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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호프> ①…신뢰가 보여줄 시너지, 오루피나 연출·강남 작가·김효은 작곡가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 사진제공 | 알앤디웍스 | 그래픽 | 안시은 기자 2019-01-07 14,196
히스토리
2017년 뮤지컬 <호프(HOPE)> 초기 대본 및 음악 작업 진행 (아르코 한예종 뮤지컬 창작아카데미)
2018년 3월 창작산실 올해의신작(후보) 창작뮤지컬분야 심의결과 발표
2018년 4월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지원심의 (30분 쇼케이스)
2018년 5월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뮤지컬 부문' 선정
2019년 1월 9일~2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2019년 3월 28일~5월 26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

시놉시스
현대 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과 에바 호프의 소송.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베르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절망 속에서 글을 쓰는 요제프의 재능을 동경한다. 요제프는 자신의 원고를 태워달라는 말을 남긴 채 요절하고 베르트는 요제프의 재능을 지키기 위해 그의 남은 원고를 소중히 보관한다.

독일이 체코를 점령하며 시작된 2차 세계대전, 베르트는 자신의 연인 마리에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요제프의 원고를 넘기고 떠난다. 마리는 피난 속에서도 베르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원고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마리의 딸 호프는 원고만 바라보는 엄마의 곁에서, 총성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호프 앞에 나타난 카델, 그는 호프의 인생에 있어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오랜 방황 끝 중년이 된 호프 앞에 다시 놓인 원고. 에바 호프에게 ‘원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에스더 호프, 에바 호프, 막스 브로트 사진ⓒ에바 호프 패밀리 아카이브 / 배우 사진ⓒ알앤디웍스


그리고 창작진들의 이야기 
오루피나 연출 / 강남 작가 / 김효은 작곡가 



극단에서 연출을 했던 강남 작가와 세션 활동과 작곡, 편곡 활동을 해온 김효은 작곡가는 아르코 한예종 뮤지컬 창작아카데미 4기 교육생으로 만나게 됩니다. 한 팀이 된 두 사람은 멘토링과 지원을 받아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브로 한 데뷔작 <호프(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를 완성합니다. 내부 심사를 거쳐 1위로 뽑혔고,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실연 심의 참가 기회를 얻게 되며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오루피나 연출은 제작사 알앤디웍스 오훈식 대표의 제안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만난 세 창작진은 ‘다음에도 함께 하고 싶다’며 끈끈한 신뢰를 보였습니다. 




세 창작진의 만남 
<호프>가 첫 뮤지컬이라고 들었어요. 뮤지컬을 배운 과정과 멘토링은 어땠고, 처음이라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김효은 교수님들이 기다려주셨어요. 왜 이렇게 했냐거나,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보고 계시다가 질문을 툭툭 던져주시면서  방향을 제시해 주셨어요. 아르코 한예종 수업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강남 뮤지컬이 처음이다 보니 뮤지컬 장르의 언어를 모르는 상태였는데, ‘뮤지컬처럼 만들어라’라는 얘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으셨어요. 본질이 뭔지,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를 물어보셨죠. 그래서 (맞게 하고 있는지) 불안했어요. 선생님들이 방법을 제시해 주셨다면 지금과는 작품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좋은 질문을 해주셔서 답을 찾아가면서 <호프>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김효은 처음이니까 방향을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일 때 빛난다’는 문구가 중요하거든요. 저만의 색깔을 잃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개발 과정에서 마음에 들었던 곡들이 많이 빠졌는데, 오루피나 연출님이 콕콕 집어서 왜 빼냐고 살려주셨어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눈치 보지 않고 생각대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이라 힘들었지만 재밌었고요. 계속 다시 쓰느라 시간이 부족했지만 곡이 눈으로 보여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연출님께선 <호프>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오루피나 알앤디웍스 오훈식 대표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요즘 뮤지컬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잖아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등장하는 경우도 많고. 뱀파이어, 귀신에서 요즘은 로봇까지. 그런 면에서 새롭고 재밌었고, 책(원고)이라는 소재가 주인공(호프)를 계속 자극해 주는 것도 재밌어서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연출하는 상황은 아니었는데, 일정 때문에 연출님이 부재하게 되면서 제가 합류하게 됐고, 작가님, 작곡가님과 회의를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 느낌은?  
오루피나 솔직히 제겐 대본이 어려웠어요. 뮤지컬 대본을 많이 쓴 분들은 정형화된 형태로 (많이) 쓰시는데 <호프> 대본과 음악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게 뭐야?’가 아니라 ‘어!’ 하는 느낌이었죠. 시놉시스만 들었던 것보다 대본이 더 재밌었고, 작업하면서도 그랬어요. 

