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기온만큼 뜨거운 추억들이 쌓이는 계절입니다. 이 여름을 놓치지 말고 불사르시길!
조휘
작년 여름, <영웅>이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공연됐습니다. 그때 방문한 뉴욕을 배경으로 앞으로 펼쳐질 꿈을 되새기고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하며 사진을 찍었죠. 이때 제가 마음속으로 읊었던 대사요? 대한민국의 창작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날을 기약하며, 라고 해두죠.
신의정
작년 여름에 세부로 휴가를 떠났어요. 그런데 그곳에 머무르는 내내 흐리고 비가 와서 물에선 놀지도 못하고, 무척 우울했죠. 마지막 날에도 완전히 체념한 채, 정오가 지나도록 숙소에서 잠만 잤어요. 늘어지게 자다가 밖에 나왔는데, 세상에, 날씨가 엄청엄청 화창한 거예요! 곧 한국으로 떠날 시간인데 말이죠. 아쉬운 마음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만 몇 장 찍고선 공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어요. 세부에 있는 동안 이런 날씨를 만끽한 건 5분 정도 되려나?
백민정
지난 6월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어요. 강렬하게 내리쬐는 스페인의 태양을 기대했으나 여행 초반에는 계속 날씨가 안 좋았어요. 그러다가 푸엔히놀라 해변에 도착했더니, 얼마나 햇볕이 쨍쨍한지, 드디어 여름 기분이 났어요. 완전히 흥분해서 스페인산 와인을 한 병 사들고, 룰루랄라 해변에 자리를 잡은 후에, 음악을 들으며 거의 2/3병을 마셔버렸지 뭐예요. 날씨가 더우면 술도 빨리 취하는 걸까요. 그대로 선 베드에 엎드려 잠이 들었어요. 한참 지나 일어났더니, 오일도 안 바른 제 등이 지글지글 익어버렸더라고요. 아직도 탄 자국이 남아 있다는 슬픈 이야기지만, 즐거운 추억이죠.
정상훈
10살 때 처음으로 서해안 해수욕장에 놀러갔습니다. 바로 이 자세로 10시간 동안 놀면서, 아, 바다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여름을 만끽했더니, 등껍질이 다 벗겨졌습니다. 쓰라려서 엄청 고생했습니다. 다시는 바다에 놀러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게 됐죠.
김태훈
제 나이 스무 살, 운전면허를 딴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의 일이에요. 남자 넷이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바다를 보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는 정말 무작정 부산으로 떠났어요. 생초보 운전자인 제가 차를 몰아서 말이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산에 가본 거라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그때를 잊을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어요. ‘즉석 만남’을 기대하며 바닷가를 돌아다녔지만, 번번이 실패했거든요.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못했던 우리들은,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 결국 일주일을 머물게 됐어요. 애당초 계획은 2박 3일이었는데. 뭐, 진짜 즉석 만남을 포기하지 못해서 그랬던 건 아니지만…. 우리 넷은 부산 사나이들에 비해 ‘깡’도 없었고, 외모도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때 이야기는 우리 네 사람의 단골 소재가 됐죠.
양소민
엄마의 환갑 기념으로 온 가족이 다 같이 발리로 여행을 갔어요. 딸 가윤이가 좋아할 거라며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제가 가고 싶어서 계획한 일이죠. 딸을 낳고 나서 처음으로 온가족이 다함께 떠난 여행이었어요. 그런데 그곳이 낯설었는지 딸아이가 제게서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아, 더위를 피하기는커녕 땀띠가 날 뻔했어요. 그래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죠. 언제 또 갈 수 있으려나.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7호 2012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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