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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라이드>가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김주헌·김경수-이정혁·이현욱-손지윤·신정원-이강우·우찬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제공 | 연극열전 | 영상제공 | 연극열전 2019-07-08 9,964
<프라이드>가 5월 25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네 번째 시즌을 공연하고 있습니다. 배우 출신 극작가 알렉시 캠벨은 시의성 높은 주제와 감성적인 메시지를 대본에 탄탄하게 담았습니다. 2008년 영국에서 초연했고 비평가협회, 로렌스 올리비에상 등 공신력있는 시상식에서 수상했습니다. 

<프라이드>는 1958년과 현재를 오가며 각기 다른 두 시대를 살아가는 필립과 올리버, 실비아의 이야기를 펼칩니다. 성(性)소수자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세 인물이 펼치는 사랑과 우정은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2014년 국내 초연 당시 ‘연극열전5’ 두 번째 작품으로 처음 선보인 이후 2015년, 2017년까지 연이어 공연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2019년 공연에선 표현을 순화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변화를 줬습니다. 



김동연 연출은 “<프라이드>를 다시 준비하면서 지이선 작가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직전 공연이 불과 2년 전이지만, 그 사이 “시대정신이 달라지고 발전”하고 있어, 수정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감정적으로 납득할 수 있다면 필요 이상으로 폭력적인 장면을 자제하고 다른 표현을 찾으려고” 고민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고민하게 했던 장면은 1막 5장입니다. “폭력적 행위에 대한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고, 어려웠다고 합니다. 



지난 공연과 비교했을 때 또다른 점은 현대 시점을 고정한 것입니다. 현대 이야기를 현재(공연되는 해)로 보여준 것과 달리, 이번 공연에선 2008년으로 고정했습니다. 김동연 연출은 “지금까지는 현대 장면을 지금 현재 이야기로 담아내려 했지만 2019년에는 2008년의 런던, 즉 11년 전의 런던 이야기를 2019년의 서울 관객이 볼 수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커튼콜 전에는 올해를 뜻하는 ‘2019’란 숫자가 보여집니다. 이것에 대해선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 역사를 돌아보고 또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라이드> 엔딩 장면에서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며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 이야기가 역사가 되고 있으니, 그 이야기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는 뜻을 담아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동연 연출은 “미국에서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 되는 등 시대가 변하고 있고, 새로운 미래로 가고 있다”면서 “<프라이드>는 궁극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시대가 변하고 있기에 그 고민을 담아내기 위한 수정이라 이해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공연에선 모든 배우들이 <프라이드>와는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김주현과 김경수(이상 필립 역), 이정혁과 이현욱(이상 올리버 역), 손지윤과 신정원(이상 실비아 역), 이강우와 우찬(이상 남자 역)이 출연 중입니다. 

공연을 개막한지 한달 여 흐른 시점에서 배우들과 <프라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은 배우들과 서면으로 진행한 일문일답입니다. 

