2011년 4월에는 지브리의 <추억은 방울방울>이 지브리 작품 사상 최초로 뮤지컬로 제작되는 등, 인기 만화의 뮤지컬화 역시 멈추지 않을 듯하다.

 

 

 

 

작년과 비슷한 리바이벌 부문
리바이벌 부문은 작년 신작 순위를 페이지만 옮겨놓은 듯 한 인상이다. <모차르트!>, <레베카>와 같은 유럽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선전한 것이 <마이 페어 레이디>와 <상하이 반스킹>이다. 리바이벌 1위 <상하이 반스킹>은 1979년 롯폰기의 온 시어터 자유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16년 만에 오리지널 캐스팅으로 리바이벌되어 뮤지컬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1960년대 후반,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작품 속에서 배우들이 직접 연주를 하며 쌓은 실력을 뮤지컬로서 활용해 보자는 의도로 제작되었다 하나, 이 작품을 순수 뮤지컬로 구분하기엔 약간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주인공이 음악가이기 때문에 필요장면에 음악이 등장할 뿐, 대사의 전달 등 극의 진행은 일반 연극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시도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폭이 넓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전체 순위는 낮은 편이나 <장미와 사무라이>와 같은 패러디극 역시 인기 대작이 부재한 가운데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혔다.
<마이 페어 레이디>는 이 작품에만 600회 출연한 다카라즈카 출신 배우 다이치 마오의 열연이 인상적이었다는 코멘트가 다수 모아졌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피겨 스타 아사다 마오의 이름은 그녀로부터 따온 것이다.

 

 

현해탄을 건넌 한국의 <빌리 엘리어트> 소식
순위와는 무관한 내용이나 <빌리 엘리어트>의 한국판에 대한 호평이 눈에 띈다. 연극 평론가 하기오 히토미 씨는 외국어임에도 불구하고 귀에 매끈하게 달라붙은 한국어 가사, 등장 인물들 간의 독특한 열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진호 군의 빌리에 대해 ‘영국 오리지널 공연에 뒤지지 않을 실력’이라 극찬했다. 몇 번이고 더 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둘러본 다른 한국 뮤지컬에 대한 감상 역시 호의적이다. 일본과는 폐활량의 차이가 느껴진다는 오케스트라 관악파트에 대한 감상이 특히 인상적이다.

 

 

 

 

쟈니스의 저력
순위와 상관없이 매년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쟈니스에 대한 언급이다. 흑백 사진이 대부분인 이 책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 컬러 화보는 대부분이 쟈니스 아이돌의 자전적 뮤지컬(?)두 편이다. 타키자와 히데아키의 <신춘 타키자와 혁명>과 올해 데뷔 11년을 맞이한 도모토 코이치의 <엔드리스 쇼크(Endless SHOCK)>. 올해는 작품과 배우 순위에서도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올해의 전망, 지진은 뮤지컬계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특집은 전통적으로 매년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수도권 외에 관서 지방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한 작품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3월 일본을 뒤흔든 지진과 쓰나미는 수도권에 외지인이 발을 딛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본거지를 관서지방에 두고 있는 다카라즈카 등의 지역색이 강한 컴퍼니들이 지역성을 장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좋은 뮤지컬이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을 주기를 빈다.  

 

 

2010년 뮤지컬 Best 10
1. <캉디드> (토호/제국극장 6월1일~28일)
2. <사운드 오브 뮤직> (극단시키/시키 <秋>극장)
3. <사이드 쇼> (후지TV/도쿄예술극장)
4. <카사블랑카> (한큐전철, 다카라즈카가극단/도쿄 다카라즈카극장)
5. <팔 조이> (Quaras, 도쿄글로브좌/아오야마극장)
6. <프라이드> (토호/시어터 크리에)
7. <카바레> (니혼TV, 홀리프로, 피아/닛쇼극장)
8. <커튼즈>(Quaras, tv아사히/도쿄국제포럼)
9. <원더풀 타운.(TV아사히, 우메다예술극장/아오야마극장)
10. <사관과 신사> (한큐전철, 다카라즈카가극단/도쿄다카라즈카극장)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2호 2011년 5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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