서로 호흡은 어땠나요?  
오루피나 연출로서 고정된 스타일이 있지 않거든요. 상의 단계에서 ‘이렇게 무대를 구현하면 좋을 것 같고, 그래서 음악과 대본은 이렇게 되면 어떨까요?’라는 얘길 많이 했어요. 
김효은 엄청요!
오루피나 아리송한 장면은 작가님도 연출을 하시니까 무대화를 생각하면서 대본을 쓰실 거니까 어떻게 생각했는지 물어봤고요. 30분 버전의 창작 산실 쇼케이스를 만들 때는 처음 만든 한 시간 버전보다 곡도 새로 많이 써주시고, 대본도 완전히 다시 써주셨어요. 그 과정이 재밌었고요. 개인적으로 <마마, 돈 크라이>, <록키호러쇼>, <꾿빠이, 이상>를 연출했지만 뮤지컬 초연작은 <호프>가 처음이에요. 그래서 저도 이 작품이 욕심나요. 창작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복이고요. 조연출을 하면서 여러 창작 과정을 봤는데, 소통이 잘 되지 않고 각자 의견이 강해서 타협이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호프>는 잘 진행됐어요. 작품이 잘 되면 그 덕분이지 않을까 해요. 
김효은 작품에 깊게 빠져있다 보면 몇 시간씩 돌파구를 못 찾기도 해요. 그때 (김효은 작가와) 연출님께 가보자 해서 들고 가면 막힌 혈을 뚫어주듯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세요. 그래서 감사해요. 멘토 같은 느낌이에요. 


ⓒ알앤디웍스

작품이 배우들을 만나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김효은 음악은 후반 작업이기 때문에 런스루를 한 번도 못봤어요. 연습실에 오고 싶지만 해야 하는 작업이 있으니까요. 대신 영상으로 만날 봐요.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싶었어요.
강남 저는 연습을 봤습니다.  
오루피나 작가님은 매일 연습실 나오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강남 배우 분들이 해석해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주시니까 제가 쓴 것보다 더 좋아요. 소극장 규모로 생각하고 썼는데 공연할 극장은 중극장이잖아요. 극장 규모가 커지면서 연출님이 해석하고 시각화 시킨 부분들이 새로웠고 상상 그 이상이었어요. 항상 감사해요. 
김효은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나 쓰면서도 어려웠던 곡은 연출님을 믿었어요. 특히 ‘유산’같은 넘버가 그랬어요. 기승전결에 맞춰 곡을 썼는데 (확신 없이) 자르라고 하면 싫잖아요. 연출님은 음악을 잘 아시거든요. 심지어 박자까지도. 믿고 가서 좋아요. 저는 현장에 없어서 (그렇게 된 과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배우들과 워크스루를 통해서 바뀐 걸 보면 기가 찬 거예요. ‘이게 이렇게 된단 말이지?’ 하면서 놀라요. 서로 진심이 담긴 리스펙트가 있어요. 감사해요.



강남 작가 ⓒ알앤디웍스

<호프>의 출발
소재 발굴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강남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책읽는 시간’)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소송』)을 소개한 걸 2011년인가 2012년경에 듣다가 호프라는 분의 사건 이야기를 알게 됐어요.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창작하면서 어떤 소재가 좋을지 얘기하다가 괜찮아서 발전시키게 됐어요. 

작품이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방대하기 때문에, 뮤지컬로 쓰기 위해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강남 재판하는 과정을 다룰지, 아니면 호프란 인물을 다룰지 많이 고민했어요. 소재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호프에게 초점을 맞추자고 선택한 후엔 그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전쟁(제2차 세계대전)으로 삶을 비춰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구상해 나갔고요. 