<프라이드>에 출연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주헌] 저는 <프라이드>를 본 적도 없고,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공연이 굉장히 훌륭하다’라는 이야기만 들은 적이 있었어요. 대본을 처음 받고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어요. 연출님에 대한 믿음과 연극열전의 작품에 대한 신뢰가 가장 컸어요. 
[김경수] <프라이드>는 삼연 때 공연을 보러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좋은 인상을 받아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대본과 좋은 대사에 대한 갈증이 있던 제게 감사히 찾아와준 작품입니다. 
[이정혁] 연극열전에서 새로운 올리버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친한 동생의 소개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운 좋게 참여할 수 있었죠. 
[이현욱] 작년에 연극열전과 <톡톡>을 같이 했어요. 그게 인연이 돼서 <프라이드>까지 함께 하게 된 것 같아요. 
[손지윤] “괜찮아요. 괜찮을 거에요. 모두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실비아의 대사가 있어요. 무대에서 관객분들께, 필립과 올리버 그리고 나에게 그 말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프라이드>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정원] 오경택 연출님의 추천으로 연극열전을 만나게 됐어요. 첫 미팅에서 대본을 2개 주시더라구요. 모두 읽어 봤는데, 제작사에서 실비아를 제안하셨어요. 그 후 몇 장면을 리딩해 보고,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강우] 연극열전에서 연락을 줬어요. 워낙 좋은 작품이란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우찬] 2019년도 목표가 ‘연극 두 편을 하자!’였는데 운좋게도 연극열전에서 제안을 주셨어요. <프라이드>를 보지 못한 상태로 미팅을 하고, 그 후에 대본을 읽었는데,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역할 이해를 위해 참고한 자료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주헌] 테이블 작업을 하며 1958년에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당시 사회 분위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현재와 무엇이 달라졌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김경수] 공연을 위해 자료 검색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거의 하지 않았어요. 대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어요. 올리버에 대한, 실비아를 향한 필립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이 작품은 대본이 정말 훌륭해요. 대본에 쓰여있는 상황과 대사들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어요.
물론 1958년의 시대적인 배경과 극중 인물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기본적인 전사를 쌓았습니다. 이전 시즌 프레스콜 영상도 참고했습니다. 기존 틀은 분명히 소중했습니다. 그리고 필립 역할은 대부분 저보다 선배님들이 하셨더라고요. 많이 배우면서 참고했습니다.
[이정혁] 저도 영국의 1958년 상황이나 실제 사건을 기사나 영상으로 찾아봤어요. 그 정보들도 큰 도움이 됐죠. 그런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개막 첫 주에 ‘2019 서울 퀴어 퍼레이드 페스티벌’이었어요. 공연이 있는 날이라 오랜 시간 있지는 못했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뭔가 뭉클함을 느꼈어요. 지금도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 뭐 이런 것들을 한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어요. 정말 인상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현욱] 연습하면서 공유한 것들 외에는 개인적으로 다른 자료를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동성애자를 표현하기 위해 자료를 참고하게 되면 누군가의 개인적인 견해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대본 속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집중했고, 동성애자인 친구의 상황과 생활을 떠올려봤어요. 
[손지윤] 네 번째 시즌이다 보니, 제작사와 연출님께서 가지고 있는 참고자료가 많았어요. 그 자료들을 연습실에서 같이 공유했고, 관련 영화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신정원] 성소수자의 인권, 사랑을 주제로 한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요. 평소 관심이 많아 작품들을 챙겨 봤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봤던 영화와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고, 특히 넷플릭스의 <퀴어아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그들의 삶을 보며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그들을 더 응원하고 지지하게 되었고, 작품을 준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강우] 텍스트에 있는 말들(정보)을 우선으로 분석하면서, 연출님, 우찬 배우와 각각의 인물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유사한 느낌의 인물도 찾아 보면서 함께 만들었습니다.
[우찬] 남자 역할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을 보여주거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당시 역사적인 사건과 이슈 등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1막 2장의 남자는 행동이나 말투, 정서적인 부분을 많이 참고했고, 2막 1장의 편집장 피터는 달변가 느낌의 유해진 선배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며 참고했습니다. 2막 4장의 의사는 개인적인 경험을 참고했어요. 피부과를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진짜 사무적이고, 어떻게든 상품을 팔려고 자기 할 말만 하려고 했거든요. 


극 중에서 필립과 올리버, 실비아는 1958년과 현재를 살아갑니다. 두 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 각기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인물로 생각하고 연기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주헌] 시대 혹은 주위 인물들이 필립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중점을 뒀습니다. 타인의 시선이 필립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958년의 필립은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2008년의 필립은 ‘잠재적으로 내재된 억압과 불안에 대한 해소’ 정도로 생각합니다. 



