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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프로젝트] <태일>을 완성한 배우들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제공 | 우란문화재단 2018-06-18 5,310
목소리 프로젝트①-2 | <태일>을 완성한 배우들…박정원·김국희, 강기둥·백은혜

역사적 실존 인물의 삶을 공연으로 재조명하는 ‘목소리 프로젝트’가 주목한 첫 번째 인물은 전태일 열사다. 전태일은 1948년 출생 후 1960년대 노동 운동에 투신했고, 1970년 11월 13일 노동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했다. 그의 분신 자살은 이후 근로 환경 개선과 노동 운동사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목소리 프로젝트’ 첫 작품인 <태일>은 박소영 연출가, 이선영 작곡가, 장우성 작가가 모여 음악극으로 세상에 나왔다. 2017년 11월, 일주일 간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18년 6월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을 통해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본 공연을 올렸다. 

이번 공연에는 박정원·김국희, 강기둥·백은혜가 페어를 이뤄 공연 중이다. 2인극으로 배우들은 다역을 소화한다. 특히 여자 배역인 배우들은, 박정원의 말에 따르면, 열 한 배역을 소화한다고 한다. 장우성 작가는 볼멘 소리로 “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냐”는 볼멘 소리를 듣기도 했다며 웃었다. 

장우성 작가는 “‘목소리 프로젝트’의 의미를 생각해 보니 태일의 목소리 만큼 그 시대를 살았던 목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다양한 인물의 목소리가 나와야 할 거라 생각했다. 배우들의 역량을 믿으니까 과감하게 인물을 투입했다”고 의도를 들려주었다. 





PART1. 배우를 찾는 여정 
트라이아웃까지만 해도 ‘목소리 프로젝트’에서 태일 역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좋은 취지로, 노 개런티로 해야 했던 공연이기에 오디션을 진행할 수도 없었던 터다. 

“태일을 찾는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배우들은 바빴고요. 취지를 듣고 함께해줄 사람을 찾아야 했어요. 청년 같은 친구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아예 모르는 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고요” (박소영 연출)
“저는 당시 태일과 같은 또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우성 작가)

이 상황을 타개해준 구세주가 된 것은 박정원이었다. 연습 시작 일주일 전에 결정이 된 것. 

“정원 씨가 떠올라서 일단 전화했어요. 하려는 것과 취지를 다 얘기했는데 정원 씨가 무리하면 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박소영 연출)
“정원 씨도 바쁠 때였어요. 숙소에 머물면서 여주에서 공연해야 하는데 저희 때문에 연습실을 왔다 갔다 했어요”(이선영 작곡가)

박정원은 통화한지 5분 만에 출연을 선뜻 결정했고, 본공연까지 책임지고 있다.  

“며칠 전에 <태일>을 하면서 좋았냐는 (박정원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정말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말인데. 그때 너무 쉬고 싶었던 시기였는데 섭외 전화를 받았을 때가 떠오른대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오케이 했거든요..” (박소영 연출)

또 한 명의 고마운 배우는 김국희다. 언제 연습에 들어가냐고 물을 정도로 김국희는 일찌감치 스케줄을 비우고 기다렸다.

“국희 배우는 수 많은 역을 해야 한다는 것도, 페이도 못 줄 수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일찍 결정했어요” (박소영 연출)

본공연에는 우란문화재단에서 지원에 나서면서 강기둥과 백은혜 페어가 합류했다. 페어가 섞이길 원하지 않았던 창작진의 뜻에 따라 각 페어별 색깔을 유지하면서 공연하고 있다. 


PART2. 배우들의 목소리 
 
<태일>을 보고 나면 배우들의 뜨거운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작품에 출연 중인 네 배우의 목소리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박정원(태일 목소리 역)


① 우리의 목표는 오직 하나! 태일의 목소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② 가장 큰 차이는 중간에 본인의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고 내레이션의 비중이 큽니다. 내레이션도 극 후반으로 갈수록 태일과 가깝게 하게 되지만, 기존 작품들과 달리 극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그 간극이 공연 후반으로 갈수록 짧아지고, 극에 몰입을 하게 되면서부터 다른 공연에서 느낄 수 없는 부분들을 새롭게 느낄 수 있습니다. 생소하지만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배우 본인으로 시작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태일과 맞닿는 지점을 관객분들이 볼 때 새로운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③ 많은 사람들이 태일의 목소리를 알리려 노력했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접하기 쉬웠습니다. 편하게 볼 수 있는 만화책도 있고 태일의 삶을 간략하게 정리 해 놓은 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실제 삶을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그저 ‘태일을 이해하고 또 이해하고,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의문을 품었을까, 왜 의문을 품었을까’ 등등에 대해 생각하고 더 많이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 평생을 이해 못하겠지만, 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태일>의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④ 짧은 시간에 인물에 다가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많은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같은 무대에 서는, 많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도 내고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배우의 이름은 국희입니다.

