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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특수병동> 김경호 작가·손윤아 작곡가 [No.112]

글 |박병성 사진 |김호근 2013-01-25 3,731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
뮤지컬 창작자를 지원하는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2012년 마지막 작품은 비밀을 감춘 불치병 환자들이 모여드는 <특수병동>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도피처, 특수 병동. 이곳으로 오게 된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연들이 있었을까? 6회 DIMF 창작 지원작으로 선정된 <내 인생의 특종>으로 호흡을 맞춘 김경호 작가, 손윤아 작곡가가 비밀에 찬 <특수병동>을 만들었다.

 

*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신인 뮤지컬 창작자들에게 작품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작품 소개

부유한 외동아들 도현은 아버지가 유산을 모두 특수 병동에 기부한 것을 알고는 유산을 찾겠다며 그곳으로 간다. 그러나 그곳은 여느 병원과 다르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이 모여 있는 특수 병동이지만 활기차다. 알고 보니 그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몰려 특수 병동까지 온 루저들이다. 살아남기 위해 불치병에 걸린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들이 정말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된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미스터리 형식이다. 이런 형식을 선택한 이유라면?
김경호  처음부터 미스터리물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소재를 잡고 이것을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다 미스터리 요소를 넣어본 것이다. ‘휴먼 미스터리’라고 장르를 붙였지만 실제 지향한 것은 ‘미스터리 휴먼’이다. ‘휴먼’에 방점을 넣었다. 그런데 보시는 분들이 포스터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미스터리물로 보시더라.


 

유산을 찾으려는 망나니 아들의 이야기, 불치병인 척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들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무정한 사회 이야기 등 이야기가 다양하게 전개된다.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그래서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김경호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다.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태국이나 동남아같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이 더 여유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뉴질랜드의 유력지에 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왜 자살을 많이 할까’에 관한 내용이었다. 뉴질랜드까지 갈 때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많은데 거기 가서도 한국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하나 보더라. 기사에서 그 이유로, 한국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너무 많이 인식하고, 체면을 중시하고, 너무 경쟁의식이 강하다는 점을 들었다. 외국에 나가서까지 이러는구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어떤 해답이 있을 수 없고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불치병에 걸린 인물들이 주부, 회사원, 학생 등으로 전형적인 인물이다. 각 인물들의 개별적인 사연들이 드러나지 않고 캐릭터들이 입체적이지 못해 불치병자로 살아가야만 되는 이유가 와 닿지 않았다.
김경호   그런 지점들은 우리도 많이 공감하고 있다. 리딩 끝내고 시놉시스 작업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제목이나 소재, 주제 빼고는 다시 원점에서부터 전면 수정하려고 한다.
손윤아   미스터리라는 형식이 함정이 됐다. 처음 의도했던 것은 사람의 이야기인데, 미스터리 형식을 택하다 보니 사람보다도 논리적 진행에 중점이 놓이게 됐다. 문제가 생겨서 그것을 보완하면 다른 문제가 생겼다. 심지어 미스터리 방식은 우리가 중심으로 삼으려 했던 방식도 아니었다.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들을 보완하지 못하고 올려서 아쉽다.


간호사와 의사를 지나치게 비정한 캐릭터로 만든 것은 아닌가. 이들은 불치병인 척 살아가는 30여 명의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보험료를 타려면 오히려 환자들을 더 살려두어야 하지 않을까?
김경호   죽이는 게 아니고, 이 사람들이 가짜 환자니까 보험료를 탈 수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이들을 진짜 환자로 만드는 것이다. 보험료를 받을 수 있는 진짜 환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 리딩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김경호   굉장히 고마운 시간이었다. 상상만 했던 부분이 리딩을 통해 구체화되었고, 가장 좋았던 것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누가 신인 창작자들의 작품을 그렇게 꼼꼼하게 봐주시겠나. 멀리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도 중요하지만 뮤지컬 창작자로서 내공을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설사 이 작품이 못 올라간다 하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작가로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면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본다.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
손윤아   둘이 함께 작업한 첫 작품에서는 이미 대본이 나와 있는 상태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서 이야기 구조와 음악이 유기적인 작품이 나오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뼈대를 만들고 논리를 세우는 데 집중하다 보니까 음악적으로 좀 더 뮤지컬스럽게 하지 못했다. 그런 점은 아쉽다.


환자들에게 불치병은 그들이 살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살기 위해 불치병 환자인 척한다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인물들이 행복하게 보인다는 대목은 무리인 것 같다. 이들은 언제까지 불치병 환자로 머물 것인가, 어떻게 다시 사회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손윤아   두 번 리딩을 했는데 첫날과 둘째 날 엔딩에 변화를 주었다. 첫날은 원래대로 비극으로 끝난다면 둘째 날은 환자들의 행복한 미래를 보여주는 곡을 넣어 마무리했다. 환자들의 이야기가 깊게 다루어지지 않다 보니 너무 갑작스럽게 해피엔딩으로 몰아간 것 같아 어울리지 않았다.

 

 

 

 

 

둘째 날 결론을 바꾼 이유는?
김경호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워크숍 공연이니까 작품을 완성하기보다는, 다양한 방향을 실험해보자는 의미가 컸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자들의 이야기라고 했는데, 작품에서 불치병 환자들은 이것이 아니면 선택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부적응자들도 상상은 해도 이런 극단적 방법까지 선택하지는 않는다.
김경호
   도망가고 싶은 사람들이 실제 그렇게까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가 비판받는 것은 현실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미스터리 형식이 섞이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갈 것인지, 그렇게 만드는 사회 문제로 갈 것인지 제대로 초점을 잡지 못했다. <유린타운>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인물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렇게 내모는 사회를 비판하는 블랙 코미디로 가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손윤아   결국 루저들의 이야기인데, 루저라는 것이 어떤 게임에서 져야 루저인 것인데, 게임을 해보기도 전에 세상에서 정해준 면도 있다. 성격적인 결함을 가진 사람도 있고, 가지고 태어난 것이 열등해서 루저가 된 이들도 있다. 가상 현실이라면 이러한 면을 더 부각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음악 반응은 어땠나?
손윤아
  처음 곡인 ‘특수 병동’은 괴기하고 다음에 나오는 ‘나는 환자’는 너무 리드미컬하고 밝아서 음악 컨셉이 의아하다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환자’는 마지막에 작곡한 곡인데, 인물들이 전형적인 면이 있어 쇼적으로 재밌게 보여주려 하다 보니 앞의 곡과 음악적 컨셉이 달라졌다.
김경호   오히려 그런 다양함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스터리 형식이지만 계속 긴장감을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 작곡 멘토의 의견이었고, 그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악기 구성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손윤아
   예산 내에서 구성하려고 했다.(웃음) 작품이 무겁다 보니까 클래식한 컨셉으로 갔다. 일반 현대음악을 한 사람에게는 익숙한 음악이지만 뮤지컬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반조성으로 기괴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특수 병동’의 곡 분위기를 전체 분위기로 가려 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2호 2013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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