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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뮤지컬&컬처 | Oh! Broadway The last 10 years on Broadway [No.82]

글 |지혜원(공연칼럼니스트) 2010-08-16 5,313

공연계의 변화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보다 훨씬 빠른 속도인 듯 하다. 공연 장르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외부 요인으로 인한 영향력이 큰 장르인데다, 관객들의 반응에 직접적으로,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한두 편의 작품 성패에 따라서 3~4년이라는 짧은 동안에도 전반적인 트렌드가 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뮤지컬>의 창간 10주년을 맞아 국내 뮤지컬계만큼이나 다사다난 했던 브로드웨이의 지난 10년간의 크고 작은 움직임들을 정리해본다.

 

 

해외 작품이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것이 불과 10년 남짓.

본격적인 뮤지컬의 부흥기를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초연 이후로 본다면 브로드웨이 작품이 초연 이후 1~2년 사이에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요즘의 빠른 흐름은 놀라울 정도이다. 지난 10여 년은 우리 공연계의 르네상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공연계만큼 격변의 시기를 보내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난 10년간 브로드웨이 역시 많은 변화의 움직임이 오고 갔다.

 

힘을 모아 극복한 9.11 테러의 위기
뉴욕의 상징 중 하나로 손꼽히던 쌍둥이 빌딩(월드 트레이드 센터)이 한 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던 지난 2001년 9월 11일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9년여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테러의 공포가 다소 무뎌진 듯도 하지만, 지난 5월 타임스퀘어에 정체불명의 트럭 한 대가 서있다는 이유로 인근의 시민과 관광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으니, 뉴욕은 여전히 테러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도시이다.

전 세계를 경악케 했던 9.11테러가 뉴욕을 강타했던 2001년 가을, 뉴욕은 전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삭막했다. 관광객이 관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브로드웨이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당시의 상황은 큰 악재가 되었다. 특히 매년 9월에서 11월까지는 새로운 작품들의 개막들이 줄을 잇는 시기이기에 많은 공연 관계자들은 텅 빈 뉴욕시의 거리에서 어떻게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는 작품의 존폐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당시 전례 없이 위축된 공연계는 상업 공연은 물론이고 다수의 비영리 공연 단체의 작품들마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제작 자체가 제고되는 지경에 놓였다. 객석 점유율은 20퍼센트 이상 하락했으며, 브로드웨이는 주당 3~5백만 달러(45~75억 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에, 브로드웨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적극적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브로드웨이가 뉴욕의 상징 중 하나라는 생각에 동의했던 뉴욕시 또한 이러한 브로드웨이의 노력에 적극 동참했다. 뉴욕시는 약 2백5천만 달러(30억 원)에 상당하는 공연 티켓 5만 장(한 장당 50달러씩 책정)을 구입했고, 뉴욕주는 브로드웨이의 홍보 캠페인을 위한 비용 100만 달러(약 12억 원)을 지원했다. 뉴욕시가 사들인 5만 장의 공연 티켓 중 3만5천 장은 뉴욕시의 관광 부처인 NYC & Company에 기부되었고 ‘Spend Your Regards to Broadway’라는 캠페인을 위해 쓰였다.

