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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샌디, 백스테이지부터 무대까지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 그래픽 | 안시은 | 영상 | 안시은 2015-12-14 12,057
(‘샌디’ 등장이 극 후반부인 관계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요즘 공연에서 주목받고 있는 견공이 있습니다. <한밤 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하 <한밤개>)에 출연 중인 골든 리트리버종 ‘샌디’인데요. 제일 늦게 출근하고 제일 빨리 퇴근하는 여배우(?)입니다. <더뮤:픽>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샌디를 만나고 왔습니다. 

 

샌디는 연극 <한밤개>에서 극 후반부에 잠깐 등장합니다. 극중 ‘샌디’란 이름을 갖게 되는데 실제 이름도 같습니다. 

 
부모 사진 제공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샌디는 ‘크루즈’라는 이름의 아빠와 ‘키스’라는 이름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어린 시절이 있었고요. 

 
샌디의 더 어린 시절 ⓒ아시아브릿지컨텐츠

강아지는 출생 후 1년간 급속도로 성장하는데요. 샌디 역시 하루가 다르게 무대에서 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샌디가 공연 외에 대중에 공식적으로 처음 모습을 선보인 것은 지난 12월 3일 열렸던 프레스콜에서였습니다. 샌디를 키우고 있는 김수로 프로듀서의 품에 잠시 안겨 있다가 포토타임 때는 크리스토퍼 역을 맡은 배우 전성우의 품에 안겼습니다. 전성우는 실제로도 개를 많이 좋아해서 가장 능숙하게 샌디를 안는 배우라고 합니다. 



공연 기간 동안은 스트레스 관리와 케어, 호텔링을 책임지고 있는 동물병원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담당 매니저가 케이지에 들어간 샌디를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대기실까지 이동시킵니다. 참고로 성견이 아닌 강아지는 케이지에 오래 있기 어렵기 때문에 월령수에 1을 더한 시간 만큼 있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샌디가 타고 있어요”


‘샌디’의 이름이 붙여진 케이지와 안에 앉아있는 샌디

샌디를 만난 날은 프레스콜 후 불과 10여일이 흐른 때였는데도 많이 큰 모습이었습니다. 도착한 샌디를 보러온 배우와 스태프들은 매일 크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는데, 아니나다를까 크리스토퍼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샌디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어 고충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종연까지 샌디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선 세 배우의 팔 힘도 더 강해져야만 할 것 같습니다. 


갓 도착한 샌디 

샌디는 존재만으로도 <한밤개> 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샌디를 찾아온 시오반 역의 배우 김지현


“이렇게 놀아요”



샌디는 순하기로 유명한 골든리트리버답게 무대에 오르기까지 전혀 짖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공연장 도착 후부터는 컴퍼니 매니저가 샌디를 맡아 신경쓰고 있습니다. 대기실에서는 주로 자거나 노는데 이날은 유독 많이 졸렸는지 무대 오르기 직전까지도 잠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슬슬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


“샌디는 잘 때 바닥을 더 좋아해요”


“포스터 속 웰링턴처럼 누워봤어요”


“관객분들이 선물도 주셨어요”


곯아떨어진 샌디


“꼬리도 이렇게나 길어졌어요”


“말랑말랑하던 발바닥도 단단해지고 있어요”

샌디는 출연 시간이 다가오면 컴퍼니 매니저의 품에 안겨 무대로 향합니다. 무대 도착 후엔 소대에서 크루의 품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다가 크리스토퍼 아빠인 에드 역을 맡은 김영호·심형탁 배우의 품에 안겨 무대로 등장하게 됩니다. 



잠시 동안의 출연을 마치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오면 공연장을 떠날 때까지 머뭅니다.


