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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Odd Notes] 봤던 작품도 다시 보자, 스핀오프 [No.128]

글 |이민선 2014-06-28 4,140

개막을 앞둔 뮤지컬 <오필리어>의 제목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햄릿. 신작 <오필리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이 작품이 오필리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고전 <햄릿>을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와 <위키드>를 이야기할 때도 늘 뒤따라오는 제목들이 있다. ‘백설공주’와 ‘오즈의 마법사’. 두 작품도 <오필리어>처럼, 기존의 작품 속에 등장했던 조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시선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 기존의 작품 속 인물과 상황을 재료 삼아 제작되는 스핀오프(Spin-off)는 원작과는 독자적인 작품으로서 재미를 주는 동시에, 원작의 참신한 재해석을 들려준다.



원작의 형제들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그 인기에 힘입어 닮은 듯 다른 후속작들을 배출해낸다. 그것은 ‘시퀄’이나 ‘프리퀄’이 되기도 하고, ‘스핀 오프’일 때도 있다. 시퀄은 원작의 결말에 이은 다음 이야기, 흔히 말하는 속편을 일컫는다. 프리퀄은 시퀄과 반대로, 시간 순서상 원작의 일들이 일어나기 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스핀오프는?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원작에 등장했던 주인공 외의 인물이나 다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파생 작품을 뜻한다. 스핀오프는 원작과 비교했을 때 시점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비슷한 줄거리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준다.

거대 기업을 소규모의 새로운 회사들로 분리한다는 의미의 경제적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던 스핀오프는 이후 영화나 소설, 연극, 게임, TV 드라마 등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장르 전반에 쓰이고 있다. 원작에 등장했던 조연 각자가 주인공인 새로운 이야기들이 원작으로부터 분리돼 나온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 개념이 대중문화에 처음 적용된 예는 NBC의 <피버 맥지 앤 몰리> 쇼이다. 이 쇼의 주인공은 피버 맥지와 몰리였는데, 함께 출연했던 조연 길더슬리브가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끌자 후에 <더 그레이트 길더슬리브> 쇼가 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무릎팍 도사>에서 인기를 끈 ‘건도’가 주인공이 된 스핀오프 토크쇼 <건방진 도사>가 나온 셈이다.



시리즈물의 재미 확대

영화계에서는 <스타 워즈> 시리즈의 등장 이후 스핀오프의 제작이 활발해졌다. <스타 워즈>는 시퀄과 프리퀄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의 부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들을 다수 제작하면서, 그야말로 <스타 워즈> 일가를 이루었다. 원작의 흥행에 기대어 제작되는 후속작들은 제작진과 관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다. 원작을 사랑했던 관객은 한 편으로 끝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고, 제작자들은 원작의 관객들을 끌어들여 적은 위험 부담으로 신작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의 뒷이야기와 주인공의 과거 등 식상한 우려먹기는 시리즈의 명성을 어둡게 만들기도 한다. 이때, 스핀오프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스핀오프는 원작에서 인물과 배경, 스토리를 가져와 안정성과 익숙함을 무기로 삼는 동시에, 주인공을 교체해 원작에 갇히지 않은 새로움으로 맞선다.

단편 제작에 그치지 않고 주로 시리즈로 제작되는 히어로물에서 스핀오프를 자주 볼 수 있다. 슈퍼 히어로의 옆에는 늘 충실한 조력자와, 주인공과 강렬하게 대비를 이루는 적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들은 그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그 결과 <엑스맨>, <배트맨>과 동행했던 울버린과 캣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으며, 최근 <스파이더맨>과 <어벤져스> 등의 스핀오프 제작 소문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는 원작과 관련 있는 다른 주인공을 내세운 <호빗>과 <신비한 동물 사전>으로 기존 팬들의 관심을 이어가려 한다. 이들 작품들은 원작의 세계관 및 배경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주인공의 시선에서 스토리를 전개한다. 그 덕에 스핀오프는 독자적인 작품으로서 인정받는 동시에, 원작 및 다른 시리즈물과 한 가족을 이뤄 그들과 비교하는 재미도 준다.



고전 재해석의 무기

고전은 원전 그대로도 꾸준히 읽히지만 끊임없는 변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최대한 원작 그대로 재현한 작품들이 전통적 정통성을 보여준다면, 실험적인 해체와 변신으로 재해석의 파격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다. 당대 관객들의 성향을 반영해 고전 속 인물과 사건들이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기도 하는데, 이때 스핀오프는 고전 재해석의 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영화 <방자전>은 <춘향전> 속 조연인 방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시선에서 원작을 뒤집어 보여주었다. 등장인물의 신분과, 몽룡의 한양 행으로 그와 춘향이 헤어지는 드라마 설정은 같지만, 춘향과 몽룡 사이에 끼는 사람은 변학도가 아닌 방자다. 우리가 아는 고전은 춘향을 사랑한 방자에 의해 미화된 것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한 영화는 춘향과 몽룡, 방자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게다가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매력이 있어야 하는 것, <방자전> 속 방자는 극중 누구보다 남자답고 충직하며 헌신적이다. 오히려 몽룡은 출세를 위해 사랑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계산적인 인물이며, 춘향은 사랑과 신분 상승을 모두 쟁취하려는 영악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었던 춘향과 몽룡을, 방자의 시선에서 사랑보다는 사회적 성공을 바라는 현실적인 인물로 바라본 <방자전>은 현재 관객의 공감을 얻는 동시에 고전을 새롭게 비틀어 흥미로움을 느끼게 했다.

<햄릿>의 현대적 재해석을 의도하고 제작된 <오필리어>에서도 오필리어의 캐릭터 변신은 불가피하다. 원작에서 짧게 등장해 수동적이고 나약한 인물로만 비쳐졌던 그녀는 <오필리어>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동적인 인물로 바뀌었다. 지금으로선 폭넓은 공감을 얻기 힘들어 보이는 고전 속 오필리어를 이 시대의 여성상을 반영한 인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고전의 재해석을 꾀하고 있다.

원작 속에서 소홀히 다뤄졌던 조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편성하다 보면,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원래의 사건들이 전혀 다른 시선에서 평가되기도 한다. 고전을 기존과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재해석의 시작이 된다. 다양한 관점이 중요해진 현대에, 원작에서 다소 단편적이고 전형적으로 그려졌던 조연들의 사연을 통해 다각도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스핀오프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고전 재해석의 한 방식이기도 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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