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펑크 록 밴드 그린데이의 음악으로 만든 록 오페라 <아메리칸 이디엇>이 국내에 상륙한다. 오는 9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투어 팀이 한국을 찾는 것이다. <아메리칸 이디엇>은 방황하는 청춘 조니와 윌, 터니, 세 사람을 통해 9·11 사태 이후 미국의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불안과 정체성 혼란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작품. 2010년 브로드웨이 화제작을 이렇게 빠르게 국내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니, 신기하고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그린데이나,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소식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가 마이클 메이어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2006년, 마이클 메이어가 탄생시킨 혁신적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할 만큼의 대단했으니까. 게다가 <넥스트 투 노멀>의 작곡가 톰 킷이 음악 수퍼바이저로 참여해 편곡을 맡았다는 점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뮤지컬의 모티브가 된 음반「아메리칸 이디엇」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점 하락세를 걷던 그린데이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앨범으로, 대중적인 성공은 물론 평단에서도 만장일치의 찬사를 받은 명반이다. 음반 발매 직후 미국 내에서만 5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니, 당시의 인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아메리칸 이디엇」이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펑크 록 밴드의 음악에 사회를 향한 분노와 저항이 없다고 평단의 조롱을 받았던 그린데이가 지금 이 시대의 미국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린데이의 리더 빌리 조 암스트롱은「아메리칸 이디엇」을 통해 이라크전을 일으킨 부시 정권과, 미디어 매체에 의해 통제되는 미국 사회에 직격탄으로 던진다.「아메리칸 이디엇」의 뮤지컬화는 마이클 메이어의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2009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레퍼토리 극장에서 개막한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유명 가수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은 이미 많지만, <아메리칸 이디엇>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작품이 히트곡을 엮어 드라마로 만든 뮤지컬이 아닌 앨범의 컨셉과 주제 그대로 뮤지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앨범의 트랙 순서 그대로 공연이 진행된다(이는「아메리칸 이디엇」의 수록곡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주제를 전달하는 컨셉 앨범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기본적으로는「아메리칸 이디엇」수록곡을 바탕으로 하지만, 효과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해 그린데이의 다른 앨범 수록곡도 담겨있다. ‘21 Guns’를 비롯한 8집 「21th Century Breakdown」 수록곡 다섯 곡과 컴필레이션 앨범 「Rock Against Bush Vol.2」 수록곡 ‘Favorite Sun’ 등이 포함돼 있다.
<아메리칸 이디엇>의 또 다른 볼거리는 무대디자이너 크리스틴 존스가 펑크 록 클럽과 창고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무대 세트다. 크리스틴 존스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무대로 2010년 토니어워드 무대디자인 상을 거머쥐었다.
9월 5일~9월 22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588-5212
한 줄 평 : 그린데이와 마이클 메이어가 감각적으로 만들어낸 청춘들의 현실적인 이야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0호 2013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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