⑤ 조금 낯간지럽지만 (하하) 모든 사람에게 위로가 되었길. 특히 지켜보고 있는 그 분에게.

⑥ 당신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서 공연을 하고 있지만 많은 것들을 얻고 있어서 부끄럽습니다. 얻은 만큼 더 좋은 배우가 되고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은 가슴이 너무 아파 견디기 힘들 때도 있지만 당신은 행복하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웃으세요. 고맙습니다.


김국희(태일 외 목소리 역)


① 작년에 박소영 연출님이 함께 해보자고 해주셨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즐거웁게 해보자 하시기에. 모인 분들 한 분, 한 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어깨춤을 추며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공연이 다시 공연이 된다기에 다시 한 번 어깨춤을 추며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② 극의 형식이 독특했습니다. 태일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시작되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태일도, 태일 외 목소리도 더더욱 태일의 이야기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아프지만 행복합니다.

③ 만화, 평전, 수기 뿐 아니라 검색 가능한 모든 영상과 인터뷰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극 안에서 대사의 시간들이 ‘그때의 언제’가 되었다가 ‘지금의 언제’가 되는 곳들이 있어서 인터뷰 영상을 많이 참고하긴 했습니다.

④ 우리가 공연으로 볼 수 있는 건 태일 시선으로 보는 인물이지만, 그가 떠난 후 그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의 (마지막) 선택을 몰라야 하는 부분이 힘듭니다. 역할을 바꾸는 부분은 연습으로 가능하긴 한데. 그 인물로 태일을 마주하는 게 마음이 아파서 그 부분이 제일 어렵습니다.

⑤ 마지막에는 정원 씨도 저도 너무 울다가 지쳐 있는 상황이라 옷 매무새와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지금까지 국희였습니다’ 라는 마음보다는 ‘지금까지 태일의 이야기였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인사하고 있습니다.

⑥ 오늘도 태일이의 연극하는 친구가 될 수 있어 기쁘다!!


강기둥(태일 목소리 역)


① 감사하게도 연출님과 작곡가님께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 제의를 받았을 때 전태일 열사의 삶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의 삶에서 여전히 유효한 현재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되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② 실존했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 부담감이 없지 않았지만, 공연을 하면서 관객 분들이 자연스럽게 태일을 만나는 것처럼, 저 또한 공연을 할 때마다 강기둥이라는 사람이 하나하나의 태일을 만나간다는 것이 이 공연의 특징이자 매력이라 생각이 듭니다.

③ 전태일 열사가 직접 쓴 수기를 많이 보았고, 그 글에서 느껴지는 점들에 대해 그가 무엇을 바라보았는지를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우리와 별 다르지 않은 평범하고 소박한 인물이 고민하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⑤ 누군가의 귀중한 시간을 들여 박수를 받는다는 것은 쑥스럽기도 하고 고마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가 연기했던 태일, 태일의 가족, 친구, 동료, 그 밖에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했던 분들에게 보내는 박수라 생각하며 저도 함께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⑥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사님의 숭고한 희생이 지금의 우리네 삶에 있어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나아감에 있어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생각 듭니다. 부디 그곳에선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시며, 따뜻하게 잘 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백은혜(태일 외 목소리 역)


③ 예를 들어 이번에 '금희'라는 여인의 이야기가 들어갔는데요, 한 달 이상 태일의 일기장에 실제 등장한 인물이에요. 물론 일기이기 때문에 태일의 눈으로 표현되어 있죠. 최대한 왜곡되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많은 대화를 통해 ‘아마 이랬을 것이다’ 라는 가정을 하고,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④ 이렇게 많은 인물을 한꺼번에 연기한 적은 없었어요. 연습 중에 연출님의 이야기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멀티 역이라 생각하지 말고, 네가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해보라고. 그리고 인물이 바뀌는 순간을 오히려 더 즐기라고. 그때부터 편해졌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된 후부터.

⑤ 태일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고, 커튼콜을 하기까지 기둥이와 아무 말이 없어요. 짧지만 묵념 또는 기도를 하고 마무리를 지어요. 수많은 초들이 남긴 무대를 보고 있을 관객들을 생각하면 인사를 하러 나가는 발걸음이 조금 어색하고 무겁기도 한 것 같아요. 아마 다 같은 마음일테니까요.



 
<태일>의 출발점이 된 [목소리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는 6월 20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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