김효은 작곡가 ⓒ알앤디웍스

<호프> 넘버가 23곡인데, 음악적 구성은 어떤 식으로 했나요? 
김효은 예측할 수 있는 음악을 쓰지 않으려 했어요. 대본과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했고요. 슬픈 내용인데 음악까지 더 슬프게 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루피나 (음악이) 어마어마해요.  
김효은 음악을 다 써놓고 나니까 저와 닮아 있더라고요. 제가 밝은 면도 있지만 반대 면도 있고, 다양한 감정을 집중해서 느끼는 편이에요. 첫 작품이다 보니 욕심이 나서 다양한 장르로 썼어요. 후에 편곡으로 톤을 맞췄고요. 이 곡에 나온 테마를 다른 곡에서 배경음으로 쓴다거나, 이 곡에 나왔던 모티브를 어딘가에 숨겨놓는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클래식 기반 곡도 있지만 대중 장르가 많아요. 드럼은 장르적 특성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어서 과감하게 뺐어요. 록이나 펑크 등 여러 장르가 있는데 그 느낌을 지우기 싫어서 콘트라베이스의 리듬과 피아노로 기본 리듬을 잡았어요. 기타까지 현악 사중주가 있고요. 드럼은 없지만 리드미컬한 곡이 많아요. 이 작품은 오래돼서 빛바랜 듯한 예쁜 동화 같은 느낌이어서 멜로디 악기만으로 구성했어요. 들으면 멜로디나 코드는 쉽지만 노래에 음이 많아요. 화성을 원고지 쌓듯이 켜켜이 쌓아서 특유의 묘한 톤이 만들어졌어요. 그렇게 <호프>만의 음악 톤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뮤지컬스럽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많이 생각하고 의논하면서 만들었어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자료 조사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강남 호프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찾아봤어요. 프란츠 카프카의 책이라든지, 기록물들을 찾아봤고. 2차 세계대전과 중동전쟁을 찾아봤어요.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서 그 사람이 잘하고 잘못한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살아온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 배경을 많이 조사했어요. 작곡가님은 이스라엘 곡을 많이 들으셨고요.
김효은 체코 음악도요. 들어보니 한(恨)이 있어요. 



ⓒ알앤디웍스

<호프> 속 인물들
호프는 어떤 인물인가요?
강남 사람들과 세상에 버림받았고, 마지막으로 자신도 버린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동네 사람들로부터 ‘미친년 호프’라는 소리를 듣는 여자로 설정했는데 미쳤다는 게 뭔지 기준을 세우는 게 어려웠어요. 미쳤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이 다를 뿐이지, 그 사람은 자기 세계에서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잖아요. 호프가 K와 과거 기억들 안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과 현재의 시간이 조금 어긋나 있어서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을 통해 미친년이란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호프 역은 김선영, 차지연 씨가 맡습니다. 특히 김선영 씨는 대극장 아닌 공연이 오랜만인데요.
오루피나 배우 분들이 다 어마어마하세요. 김선영 배우는 배우로도 인간적으로도 귀감이 되셔서. 팀 분위기가 좋은 이유도 제일 먼저 앞장서시거든요. 워크스루를 처음할 땐 보통 끊어 가는데 너무 집중해서 하셨어요. 감정을 끊기가 미안해서 첫 워크스루를 런으로 끊지 못하고 했어요. 진짜 대단하세요. 차지연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두 분의 힘이 대단해요. 나머지 배우들도 앙상블까지 그분들 못지 않고요. 


ⓒ알앤디웍스

원고(原稿)를 의인화한 것도 독특한데 어떻게 설정하게 된 건가요?
강남 자신을 방치하고 산 호프에게 누군가는 ‘다시 한 번 너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건 건방지다고 느꼈어요. 그 사람의 인생을 모르니까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여자를 지켜봤고, 같은 입장에 처해있던 존재를 찾다보니 원고밖에 없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서 원고를 의인화하게 했어요. 

무대에서는 원고(K)를 어떻게 표현하나요? 
오루피나 원고는 호프가 감추고 싶고 억누르려 하는 또 다른 자기 자신이라고 작가님이 써주셨어요. 쉽게 설명하면 호프가 뭔가를 안 한다고 생각해도 ‘하자’라고 생각하는 반대 내면이 있을 테고, 그 내면을 끄집어낸 게 원고예요. 연습을 시작할 때 K 역 배우들에게 호프에 대한 캐릭터를 제일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원고가 곧 호프이기 때문에. 호프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행복할 자격이 없어’라며 누르고 있는 혹은 눌러지는 부분이 원고일 수 있기 때문에 호프가 억척스럽고 어둡고 슬퍼질수록 원고는 같이 울지말고 밝아져서 호프가 나아질 수 있도록 앞으로의 인생을 얘기해주어야 한다고 많이 얘기 했어요.


ⓒ알앤디웍스

무대에선 귀신 혹은 유령처럼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판타지인 것처럼 결이 다른 연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조금 결이 다른 부분이라면 의상 색깔이에요. 다른 인물들의 의상은 무채색 혹은 카키, 남색, 검은색인데, 원고 K만 기본 색상이 흰색이에요. 종이니까. 덥겠지만 옷도 네 벌 정도 겹쳐 입을 거예요. 소매 끝자락이나 칼라 옷자락 밑 부분이 마치 종이가 낡아서 헤지고 말린 것처럼 했어요. 종이에 생기는 곰팡이는 녹색도 있고 보라색도 있고 거무튀튀하게 변하잖아요. 그런 걸 의상으로 표현해서 시간이 켜켜이 쌓인 책과 원고의 느낌을 주려 했어요. 다른 인물들은 무대에서 K를 보지 못해요. 연기적으로 독특한 걸 하진 않아요. 