이 프로모션은 뉴욕시의 상점에서 5백 달러(60만 원)이상을 소비했거나 다른 공연의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두 장씩의 공연티켓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3만5천 장의 티켓 중 2만5천 장(1만2천5백 페어)는 구매 영수증을 제출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갔고 3천 장(1천5벡 페어)는 레스토랑과 상점의 개별 프로모션을 위해 사용되었다.) 나머지 티켓은 교육기관에 돌아가거나 라디오 프로모션 등으로 쓰였다. 5만 장의 티켓 중 나머지 1만5천 장의 티켓은 쌍둥이 빌딩을 위한 기금과 경찰, 희생자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도 브로드웨이 보다 작은 규모의 공연, 주로 14번가 아래에 흩어져 공연되고 있던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들까지 지원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공연 중이던 <틱틱붐>, <뱃보이> 등은 안타깝게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작품의 존폐를 위협하는 브로드웨이의 위기는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 미제라블>과 같은 롱러닝 작품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급기야 테러가 일어난 뒤 3일 후인 9월 14일 프로듀서, 극장주 협회에서 주관한 회의에서 프로듀서들은 각 노동조합에 협조를 구하기에 이르렀고 모두가 브로드웨이의 위기 극복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당시 공연하고 있던 브로드웨이 작품의 배우들로 하여금 의상과 분장을 갖추고 타임즈 스퀘어에 모여 ‘뉴욕, 뉴욕’을 함께 부르도록 요청했고 이를 광고로 제작해 20여 개국에서 방영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테러 이후 급격하게 감소한 뉴욕으로의 관광을 촉진하고 브로드웨이를 살리기 위한 전체 공연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브로드웨이의 위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회복될 수 있었다.

 

 

여전히 계속되는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 열풍
1999년 웨스트앤드에서 개막해 단숨에 영국 관객들을 매료시킨 <맘마미아>는 2001년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겨서도 흥행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팝 그룹 아바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의 성공은 2000년대 브로드웨이에 분명한 트렌드 하나를 제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뮤지컬계에서도 활기를 띠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제작붐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형식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영화로 먼저 제작되긴 하였으나) 그룹 비지스의 노래로 만들어진 <토요일 밤의 열기> 또한 주크박스 뮤지컬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를 훌쩍 뛰어넘은 <맘마미아>의 성공은 프로듀서들로 하여금 새로운 장르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감행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잘 알려진 곡들로 구성되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작품의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팝스타의 팬들을 뮤지컬 관객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곡들을 하나의 내러티브 안에서 적절히 호흡하도록 구성하는 것은 여전히 뮤지컬계의 숙제로 남아있다.


