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뮤지컬&컬처 | <러브 네버 다이즈> Love Never Dies 끝나지 않은 사랑의 노래 [No.79]

글 |신준미(자유기고가) 사진제공 |RUG 2010-04-09 6,020

설레는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 하우스 커튼에 투영되는 공연 로고를 보며 이 공연의 분위기를 상상해본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어찌 보면 공포스럽기까지 한 로고는 순간적으로 팬텀 전편의 향수에 빠져들게 했다. 그 감동 그대로를 떠올리며 이미 시작 전 설렘은 극에 달했다. 자욱한 안개 속에 펼쳐질 팬텀의 여정을 기대하며 막이 올랐다.

 

 

내 머리 속에 있던 전편의 기억은 공연의 시작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20세기 초, 뉴욕의 코니아일랜드의 화려한 장관을 표현하기 위해 쓰인 최고 기술의 프로젝션과 회전무대, 첨단기술의 특수효과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팬텀 왕국으로 인도했다.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와는 사뭇 다른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두 개의 스크린에 투영되는 영상은 3D영화처럼 살아 숨쉬는 듯 환상적이고 입체적인 공간을 재현했는데, 마치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밤거리를 연상케했다. 그 후에도 암전 대신 영상을 통해 다이내믹하게 장면 전환을 하는 탁월한 연출력이 돋보였다. 팬텀의 방은 심플해 보이지만 수많은 특수효과와 최첨단 메커니즘으로 가득 채워져 눈을 즐겁게 한다. 현대적으로 무장한 화려한 세트와 조명은 전편에서 선보인 클래식한 화려함과는 또 다른 특별한 화려함을 선사한다.

 


무한 상상력으로 창조된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멀리 하늘에서 날아오는 듯한 기구, 달리는 은색마차, 대관람차와 회전목마 등 코니아일랜드를 떠올리는 장면은 영상을 이용해 사실적으로 보여주었고, 걸어 다니는 해골여인, 드럼 치는 킹콩 등 신비로운 캐릭터들을 무대효과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한다. 특히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치는 오르골은 전편의 심벌즈를 치는 원숭이를 연상케했다.

 

연출인 잭 오브리언은 음악의 천사인 유령보다는 크리스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시종일관 노래하는 한 남자로서의 모습을 강조한다. 공연 중간중간 마스크를 벗고 흉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괴로워하며, 고뇌하는 팬텀은 신비로운 인물이 아니라 그저 한없이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가 부각됐다. 라울의 캐릭터는 흥미롭다. 크리스틴과 함께 팬텀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인 줄 알고 키워왔으나 사실을 깨닫고 난 후 배신감과 증오, 상실감을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이전의 선량한 라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간적인 고뇌가 보였다. 하지만 그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기에는 그에게 주어진 노래와 물리적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보였다.

 


크리스틴은 아름답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목소리와 외모만으로 팬텀을 비롯한 관객들까지 모두를 사로잡았다. <러브 네버 다이즈>의 배역 중 히든카드는 라울과 크리스틴과 함께 아들로 등장하는 구스타브다. 팬텀과 크리스틴 사이의 아들이란 설정 자체가 충격적이다. 또한 작품 속에서 구스타브 차지하는 노래와 연기의 비중이 적지 않다. 그의 순수하고 맑은 목소리는 공연 내내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 들렸다.


극의 구조가 다이내믹하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하지만 공연의 마무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사건(스포일러성이므로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다.)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충분한 동기 부여가 부족했다. 아들인 구스타브가 팬텀의 흉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버지임을 인정하는 장면은 데자뷰처럼 전편의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키스하던 그 장면을 연상시키며 막을 내렸다.
  

 


<러브 네버 다이즈>에서도 웨버의 음악은 관객을 압도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웨버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나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또한 곳곳에 숨어있는 전편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올 땐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뉴욕이라는 배경이 웨버의 음악을 놀랍도록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허락해 준 듯, 클래식, 재즈, 왈츠, 록앤롤 등 그의 음악적 욕심을 모두 쏟아부었다. 이 모든 장르의 음악은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예술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한 곡 한 곡 연주될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되는 악기의 구성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21인조 오케스트라 그 이상의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특히, 요소요소에 적막을 깨고, 흘러나오는 색소폰과 목관악기의 솔로 연주는 극도의 긴장감을 이완하듯, 마음을 녹인다.

 

 


팬텀이 크리스틴을 그리워하며 부른 Til I Hear You Sing. 이번 공연의 팬텀 역을 맡은 라민은 이 곡을 관객의 심장을 향해 직접 노래하듯 섬세하면서도 파워풀한,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소화하며 전편의 Music of the Night을 능가하는 최고의 곡으로 완성했다. 그 강렬한 멜로디는 지금도 머리 속에 가득하다. 구름 위를 산책하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크리스틴과 구스타브가 함께 부르는 왈츠풍의 Look With Your Hear 는 너무도 깨끗한 목소리만큼이나 한없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사한다. 팬텀과 크리스틴이 대면하여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부르는 Once Upon Another Time 에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충격적인 웨버표 록을 선보였고, 색소폰 솔로로 시작하는 The Beauty Underneath, 라울의 복잡한 심경을 그린  Why Does She Love Me?, 팬텀과 라울 남자들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는 Devil Take The Hindmost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 사이에서도 섬세한 음악적 연결고리들은 마술처럼 이어진다. 또한 크리스틴이 두 남자를 사이에 두고 극중 공연에서 부르는 Love Never Dies는 가장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를 갖으며, 크리스틴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웨버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환상적인 오케스트레이션, 그를 표현해준 경이로운 가창력의 팬텀과 크리스틴. 그들이 만들어낸 <러브 네버 다이즈>의 음악은 압권이다. 그의 음악 하나만으로도 <러브 네버 다이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79호 2010년 4월 게재기사입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