그렇다면 요정 같은 느낌일까요. 
오루피나 저희가 그 얘길 했는데, 요정 같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툭툭 욕도 한 마디 할 수 있을 정도로 호프와 오래 같이 산 친한 가족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K란 이름은 어디에서 따온 건가요?
강남 프란츠 카프카의 K였고, 『소송』 주인공 이름이 요제프 K였어요. 『성』도 주인공 이름이 K였고. 카프카가 K를 이름에 많이 사용해서 K라고 했습니다. 


ⓒ알앤디웍스

다수의 배우가 1인 2역을 소화하는 것도 특징인데요. 
오루피나 작가님께서 처음부터 1인 2역으로 써주셨어요. 캐릭터 표기에 1인 2역으로 써있지 않았어도 했을 거예요. 재밌는 포인트였고요. <호프>에서 1인 2역은 호프가 과거에 만났던 사람과 현재 재판정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기준이에요. 예를 들어 재판정에서 그의 원고를 뺏기 위해 똑똑하게 변론을 펼치는 변호사가 예전에 그 원고를 뺏어간 사랑했던 남자(카델)이거든요. (기자: 전생 같은 느낌인데요.) 그런 느낌도 약간 있을 수 있어요.


ⓒ알앤디웍스

호프에게 계속 너 자신에 대해 올바르게 생각하고 있는 게 맞냐고 자문자답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과거 자기 자신인 과거 호프고요. 엄마한테 원고를 주고 지키게 했지만 우유부단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던 베르트와 재판장이 연결되고요. 현재에 과거로 들어가게 하는 통로가 되는 캐릭터들이 있어요. 호프가 ‘저 사람은 왜 재판정에서 저러고 있어? 맞아. 옛날에 저런 사람이 있었어’라고 하면서 현재에서 연결되어 과거로 넘어가는 거죠. 호프가 저렇게 상상하면서 자기만의 환상에 빠지는 거라고 관객들이 같이 이해할 수 있게 각각 맡은 두 캐릭터를 너무 다르게 연기하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호프>의 무대화 
<호프>는 큰 틀에서 어떤 컨셉으로 연출했나요? 
오루피나 저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먼저 만들고 디테일을 만드는 편이거든요. ‘이런 색깔의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걸 먼저 그리고 시작해요. <호프> 풀 버전을 만들기 위해 회의를 시작했을 때 또렷한 원색 혹은 요즘 뮤지컬에서 많이 쓰는 무빙 (라이트)의 원색이 아니라, 조명기 중 소파(46파라이트), 대파(64파라이트)처럼 따뜻한 웜톤 컬러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지가 쌓여있는 책장의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그리고 배우들의 에너지에 힘을 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접근했어요. 이 작품은 쇼적인 것보다, 에바 호프의 삶을 얼마나 다각화해서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려면 배우들이 장면에서 어떤 에너지를 집중해서 쓰게 만들지를 제일 먼저 고민해야 했어요. 


ⓒ알앤디웍스

본공연에서는 앙상블 네 명이 새롭게 참여합니다. 
오루피나  작가님께서 앙상블에게 ‘책갈피’라는 좋은 캐릭터명을 주셨어요. <워호스>에서 앙상블이 중간에 주된 넘버라고 하긴 어려운, 읊조리는 듯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런 장면이 우리 작품에 어울리는데 그걸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있으면 좋겠다 했어요.

앙상블 캐스팅은 어떻게 했나요? 
오루피나 모두 오디션으로 뽑았어요. 임하람 배우만 <록키호러쇼> 등 몇 작품을 같이 했고. 배우들에게 100% 중 누가 더 하고 아니고가 아니라, 배우 열명 모두 똑같이 각각 10%를 해주셔야 <호프>는 완성된다고 얘기해요. 퇴장도 거의 없어서 배우들에겐 힘들 수 있지만. 이 작품이 잘되면 배우들의 공이에요. 


오루피나 연출 ⓒ알앤디웍스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오루피나 앙상블은 책갈피뿐 아니라 재판장, 판사, 서기, 버스 기사 등 많은 인물을 연기해요. 그런 역할에 배우들이 각자 그 장면에 캐릭터로서 호프 주변에서 잘 살아내도록 배우들의 에너지를 잘 끌어내는 게 정말 중요한 작품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세트나 의상을 화려하게 하려면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배우들의 내면을 잘 끌어낼 수 있도록 돕고 배우들의 에너지로 가득 차게 하는 게 어울리지 않을까 해서 고민하던 쓸데없는 장치들은 포기했어요. 배우들이 연기로 해보겠다 해서 정리된 장면도 많고요. 

