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주도하는 뮤지컬 문화, 드레스서클
지난달 28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안 드레스서클에는 <프랑켄슈타인>에서 줄리아와 카트린느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리사가 십여 명의 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드레스서클 측이 마련한 관객과 배우의 소통 프로그램 ‘살롱 인 드레스서클’이었다. 큰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는 ‘관객과의 대화’와 달리 드레스서클은 십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도 금세 꽉 차는 소규모 공간이다. 하지만 그만큼 배우와 더 가까이에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12년 12월 문을 연 드레스서클은 잘 알려졌듯이 영국 웨스트엔드에 본점을 둔 뮤지컬 아카이브다. 기본적으로 고전 명작부터 최신작까지 다양한 대본과 악보, CD와 DVD 등을 구입할 수 있고 관련 상품도 판매하는 상점이다. 하지만 상점의 기능뿐 아니라, 관객이 능동적으로 새로운 뮤지컬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벌써 네 번째 행사를 치른 ‘살롱 인 드레스서클’이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매달 1~2회씩 관객들을 위해 마련되고 있는 특별한 이벤트다. 이제까지 <아르센 루팡>,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저지보이스>, <고스트> 등의 출연 배우들이 이곳을 찾았다. 당시 최고 화제작의 배우들을 잇따라 초청하며 연이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행사가 열리지 못했던 기간에는 DVD 상영회로 이를 대신해 전문가의 해설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드레스서클 측은 ‘살롱 인 드레스서클’ 외에도 좀 더 관객들을 위한, 관객들이 주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그래서 기획된 것이 지난해 말 시작된 관객 커뮤니티 프로그램 ‘드레스서클러’다. 이는 관객이 단순히 관람으로 끝내지 않고 작품에 대한 더 풍부한 이해를 위해 본격적인 연구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멤버십 스터디 프로그램이다. 매주 한 작품을 테마로 정해 그 주의 리더가 발표를 마치면, 좌담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이다. 지난달 14일 진행된 드레스서클러 모임에서도 하룻밤을 꼬박 새워 준비해온 발표자의 프리젠테이션이 회원들로부터 감탄을 이끌어냈다. 이들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대하고 있고, 뮤지컬이 이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토대로 무대를 아예 삶의 터전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의 공개 스터디도 얼마 전 시작됐다. ‘드레스서클 & 스터디 그룹 뮤앓(뮤지컬을 앓다)’이 그것이다. 3월 24일부터 격주 월요일에 진행되는 이 모임은 ‘유럽 주요 뮤지컬 시장’, ‘프랑스 뮤지컬’과 같은 하나의 테마로 스터디를 진행해 그 결과물을 웹진에 축적할 예정이다. 이밖에 관객의 이야기를 담는 심층 인터뷰 ‘R U Theatergoer?’도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작품이나 배우, 창작진에 대한 조명이 아니라 관객 개개인의 사연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무대 위 중심의 뮤지컬 권력을 객석으로 재편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문화에서 관객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하지만 드레스서클이 복지사업이 아닌 만큼 새로운 관객 문화의 창출 외에 가시적인 성과도 필요하다. 드레스서클을 운영하는 인터파크시어터의 원주희 부매니저는 “지금 드레스서클러는 아직 생산성 단계까지는 못 갔지만, 앞으로 꾸준한 활동으로 구체적인 콘텐츠를 쌓는다면 제작사나 다른 관객들에게도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시간에 비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적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레스서클 측은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통해 드레스서클러들이 한국의 관객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선도하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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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뮤지컬 관련 프로그램 - 드레스서클 [No.128]
글 |송준호 사진제공 |드레스서클 2014-06-02 3,865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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