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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NER VIEW] <보니 앤 클라이드> 악당은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No.129]

글 |누다심 사진제공 |엠뮤지컬아트, CJ E&M 2014-07-28 5,212
‘악당은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철학자와 종교인, 사상가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던졌던 질문이다.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던 심리학자들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중 한 명이 사회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박사다. 

1970년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그는 범죄자들의 높은 재범률에 관심이 있었다. 감옥이라는 ‘환경’이 범죄자를 교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아주 평범한 사람도 그런 환경에서는 범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고자 지역 신문에 ‘환경 조작에 따른 심리 변화’를 주제로 심리 실험을 한다며 광고를 냈다. 광고를 보고 모인 70여 명의 사람 중 정신 병력과 범죄 이력이 없고 경제 수준과 지능, 건강 등에서 정상적인 사람들을 선발했다.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의 한 건물에 모의 감옥을 만들고  반에게는 간수 복장을 나머지 반에게는 죄수 복장을 입혀 들여보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필립 짐바르도는 간수에게 어떠한 물리적 폭력도 사용하지 말 것, 죄수에게는 간수의 말에 순종할 것을 요청했다. 이외의 어떤 규칙도 없었다. 참가자들은 실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2주 동안 재미있게 감옥 놀이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들은 역할에 몰입하게 되었다. 간수들은 죄수들을 학대하고 폭행했으며, 죄수들은 이에 반발해 복수를 계획했다. 죄수들은 간수들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서, 간수들 역시 이들을 통제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결국 실험은 예정과 달리 단 6일 만에 끝났다. 더 이상 진행하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심리학 역사에 길이 남게 될 이 실험을 통해 악당은 타고난다기보다는 만들어진다는, 즉 환경이 평범한 사람을 악당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역시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클라이드는 어린 시절부터 문제아였다. 남의 물건에 손을 잘 댔기에 보안관에게 자주 끌려가곤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그가 태어날 때부터 악당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배고픔 앞에서 통제에 따르기는 쉽지 않다. 극 중에서 보안관은 클라이드한테 “네가 장발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라고 호통을 치지만, 그의 범죄는 분명 가난함과 배고픔이 주요 원인이었다.

물론 배가 고프다고 모두가 악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를 정말 악당으로 만든 것은 주변 사람들의 편견 어린 오해와 불신이었다. 마치 평범한 사람들을 모의 감옥에 들여보내 놓고 “넌 죄수니까 죄수답게 해”라는 압박을 받았을 때, 놀랍게도 그들이 죄수처럼 행동했던 것처럼 말이다. 클라이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총을 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경찰들은 어릴 때부터 우릴 못 잡아 안달이었어.
훔치지 않았을 때도 우린 계속 도망 다녔어.
경찰들이 천막에서 아무 죄 없는 우릴 끌어낸 게 몇 번이지?
내가 메이슨 씨 가게에 취직했을 때에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짜고짜 내 몸을 수색했어.
그러니 안 잘리고 배겨?
아무것도 날 자유롭게 할 수 없어. 자유는, 훔치는 거야.
어차피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뿐이야.
총 든 강도, 총 안 든 강도, 그리고 빼앗기는 자.
난 차라리 총을 들겠어.

악당은 타고나기보다는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모든 범죄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소위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면서 연쇄살인범의 전형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타고나는 범죄자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잘못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특별한 원한이 없어도 순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아주 잔혹하게 죽인다. 상대의 고통을 보고 싶어서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제거하듯 사람들을 죽인다. 당연히 이들은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클라이드는 어떤가? 클라이드는 상대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강도질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게 되었을 때 괴로워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보니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보안관들과 전쟁을 함께 치르던 형이 쓰러지자 미안해하고 슬퍼하던 사람이었다. 

보니와 클라이드가 미국 전역에서 영웅 취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아무나 괴롭히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 경제 대공황이라는 상황에서 국가와 부자, 그리고 은행은 서민들의 것을 빼앗아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서서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이때 클라이드는 행동으로써 서민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보니와 클라이드에게 환호했다. 은행을 털기 위해 들어갔을 때, 그들에게 사인까지 받는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로 말이다. 보니와 클라이드가 수백 발의 총탄에 쓰러진 지 8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그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누다심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을 꿈꾸는 이.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등이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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