[김경수] 극 중 ‘길을 잃은 영혼’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1958년과 2008년을 연결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길을 잃었던 1958년의 필립이 2008년에는 길을 찾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낯이 익은’ 그림자가 보입니다. 2008년의 올리버 입니다. 
(필립은) ‘낯이 익은’ 2008년의 올리버에게도 여전히 강하고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느낍니다. 그건 길을 온전히 찾지 못한 1958년 필립의 영혼이 2008년의 필립에게 주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별을 앞둔 상황에서 “난 왜 아직도 여기서 서성이는지 모르겠어”라고 하는데, 길을 잃고 헤매는 2008년의 올리버를 붙잡아 달라는,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는, 58년 필립의 신호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상처받아도 떠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정리한 큰 틀을 머릿 속으로 정리하고 장면에 대입하니 너무 슬펐어요. 
개인적으로는 대본 속 드라마대로 하되, 올리버에게 너무 냉정하게 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라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대사처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사랑할 수만 있다면 대본의 틀에서 조금이라도 더 사랑을 담고 싶고 사랑하고 싶더라고요. 
1958년과 2008년의 연기 결이나 분위기는 명백하게 달라요. 숨막히는 1958년은 대본에서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했군, ~하지, ~하네” 등 지금과 다른 말투가 어색해서 쉽지 않지만 연출님은 그 대사를 그대로 살리도록 하셨어요. 외적으로는 조금 올드한 성우 느낌으로 옛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였고요.
2008년은 원래 대사를 그대로 따르되, 그 순간의 감정에 맞게 튀어나오는 말투나 표현 혹은 애드리브는 여과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도 필립의 1958년과 2008년 분위기와 같은 결인 것 같아서 즐거우면서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고민하며 매 회 임하고 있습니다. 



[이정혁] 두 인물은 분명 같은 영혼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무게감 혹은 표현의 자유로움 등 같은 마음을 얼마나 어렵게, 힘겹게 표현 할 지, 아니면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할지 많이 고민하고 또 그렇게 연기하는 중입니다.



[이현욱] 인물의 정서적인 측면보다는 표현의 차이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과거일 때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표현의 절제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현재에서는 과감하게 표현하고, 더 에너지 넘치게 하려고 했습니다. 



[손지윤] 1958년과 2008년의 실비아를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진심입니다. 항상 진심을 다해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저는 실비아가 타인을 포용할 줄 알고, 진실된 삶과 자신의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신정원] 두 실비아를 연기하면서 가장 차이를 많이 둔 지점은 행복의 방향성에 있습니다. 1958년의 실비아는 자신보다 필립의 행복을 우선시하며, 그 행복을 실비아가 채워줄 수 없음을 알기에 필립을 위해 떠나기까지 하는 인물이에요. 2008년의 실비아는 행복의 방향이 실비아 자신에게 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진짜 삶을 살게 된 것이죠. 이 차이를 통해 두 인물이 다른 시대를 사는 다른 인물로도, 발전하고 극복해 낸 하나의 인물로도 보일 수 있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남자 역할은 장면마다 각기 다른 인물로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요?



[이강우] 대본에 있는 말들을 배역으로서 ‘왜 이야기하는지, 어떻게 이야기 할 건지’에 중심을 두고 찾아나갔습니다. 이 장면들과 인물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우찬] 나치 남자는 자기애가 충만하고, 긍정적인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야만 독백 부분들이 더욱 타당하며,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역할 때문에)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서 덕분에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피터 편집장은 말이 굉장히 많아요.(웃음) 연습 때 연출님께서 “이 사람은 배우 같은 사람이다”라고 하셨어요. 주어진 상황을 갖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셔서, 긴 독백이 많지만 최대한 제가 하는 말처럼 보이게끔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해리 삼촌의 이야기는 진심으로 다가가고 느끼는 것에 더욱 몰입하려고 합니다. 
의사는 세 역할 중 제일 어려웠습니다. 저는 유쾌하고 친절한 편인데, 이런 면을 완벽히 지우려 했습니다. 의사는 동성애를 혐오하고 편견이 있고, 무조건 치료해야 한다는 목적만 가진 인물입니다. 때문에 제 자신과 많이 부딪히며 괴롭게 연습했습니다. 저로 인해 필립의 감정이 잘 보여지길 바랄 뿐입니다. 사무적인 모습에 중점을 두며 연기하려 합니다.