연출적인 효과나 장치들을 쓰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 같은데요. 
오루피나 그렇죠. 안 쓸 수 없고요. 뮤지컬은 대중예술이잖아요. 만든 저희만 공감하거나 어렵게만 해놓고 이해해달라고 강요하는 건 대중예술로써 가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작가님, 작곡가님과 작업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수정하고 고쳤어요. 두 분이 대사와 곡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셔서 의도를 살리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조율하기 수월했어요. 슬플 때 충분히 슬퍼야 해소될 때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마술 같은 장면들은 고심해서 넣기도 했습니다. 



ⓒ알앤디웍스

<호프>에 담고 싶은 것
2018년에 호프가 실제로 사망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강남 당시 대본이 완성된 상태였는데, 헌정의 개념은 아니지만 저희들끼리는 잘 만들어야겠다 했어요. 상품을 지양하는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을 더 지향해서 만들자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호프>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강남 프란츠 카프카가 ‘하루를 살더라도 너 자신으로 살기 바란다’고 했어요. 그 말을 그대로 메시지로 담고 싶었어요. 
김효은 뮤지컬은 상업 장르고 대중 장르잖아요. 저도 만족하고 관객들과 배우들도 다 좋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완벽할 순 없겠지만요. 호프는 실존했지만 새롭게 만든 인물인데 저는 호프가 너무 좋았어요. 제 삶 속에 들어온 존재고 친구 같기도 해서 호프가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호프>를 보고 사람들이 호프를 통해서 위롭다고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모든 과정을 음악으로 잘 그려내 보려고 했습니다. 



오루피나 작가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요즘은 정신과 영혼이 건강하기 어려운 사회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도 그런 것 같고요. <호프>를 연습하면서 작품이 슬퍼서도 울지만, 계속 공감가는 부분이 달라서 울면서 봐요. 이 공연을 보신 분들이 ‘나여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호프처럼) 누구든 남들이 이해 못하는 자신만의 모습이 있을텐데 그걸 사랑하고 좋은 방법으로 해소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곧 개막(1월 9일)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강남 참여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빨리 개막해서 노력한 것들이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저를 생각하면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김효은 실감이 안 나요. 해야할 것들이 많이 남아서 계속 밤을 새고 있거든요. 그런데 정말 기분 좋게 새고 있어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이 더 있다는 게 좋고. 새해가 시작됐는데 마음 한 켠 건드려진 부분들이 <호프>를 통해 위로받고, 모두 새해를 조금 더 행복하게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저는 제 홍보를 친구들에게 하지 않는데 작품이 좋고 자신 있으니까 홍보를 하고 있더라고요. 
오루피나 저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욕을 하셔도 괜찮고, 칭찬하셔도 괜찮은데 꼭 많은 분들이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작품 못지않게 배우들이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만들었어요. 그래서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욕하셔도 되니까 보셨으면 좋겠어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효은 오훈식 대표(R&D Works)님께 감사해요. 먼저 알아봐주셨거든요. 
강남 기회를 주셨어요. 
오루피나 오훈식 대표님과 같이 심사한 분들 중 아는 분께서 오훈식 대표님이 <호프>를 개발하고, 제가 연출하기로 했다는 얘길 듣고 저한테 연락하셨어요. “심사위원단에서 평가가 별로였는데 왜 하려고 하신대요?”하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독기가 생기고 그랬어요. 
김효은 다들 반신반의했어요.
오루피나 그런데 오훈식 대표님께서 작품을 보실 때마다 섬찟 놀랄 때가 있어요. 배우 캐스팅도 그렇고. 그런 경우가 많아서 대표님이 말씀하시면 믿자 하는 경우가 있어요. 
김효은 저희는 창작산실에서 떨어져도 극을 올려야 한다고 하셨어요. 유일하게 좋은 말씀해주신 분이었어요. 
오루피나 런스루 연습 보시더니 애정을 갖고 계셔서 자주 보러 오시더라고요. 잘 만들어줘서 스태프들, 배우들 고맙다고 하시면서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오루피나 저는 두 분(강남 작가, 김효은 작곡가)과 꼭 다시 하고 싶습니다. 
김효은 제가 하고 싶던 말이었어요.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서 창작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진짜 복이에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음 작품도 꼭 비현실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알앤디웍스



<호프>②…배우들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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