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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TRAVEL] 도쿄에 올라간 <뱀파이어> [No.132]

글 |이성준(음악감독) 사진 |이성준(음악감독) 사진제공 |엠뮤지컬아트 2014-10-18 4,533
지난 8월 10일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홀에서는  <뱀파이어>의 막이 올랐다.
엠뮤지컬아트와 일본의  쿠아라스가 공동 제작한 <뱀파이어>는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이례적으로 일본에서 먼저 개막했다.
<뱀파이어>의 음악을 담당한  이성준 음악감독이 개막 소감을 전해왔다.



대대적인 작품 수정에 들어가다

뮤지컬 <뱀파이어>의 원래 제목은 <드라큘라>다.   <드라큘라>는 2006년 한전아트센터에서 신성우, 이종혁, 신성록 주연으로 처음 상연되었다. 당시 내 나이 스물여섯 살, 뮤지컬 음악감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연한 기회로 이 작품을 두 번 관람했다. 뮤지컬 넘버는 아름다웠고, 스토리는 매우 환상적인 로맨스를 담고 있어 무척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특히 신성우라는 배우가 뿜어내는 록 가수 특유의 카리스마는 두고두고 좋은 기억을 남겼다. 
새내기 음악감독 시절 만났던 <드라큘라>를 일을 시작한 지 정확히 10년째 되는 해 작업하게 되면서 흘러간 시간만큼 조금 아쉬운 점들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번 일본 공연은 왕용범 연출가와 함께 작품 수정 작업에 돌입했고, 급기야 이전과 많이 다른 새로운 창작의 글이 나오는 대공사(?)를 하게 됐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좋은 멜로디나 독특한 리듬의 힘은 분명히 있지만, 흔히 말하는 아리아, 즉, 배우들의 독창곡들이 거의 없어서 요즘 관객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들을 보완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내 음악 철학인 ‘나부터 감동을 해야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한 곡 한 곡 편곡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개막 3개월 전, 연습 돌입

보통 공연 준비 기간보다 2개월이나 더 되는 시간을 들여 준비했지만 재창작이라는 부담감은 생각보다 컸다. 뮤지컬 음악감독 10년 차로 경험을 꽤 쌓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첫 앙상블 연습은 몹시 설레고 긴장됐다. 개막을 세 달 앞둔 5월 20일, 첫 연습이 시작되면서 뮤지컬 <뱀파이어>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예전에 비해 배우들의 기량이 월등히 발전해서 앙상블 팀의 실력도 화려했고 음색도 다양해서 긴장은 더 배가 됐다. 더욱이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 때의 원래 음악을 알고 있었던 배우들, 심지어는 2006년 공연에 직접 참여했던 앙상블이 있었다. <뱀파이어>에서 이루어진 변화에 자신은 있었지만 한편으론 두려움도 있었다. 
5월 30일, 연습 시작 10일 차 서병구 안무 선생님이 연습에 참여하면서 매혹적이면서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그로테스크한 안무가 노래와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서병구 선생님은 <드라큘라> 때도 매우 센세이셔널한 뮤지컬 안무를 선보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더욱더 작품의 느낌을 잘 살리는 안무가 만들어졌다.
이번 일본 공연은 라이브 반주가 아닌 녹음 반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7월 28일부터 사흘에 걸쳐 오케스트라 MR이 녹음되었다. 이 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내가 지휘했던 뮤지컬 중 가장 규모가 큰 40인조로 이루어졌다. 큰 규모로 완성도 있게 녹음된 MR은 내가 들어도 매우 행복해질 만큼 따뜻하고 아름다워서 운전하면서 귀가 찢어지게 틀어놓고 다닐 정도로 듣고 다녔다. 



베일을 벗은 <뱀파이어>

8월 초부터 일본 스태프들과 함께 무대 셋업을 진행했다. 셋업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언어의 장벽은 넘을 수 있는 벽이라는 사실이다. 짧은 셋업 기간에 한일 스태프들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정을 쌓아갔다. 
공연 개막 날,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이렇게 큰 뮤지컬을 진행하는 것이 처음이었던 나는 2,000석이 넘는 오차드홀에서의 첫 공연을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무대감독의 지시에 맞춰 서곡이 시작되는 순간 얼마나 두려웠는지. 하지만 다행히 공연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무사히 첫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커튼콜이 시작되자 객석에서 기립박수를 보내는 그들을 보면서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퇴장곡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박수를 치는 그들을 보면서, 이토록 한국 뮤지컬을 사랑해주는 일본 관객들이 많은데 나는 과연 일본의 문화를 얼마큼 존중하고 아껴주었는가라는 반성을 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이 끝난 후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백스테이지 투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선정된 관객들이 약 15분 정도 무대에 올라와 무대를 직접 밟아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제작 팀의 설명을 들으면서 무대와 소품 등을 더 가까이 경험하는 이벤트였다.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만든 뮤지컬을 사랑하는 외국인을 보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백스테이지 투어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뒤에는 일본 뮤지컬 제작 팀들이 준비해준 기념 파티가 열렸다. 일본 제작 팀들이 특별히 마련해 준 작은 케이크로 이번 <뱀파이어>가 데뷔작인 배우들을 축하하고 격려해주는 세리머니를 했다. 데뷔식을 치른 배우들 가운데는 이번에 드라큘라 역을 훌륭하게 잘 소화한 이홍기 배우도 있었다. 이렇게 데뷔하는 배우들을 축하해 주다 보니 10년 전 뮤지컬 음악감독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돌아보게 됐다.
아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도쿄의 오차드홀에서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땀 흘리면서 또 하나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애쓰고 있을 우리 뱀파이어 팀에게 바다 건너 이곳에서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 지면을 빌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배우를 사랑하고 한국이 만든 뮤지컬을 사랑해 주는 일본의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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