무대에 오른 이후 맡은 인물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주헌] 공연을 하면서 연습 때 느끼지 못했던 정서와 어쩌면 놓치고 지나간 많은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변함없는 생각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생기는 새로운 정서를 모두 분출하지 않으려 항상 경계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갖고 있는 커다란 힘과 연출님이 생각하는 <프라이드>가 변질되지 않을까 하기 때문입니다. 
[김경수] (달라진 건) 내면이지 않을까요. 마치 투명컵에 조금씩 물을 채워가듯 내면에 ‘선하고 순수했던 (feat.올리버)’, 그렇기에 너무나도 아프고 혼란스러운 필립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무대에서는 제 마음의 소리가 연습실보다는 더 들리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소망해봅니다.
[이정혁] 연습실과 공연장은 공기의 흐름 자체가 다르게 느껴져요. 그러다 보니 거기서 오는 긴장감과 집중력의 차이가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입니다. 
[이현욱] 연습 때는 극의 몰입보다는 구성이나 만들어가는 과정에 더 집중을 했고, 공연을 올리고 나서는 인물의 서사를 무대 위에서 더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손지윤] 한없이 외로울 것 같던 과거의 실비아는 더 강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현재의 실비아는 제가 느꼈던 것 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지지하고 응원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필립의 행복과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과거의 실비아야말로 “용기 있는 자만이 갖는 프라이드”라는 대사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신정원] 많이 달라진 건 없어요. 현재 한 달여 공연하면서 모든 배역이 서로가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강우] 달라진 건 없지만 굳이 꼽자면,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공연을 하면서 인물로서 보다 믿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우찬] 매일 올리버와 필립이 주는 에너지에 따라 액션과 리액션의 차이는 있지만 제가 갖고 있는 캐릭터의 본질적인 성격은 달라질 수도 없고, 달라지기 싫어요.(웃음) 



ⓒ연극열전

캐릭터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대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유는?

 “우린 역사를 가졌다는 거야”

[김주헌] <프라이드>는 모든 대사가 거의 최고라 할 만큼 좋습니다. 그 중 이 대사는 1958년부터 2008년까지 세월을 말해줍니다. 존재에 대한 인정과 우리가 갖는 프라이드를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라는 말은 굉장한 거잖아요! 
 

“괜찮아 다 괜찮을거야. 모든게 다 괜찮아질 거야”

[김경수] 필립은 올리버와 실비아의 대사라서 이 말을 늘 듣고만 있죠.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스스로 늘 되뇌는 말입니다. 그래서 마치 내 맘을 다 안다는 듯 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혹은 어딘가 속삭임이 들리는 듯한 순간 필립의 마음 속 동요가 진정되는 것만 같아요. 개인적으로 김경수라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 말이 절 버티게 하는 것 같아서 캐릭터를 대신하는 동시에 절 대신해줄 수 있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괜찮아. 모든 것이 다 괜찮아 질거야.”

[이정혁] 개인적으로 우리 극은 이 대사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기 있는 목소리만이 갖는 프라이드.”

[이현욱] 이 대사는 모든 인물과 공연을 보는 관객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느꼈어요. 그게 뭐였을까. 공기 중에 깊이 짙게 일렁이는, 그 무엇이요. 나도 그걸 느끼고 싶어요.” (1958년, 실비아)
“나 지금 행복해.” (2008년, 실비아)

[손지윤] 과거의 실비아는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실비아가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하는 순간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대사를 꼽았습니다. 



[신정원] 저는 1958년과 2008년도의 실비아의 대사들 중 확연히 대비가 되는 부분이 각각의 마음을 잘 대변해준다고 생각해요. 1958년의 실비아는 올리버를 공원에서 만나 필립의 행복이 자신보다 먼저라고 말합니다. 2008년에는 자신의 행복이 먼저라고 말해요. 이 모습은 실비아를 잘 대변해주는 동시에 응원할 수밖에 없게 해요. 
꿈 이야기도 비슷한데요. 1958년의 실비아는 꿈 속에서 어두운 침묵 속에 홀로 남겨진 채 너무나 외로워요. 2008년엔 꿈 속에서 혼자가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마리오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 해요. 이렇게 대비되는 부분에서 실비아의 마음이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해요. 
 

“나도 최소한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라고!”

[이강우] 이 대사가 가장 그 인물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 같습니다. 저 한마디에 모든 게 다 담겨있습니다.