<맘마미아>의 성공 이후 브로드웨이에는 빌리 조엘의 노래를 바탕으로 제작된 댄스 뮤지컬 <무빙 아웃>,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들을 재구성한 <올 슉 업>, 비치 보이스의 히트곡들을 모아 제작된 <굿 바이브레이션즈>, 포 시즌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저지 보이즈>, 비틀즈가 아닌 존 레논의 이야기를 풀어낸 <레논>, 80년대 히트 록 음악들을 한데 모은 <록 오브 에이지스> 등 수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들 중 어떤 작품도 <맘마미아>에 버금가는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무빙아웃>, <저지 보이즈> 등은 작품성과 흥행성 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서둘러 막을 내려야 했다. 공연제작자들은 유명한 작곡가나 가수의 히트송에 기대어 흥행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싶어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안타깝게도 불발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특히 조니 캐시의 노래로 만들어진 <링 오프 파이어>, 밥 딜런의 노래들로 만들어져 주목을 받았던 <더 타임즈 데이 아 어 체인징> 등은 개막 후 평단과 관객 모두의 외면을 받으며 흥행에 참패하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의 열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09-2010년 시즌 토니상에 오른 작품상 후보에 오른 4편의 작품들 중 <밀리언 달러 콰르텟>, <펠라>, <아메리칸 이디엇> 등 무려 3편이 주크박스 뮤지컬의 형식을 띠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기존의 곡들을 작품의 내러티브 안에서 적절하게 구성하며 양질의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들어내는 일이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유명 가수의 노래들을 엮어 뮤지컬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려는 공연 제작자와 창작자의 노력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2000년대 브로드웨이의 트렌드 중 또 다른 하나는 뮤지컬 영화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물랑루즈>, <시카고>의 성공에 힘입은 뮤지컬 영화는 주목 받는 장르로 재인식되기 시작했고, 기존의 뮤지컬 작품을 영화로 옮긴 작품들이 속속 쏟아져 나왔다. 2004년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2005년에는 <렌트>와 <프로듀서스>, 2006년 <드림걸즈>, 2007년 <헤어스프레이>와 <스위니 토드>, 2008년 <맘마미아>, 2009년 <나인>에 이르기까지 대형 뮤지컬들이 스크린으로 옮겨져 무대와는 또 다른 매력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페임>은 기존 공연 작품과 기본 설정을 제외한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므로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긴 뮤지컬 영화에서는 제외하기로 한다.) 또한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하이 스쿨 뮤지컬> 등과 같이 아예 영화만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뮤지컬 영화들도 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 스크린으로 옮겨져 제작되는 경우, 영화의 성공여부는 브로드웨이 공연의 흥행과도 연결된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시카고>의 경우 영화의 성공은 1996년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롱런하는데 큰 기틀을 마련해주었다.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 등 오리지널 캐스트가 대거 참여해 주목을 받았던 <렌트>와 무대에서 풀어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담아 관심을 모았던 <오페라의 유령> 등도 영화의 완성도나 흥행성과는 별개로 영화의 개봉과 함께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가 급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작품들이 이러한 수혜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 중 가장 안타까운 작품은 바로 높은 기대 속에 영화로 제작되었으나 흥행에 참패한 <프로듀서스>이다. 2005년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프로듀서스>는 미국 내에서 약 10주간 상영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530억 원(약 3천8백6만 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이는데 그쳤다. 이어 개봉한 <헤어스프레이>나 <드림걸즈> 등도 그리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을 거두며 선전했지만 <시카고>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한 <맘마미아>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열풍을 이어감으로써 <맘마미아>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008년 여름 개봉한 <맘마미아>는 11월에 막을 내리기까지 전 세계 극장에서 무려 약 8천억 원(약 5천9백4십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으며, 역대 뮤지컬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뮤지컬 영화가 다시 한번 활기를 띨 것이라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시카고>의 롭 마샬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던 뮤지컬 영화 <나인>이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해 아직은 이렇다 할 후속작이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키드>, <인 더 하이츠>, <록 오브 에이지스> 등의 최근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들의 영화화가 속속 진행되고 있고, 2010년 토니 어워즈 신작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멤피스>의 영화화도 진행될 전망이어서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 다시 한번 뮤지컬 영화의 부흥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브로드웨이가 달라지고 있다
화려하고 즐거운 대형 뮤지컬과 객석을 채우는 40~60대의 백인 관객. 이들이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모습임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되었다. 브로드웨이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지난 10년 사이에만 불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브로드웨이는 1968년 뮤지컬 <헤어>를 통해 한 차례 충격적인 변화를 겪어왔고 이어 1996년 개막한 <렌트>는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할인 티켓(러쉬 티켓)을 사기 위한 젊은 관객들이 공연장 앞에서 밤을 지새우는 진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관객들의 안전을 걱정한 프로듀서들은 이후 선착순이 아닌 추첨제 러쉬 티켓으로 판매방법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캣츠>(1982), <레 미제라블>(1987), <오페라의 유령>(1988) 등으로 이어졌던 1980년대 메가-뮤지컬과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온 디즈니 시어트리컬의 대형 어린이 가족 뮤지컬의 등장, <프로듀서서스>, <헤어스프레이>, <위키드> 등 다시 한 번 주목을 끌었던 대형 뮤지컬 코미디의 열풍은, 작지만 신선한 작품들이 설 자리까지 양보할만한 상황이 못 되었다.