커튼콜을 지켜보는 듯한 샌디


공연 전 <한밤개>에 실제 강아지가 출연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대에 실제 동물이 올랐을 때 받게 될 스트레스 등이 걱정되었던 거죠. 영국 오리지널 공연에서는 샌디뿐 아니라 쥐인 토비까지 실제 동물이 출연합니다. 여러 반려견과 함께 하고 있는 김수로 프로듀서가 직접 샌디를 키우는데다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서 샌디의 출연이 가능했습니다. 한국 공연에서는 샌디만 실제로 출연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극중 샌디는 <한밤개>에서 어떤 의미일까요? 김태형 연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15살 소년 크리스토퍼는 메타포, 즉 관용적으로 하는 말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라는데요.

김태형 연출은 ‘죽음’이 메타포라고 말합니다. <한밤개>에는 많은 죽음이 등장하는데 우주의 죽음부터 웰링턴의 죽음, 엄마의 죽음, 토비의 죽음 등이 그렇습니다. 크리스토퍼가 이런 죽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크리스토퍼가 인간으로서 메타포를 이해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인 셈입니다. 

옆집 개 웰링턴이 죽고 나서 크리스토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자신만의 세계를 벗어나 세상에 발을 내딛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멀리 하기 시작합니다. 멀어진 둘을 후반부에 이어주는 매개체가 샌디입니다. 샌디는 크리스토퍼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아버지의 노력의 산물인 셈입니다.

강아지의 귀여움과 생기발랄함이 주는 생명체의 아름다움이 크리스토퍼에게 감각적으로 전달되면서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더라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김태형 연출은 설명합니다. 실제 강아지가 무대에 등장함으로써 크리스토퍼의 이런 감정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이 장면에서는 조명도 변화합니다. 무빙 라이트로 차갑고 하드한 조명을 공연 전반에 깔았다면, 샌디란 생명체의 등장으로 반전되는 분위기를 보여주듯 이 장면에선 소극장 연극처럼 조명을 확 열어주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메타포를 이해하지 못하는 크리스토퍼도 대본 안에서 메타포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엄마의 죽음을 말할 때 심장마비의 종류를 동맥류와 색전증 두 가지로 설명하거나, 물이 순환할 때 엄마 분자가 떠다니는 것 같다거나, 블랙홀 혹은 우주가 소멸되는 것과 같은 과학 지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금발이 너무해>(현 <리걸리 블론드>)(위), <오즈의 마법사>(아래)

공연에서 실제 동물이 나오는 것은 샌디가 처음이 아닌데요. <금발이 너무해>란 이름으로 초·재연했던 <리걸리 블론드>에서는 실제 동물이 출연했습니다.  브루저 역의 고돌이와 루퍼스 역의 땡칠이가 당시 맹활약 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토토즈’, ‘베키’ 등의 소형견이 주인공인 도로시 역을 맡은 배우와 ‘토토’ 역으로 초반부에 등장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오랜 동물 출연 역사를 갖고 있는 뮤지컬 <애니>에도 <한밤개>와 같은 이름인 ‘샌디’란 개가 출연합니다. 1976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안락사를 앞뒀다가 <애니>로 7년간 장기 출연하며 새 삶을 얻게 된 잡종개 샌디의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내용입니다. ‘애니’가 대표곡인 ‘투모로우(Tomorrow)’를 떠돌이 개 샌디에게 불러주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무대에 동물이 오를 때는 많은 관객들과 밝은 조명, 소리, 낯선 환경 등으로 종종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합니다. 무대에서 용변을 보는 일도 이따금 생기곤 합니다. 그래서 무대 환경에 잘 적응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개들이 무대에 설 확률이 높아집니다. 역할과 어울리는 외모는 당연하고요. 

무대에서 견공들의 활약은 극중 분위기를 새롭게 환기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한밤개>가 공연을 25%가량 소화한 지금, 한창 성장기인 샌디가 공연이 끝날 쯤엔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 지도 많은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공연을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요.



#'더뮤: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https://www.themusical.co.kr/Pick/Detail?enc_num=p%2BAsjHP2I3iqpiC4stcrig%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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