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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탱고 뮤지컬 <탕게라> 탱고의 진짜 주인공과 만난다 [No.115]

글 |송준호 사진제공 |LG아트센터 2013-05-28 3,738

한국에서 ‘탱고 뮤지컬’은 더 이상 특별한 이름이 아니다. 탱고라는 춤을 콘텐츠로, 음악을 덧입혀 보여주는 여러 브랜드 공연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등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탱고 뮤지컬의 수요는 꾸준하다. 왜일까. 탱고는 비슷한 성격의 다른 볼룸댄스와는 다르다. 커플 댄스라는 점은 같지만, 정해진 스텝이 없기에 탱고는 종종 미완성의 춤으로 불리곤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내밀한 교감이 이루어지게 된다. 완성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치열한 탐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육체와 영혼의 끊임없는 대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로틱한 에너지가 관객을 매료시키는 동인이었다.


또 하나의 탱고 뮤지컬이 그렇게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탱고를 주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남성 댄서다. 스페인어로는 탕게로(Tanguero)다. 여성 댄서인 탕게라(Tanguera)는 탕게로가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긴다. 그런데 탕게로는 파트너의 마음을 간파하면서 춤을 리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탱고의 진짜 주도권은 탕게라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탱고 뮤지컬 <탕게라>가 주목한 점도 바로 이런 여성의 주체성에 관한 것이다.

 

한 여인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에 도착하면서 시작되는 <탕게라>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그녀에 집중돼 있다. 이후 우연한 만남과 사랑, 시련과 극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에피소드는 댄스 뮤지컬답게 단선적이다. 하지만 사회 속 여성이 수동적인 처지를 어떻게 능동적으로 극복하는가에 주목한 것이 <탕게라>가 다른 탱고 뮤지컬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탱고는 모든 것을 탕게로가 책임진다는 점에서 가부장적이지만, 그 반대편에는 남자를 조종하는 탕게라의 심리전이 있다. 이 작품은 그런 탱고의 이중적 속성을 드라마에 담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또 격식을 차리지 않고 즉흥성이 강한 탱고는 춤과 음악 모두 태생적으로 서민의 삶과 닿아 있다. 19세기 중반 신대륙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의 민족음악과 쿠바 춤곡 하바네라가 결합해 탄생한 탱고는 도시 빈민들이 향수와 삶의 애환을 달래는 수단이 됐다. <탕게라>에서도 탱고는 희망을 찾아 고향을 떠나온 이민자들과 부둣가 노동자들의 고달픔과 서글픔을 특유의 열정적인 박동과 애잔한 선율로 표현한다. 작품 외적으로도 <탕게라>는 2002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며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졌던 아르헨티나에서 18개월 동안이나 흥행에 성공하며 절망에 빠진 국민들의 시름을 달래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탕게라>의 차별성은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에서 온 최초의 댄스 뮤지컬이라는 데 있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었던 작품들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에서 제작된 ‘미국산’이나 ‘영국산’이었다면, <탕게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 나시오날 극장(Teatro El Nacional)에서 시작된 ‘원조 탱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조의 힘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아르헨티나 국내 뮤지컬 상을 휩쓴 후 해외로 진출한 이 작품은 이후 뉴욕의 시티센터,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 모스크바의 체호프 극장, 베를린의 슈타츠오퍼, 일본의 분카무라 등 세계 주요 도시의 공연장에서 폭넓은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4월 25일~5월 8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5호 2013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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