[우찬] 나치 남자의 대사가 제 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배우들도 마음에 드는 일을 하고, 그 속에서 기쁨과 열정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최소한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하트)




<프라이드>는 공연이 세 시간에 달하는데다, 감정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드라마도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 간 유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기 호흡이 중요할 것 같은데, 노력하거나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주헌] 뻔할지 모르지만 상대의 말을 듣는 것, 말하는 것, 경계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경수] 안정적인 연기가 가능한 건지 늘 고민합니다. 모든 감정은 안정적으로 표현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공연이 잘되든 힘들든 쉽지 않든 실수가 많든 꼭 대화를 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아무리 친해도 배우들끼리 연기 얘기는 정말 조심스럽거든요. 대화가 중요합니다. 
[이정혁] 틈날 때마다 대본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눴습니다. 서로의 목소리로 대사를 녹음해서 며칠씩 듣기도 하고요.
[이현욱] 무대 위 동료의 눈을 봅니다. 그러면 의지가 돼요. 
[이강우] 저는 자주 등장하진 않지만 일단 나오면 말이 많기 때문에 등장 전 꼭 다시 한 번 장문의 말들을 집중하여 하나씩 복기하고 몸에 붙여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프라이드>가 벌써 네 시즌 째 공연되고 있는데, 어떤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까? 
[김주헌] <프라이드>는 대본 자체가 정교한 악보처럼 잘 짜여 있습니다. 이렇게 공연이 사랑받을 수 있는 건 텍스트의 힘이 가장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깨달음을 주는 대사들, 시대의 교차, 극중 등장 인물의 배치까지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수] 대본? 정말 좋은 대본이에요. 좋은 대사를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고요. 저도 처음 공연을 볼 때 대사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대사를 너무 듣고 싶게 만들고요. 신성한 최면에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위안처럼, 대사가, 그렇게….(feat.올리버)
[이정혁]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지만 텍스트가 주는 힘 정말 어마 어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현욱] 아무래도 촘촘하고 탄탄한 대본과 울림을 주는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요.

인터미션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김주헌] 15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분장을 수정해요. 2막을 여는 배우들은 집중하고 있고요. 오늘 1막은 어떠했나 정도의 얘기들을 합니다.
[김경수] 1막 5장의 감정이 워낙 격해서 1막이 끝나면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요. 얼굴과 눈에서 뺄 수 있는 모든 수분을 진정시키고 분장 선생님이 “분장 수정하세요” 라고 부를 때까지 그냥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저에게는 ‘아름답다’라는 말과 가장 가까운 순간이 아닐까 하고 혼자 짐작해보곤 합니다. 하하. 
[이정혁] 1막 5장이 비를 맞고 들어오는 신이라서, 젖은 머리와 몸을 정신 없이 말리면서 감정 정리를 하면 거의 바로 2막 시작 시간이 됩니다.
[이현욱] 인터미션에는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도 수정하고. 분주합니다. 마지막으로 물 한 잔 먹고 고고!!
[이강우] 저는 등장하면 말이 많을 거라 물을 많이 마시고, 2막의 말들을 다시 한 번 중얼거리며 되새깁니다.
[우찬] 인터미션만 되면 긴장감이 공연 전보다 훨씬 올라갑니다. 1막에 한 번 나오고 1시간 15분 동안 분장실에 외로이 있어요. 2막 문은 제가 여는데 2막 4장에서 제가 제일 어려워했던 장면이 기다리고 있기에 인터미션 때 입을 더 풀어주고 대사를 곱씹으며 최대한 긴장을 풀고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프라이드> 모든 배우들이 그렇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작품이니까요. 

끝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주헌] <프라이드>가 여러분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진심 담아 연기하겠습니다.
[김경수] 저희 작품은 분명 일렁이는 뭔가가 있습니다. 잘 표현해내겠습니다. 이 공연이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항상 응원해주시고 찾아주시는, 또한 찾아주실 모든 관객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만나요!
[이정혁] 첫 연극인데 심지어 그 작품이 <프라이드>여서 스스로도 많이 우려하고 고민했어요. 과정들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큰 힘이 되어준 멋진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해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프라이드>를 통해 많은 위로와 힘을 받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욱] 보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세 시간동안 여러분의 허리와 관절은 안녕하신지요. 흑흑. 대신 무대 위에서 여러분에게 닿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지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신정원] 사랑이 승리 할 거예요. 프라이드!!
[이강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잘 쓰여진 좋은 작품입니다. 매 공연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와서 꼭 함께해주세요! 일단 한 번 보시면 두 번 보고 싶으실 거예요!
[우찬] 그동안 무대 위에 제 모습은 밝고 유쾌하고 코믹할 때가 많았어요. <프라이드>를 통해서 제 안에는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들어주세요.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소중한 세 시간을 선물할게요.(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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