브로드웨이의 변화는 지난 2003년 개막해 이듬해 토니 어워즈 작품상을 포함해 6개 부문을 석권한 <에비뉴 Q>의 성공과, 이후 보다 탄력을 받았던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들의 브로드웨이 진출과 시기가 겹쳐진다. 최근 몇 년 사이 보다 분명한 움직임으로 자리를 잡은 브로드웨이로의 이행은 <스프링 어웨이크닝>(2006), <그레이 가든스>(2006), <패싱 스트레인지>(2008), <인 더 하이츠>(2008), <넥스트 투 노멀>(2009), <록 오브 에이지스>(2009) 등으로 이어졌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보다 새롭고 젊은 감성으로 다양한 관객층에 어필했던 작품들 중 상당수가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겨 공연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이 브로드웨이로 옮겨오는 것은 단지 작은 규모의 작품이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더 큰 무대로 진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처음부터 대형 뮤지컬로 기획된 작품들과는 소재와 주제, 구성에서부터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보다 신선하고 다소는 실험적인 내용과 형식의 작품들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진가를 인정받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일은 브로드웨이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 더 하이츠>처럼 처음부터 아웃 오브 타웃 트라이아웃 대신 오프 브로드웨이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브로드웨이로 옮겨오는 경우, 오프 브로드웨이가 자칫 브로드웨이행을 위한 시험무대로 변질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브로드웨이 변화의 또 다른 한 축은 바로 백인 제작자·배우·관객을 위한 공연 일색이었던 브로드웨이에 유색인종의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흑인들의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지는 것은 비록 드물긴 했지만 전무했던 일은 아니었다. <탑도그, 언더도그> Topdog, Underdog, <레이즌 인 더 선> A Raisin in the Sun, <캐롤라인 오어 체인지> Caroline, or Change 등과 같이 흑인 배우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있기는 했지만, 안정적인 흑인 관객층을 계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개막한 <칼라 퍼플>은 분명한 분기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흑인 자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명의 영화를 기반으로 한 <칼라 퍼플>의 막이 올랐을 때, 흑인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는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뜨거웠다.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참여했던 오프라 윈프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한 몫 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흑인들을 위한 이렇다 할 공연이 없었던 것도 <칼라 퍼플>이 그들의 요구에 정확하게 부응하는 작품이 되는 데 영향을 주었다. <칼라 퍼플>의 성공 이후 흑인 뮤지션 스튜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패싱 스트레인지>, 뉴욕에 사는 라틴계 이웃들의 이야기를 힙합 리듬으로 풀어낸 <인 더 하이츠>, 백인 DJ와 흑인 여가수의 로맨스를 그린 <멤피스>, 나이지리아 아티스트 펠라 쿠티의 이야기를 그린 <펠라> 등 백인 이외의 유색인종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작품들은 연이어 제작되고 있다. 브로드웨이는 더 이상 백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롱 러닝 작품들
브로드웨이에서는 (특히 뮤지컬의 경우) 대부분의 작품이 폐막일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오픈 런으로 공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공연의 흥행성적에 따라 개막 후 며칠 이내 혹은 몇 달 내에 막을 내릴 수도 있지만, 흥행성적이 좋은 경우 수 년간, 경우에 따라서는 십 년 이상 공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되고 있는 작품은 1988년 1월 막이 오른 이후 놀랍게도 현재까지 박스 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다. 하지만 롱 러닝 뮤지컬의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작품 중 이미 막을 내린 작품들도 여러 편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1982년부터 2000년까지 공연된 <캣츠>는 18년간 공연이라는 기록으로 막을 내린 지 이미 10년이 넘어서도 여전히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0년간 10년 이상의 장기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 작품들로는 <레 미제라블>(1987~2003), <미녀와 야수>(1994~2007), <렌트>(1996~2008), <미스 사이공>(1991~2001) 등이 있다. <레 미제라블>은 막을 내린 후 3년 만인 지난 2006년 브로드웨이로 돌아와 10개월 간의 짧은 기간 동안 재공연되었으며, <렌트>는 마지막 공연 실황을 DVD로 제작해 마지막 순간을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나라의 공연계만큼이나 다사다난했던 브로드웨이의 10년을 되돌아보면서 공연계의 발 빠른 변화를 새삼 느낄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이와 함께 다양한 매체가 출현하고, 관객들의 취향과 성향도 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온라인 마케팅의 양상만 살펴보아도 이러한 변화는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앞으로 또 10년, 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적, 사회적 흐름 속에서 전 세계 공연계가 어떠한 모습으로 달라져갈 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2호 2010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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