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의 등장은 공연계에도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전에는 배우와 제작사가 직접적으로 공연 관련 업무를 조율했다면, 이제 그 사이에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가 자리하게 됐으니 말이다. 일각에서는 매니지먼트의 활성화가 공연계의 상업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나 장단이 있듯 매니지먼트의 등장은 긍정적인 변화들도 이끌었다. 양날의 칼과도 같은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 그 등장이 공연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고, 그것이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아보았다.
선택과 집중의 도움
작품 선택은 배우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연기 변신을 할 것인가? 당연히 배우 혼자 결정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배우들은 매니지먼트의 필요성을 떠올린다.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배우 A는 “옆에서 내가 가야하는 방향을 잘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반면,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배우 B는 “혼자 결정하다 보면 주관적인 판단에 치우쳐 스스로에게 함몰될 때가 있다. 내 궤적을 잘 아는 조력자의 객관적인 조언은 작품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공연계에 정통한 매니지먼트는 배우들의 작품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배우 활동에서 작품 선택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배우들은 자신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매니지먼트를 원한다.
같은 맥락에서 매니지먼트 내 배우 커뮤니티 또한 배우들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소속사의 배우들과 활발히 교류함으로써 동질감과 소속감을 얻을 뿐 아니라 서로의 방향을 모색해 주고, 마음이 맞을 경우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사례들도 눈에 띈다. 매니지먼트가 힘을 써 소위 끼워팔기 식의 캐스팅을 할 때도 종종 있다. 소속사 내 스타 배우를 출연시키면서, 또 다른 배우를 함께 권유하는 방식이다. 같은 조건의 배우일 경우 아무래도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이 많은 매니지먼트에 있는 쪽이 캐스팅에 유리하다
매니지먼트가 작품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매니지먼트와 배우와 뜻이 맞지 않아 마찰이 생길 때도 있다. 뮤지컬 배우 중심의 매니지먼트의 경우엔 대부분 배우들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배우가 원한다면 금전적으로 이득이 적은 리딩 공연도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일부 연예 매니지먼트는 상황이 다르다. 가급적 무대 활동을 지양하는 곳도 있다. 뮤지컬 배우들은 엔터테이너로서의 능력이 출중하다. 때문에 배우의 부가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활동을 지향하는 것이다. 작품 선택 과정에서 매니지먼트들이 공연보다 타 영역 장르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많다. 한 제작 프로듀서의가 전하는 일화는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배우의 스케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배우는 하반기 스케줄이 비어 있는데도 공연 출연 확답을 주지 못한다. 방송이나 영화 일정이 급박하게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사는 일정 기간 마감 시간을 정해놓고 스케줄이 정해지길 기다려야 한다.” 각 매니지먼트의 방침에 따라 배우들의 활동 영역이 정해지는 때문에 그에 따른 안타까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배우 출연료의 상승
반면 배우 입장에서는 제작사와 대면해 계약을 하는 것은 다소 불편한 과정이다. 제작사와의 친분 혹은 인정에 의해 배우가 암묵적으로 손해를 봐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 없이 활동하는 배우들의 고민은 대체로 비슷했다. “특히 금액을 조율할 때 직접적으로 요구 사항을 말하기가 곤란하다.” “금전적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배우가 출연료, 회차 등 계약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배우들의 본업은 연기인 만큼 비즈니스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매니지먼트의 역할은 배우의 고민을 한시름 덜어주었다.
배우 이미지메이킹의 강화
매니지먼트의 힘이 강해지면서,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이 매니지먼트의 벽을 느끼는 경우도 생겼다. 공연계 생리를 잘 모르는 연예 매니지먼트들은 인터뷰 진행시 거마비를 요청할 때가 있다는 것. C제작사의 홍보담당자는 “작품에 할당된 홍보·마케팅 비용이 굉장히 적다. 그런데 연예 매니지먼트는 인터뷰 진행시 헤어, 의상 등의 거마비를 청구하는 경우가 있어, 5건 정도 인터뷰를 하게 되면 홍보·마케팅 비용의 절반을 쓰게 된다”고 한다. 계약 당시 일체 홍보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경우도 있다. 좋지 않은 이미지가 유포될 수 있는 프레스콜의 출연을 꺼릴 때도 있다. “어떻게든 졸라 한 건이라도 노출하고 싶은 것이 홍보팀 마음인데, 그럴 때는 매니지먼트의 벽을 느낀다”는 것이 D 제작사 홍보 담당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은 배우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 매니지먼트의 입장이다.
효율적인 스케쥴 관리
반면 매니지먼트의 스케줄 조정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도 있다. 배우의 외부 활동 때문에 공연 관련 스케줄에 차질이 생길 때 너무 갑작스레 통보에 가까운 조율을 요청한다는 거다. 특히 프레스콜 때나 개막 후 일정에 임박해 스케줄 조율을 요청할 때가 있는데, 조율할 여지가 없는 상황을 주기 때문에 사실상 통보에 가깝다고 한다. 그럴 땐 제작팀이 골머리를 앓는다. 공연은 협업이 중심이 되는 작업인 만큼 팀원을 배려하는 스케줄 관리가 우선시 돼야 한다.
매니지먼트를 통한 공연계의 윈윈
방향 모색에 앞서 뮤지컬 배우의 매니지먼트에서 방점을 찍어야 하는 부분은 ‘매니지먼트’가 아닌 ‘뮤지컬 배우’다. 뮤지컬 배우는 연예인과 다른 차원에서의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뮤지컬 배우에 대한 관심층이 마니아에서 대중으로 넓혀지고 있는 추세고, 다른 장르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배우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 영역이 무대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그 부분을 우선적으로 존중해 주는 매니지먼트의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단순한 시장 논리로 뮤지컬 배우를 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배우의 예술적인 면모를 끄집어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가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7호 2014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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