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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클립서비스X서울사진관의 <더 데빌> 컨셉사진 비하인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제공 | 알앤디웍스, 페이지1 2018-10-12 10,473
PHOTO BY | 개막 전 작품과 가장 먼저 만나는 순간은 사진입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기획부터 헤어, 메이크업, 의상, 촬영, 매니지먼트까지 많은 스태프들이 땀을 흘립니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최고의 사진으로 탄생시키는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사진작가가 들려주는 컨셉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11월 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는 <더데빌>의 사진은 초연부터 서울사진관에서 맡고 있습니다. 서울사진관은 사전 작업에 가장 많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스튜디오입니다. 사진작가들이 총괄디렉터(김호근), 조명디자인 디렉터(배임석), 공연사진 디렉터(이배희), 비주얼 디렉터(양광수)가 각 분야를 맡는 팀체제로 운영 중입니다. 

비주얼 디렉터가 기존 공연, 원작, 대본 등을 찾아보며 사전 연구를 합니다. 이후 비주얼 디렉터와 포토그래퍼가 사전 컨셉을, 조명팀과 비주얼 디렉터가 최종 컨셉을 구상합니다. 촬영에서 다함께 조명 디자인과 캐릭터와 배우에 맞는 세부 연출을 잡고, 촬영 전날 컨셉 이미지를 세팅하여 테스트 촬영을 진행합니다. 

<더데빌> 컨셉사진은 서울사진관에서 자주 하는 작업 방식과 달리, 클립서비스에서 컨셉을 구상한 것에 서울사진관의 디렉션이 더해져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팀과 팀의 협업이었습니다. 때문에 <더데빌> 편에서는 총괄 디렉팅을 맡고 사진을 촬영한 김호근 사진작가뿐 아니라 컨셉을 기획하고 준비한 클립서비스 프로젝트 마케팅팀도 함께 만나 <더데빌> 사진 촬영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기본 컨셉 회의
클립서비스 프로젝트 마케팅팀에서 맡고 있는 작품은 철저한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칩니다. 작품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를 합니다. 여러 번 했던 공연은 3~4개월 전에 시작하기도 하지만, 통상 6~8개월 전부터 합니다. 이 시기에는 촬영 컨셉뿐 아니라 광고 프로모션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웁니다. 

처음 맡는 작품은 작품의 음악과 대본 등 모든 소스를 살피며 분석을 거치고, 원작이 있다면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찾습니다. 팀원 모두 회의를 수시로 하면서, 주요 키워드에서 가능한 아이템을 최대한으로 뽑아냅니다. 그 과정에서 찾은 것이 <더데빌>에선 손과 사과였습니다. 

“이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밌고요. 마감이 다가올 때 번뜩번뜩 생각날 때가 있어요. 계속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보면 어느날 ‘어!’ 하고 떠오르는 거죠. 여러 이미지도 많이 살펴 봐요. 생각이 너무 안 나면 서점에 가서 책 표지들을 보면서 색감이나 구도를 살펴볼 때도 있어요. 그림책이나 식물도감, 자동차 도감까지 보기도 해요.”(클립서비스) 


기본 포스터, 작품의 얼굴이 된다
로고 포스터는 작품의 기본 포스터로 활용됩니다. 때문에 촬영이 필요한 경우 가장 먼저 찍게 되는 사진입니다. <더데빌> 기본 포스터는 초연부터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바로 이 포스터입니다. 



창작 초연은 개막까지 많은 변화를 거치는 데다, 처음이기 때문에 라이선스 혹은 재공연에 비해 많은 회의를 거칩니다. “제작팀과 회의를 많이 해요. 작품이 바뀌어가는 상황도 들어야 하니까요. 초연 작품은 연출님한테 얘기를 많이 들어봐요. 100% 다 컨셉에 담을 수 없더라도요.”

‘손’은 “신이든 누구든 인간이 선택하고 잡는 것”이라는 의미로 처음부터 포스터에 담을 요소로 정해졌습니다. 다음 관건은 남자와 여자 중 어떤 성별의 손을 촬영할 건지였습니다. 



존 파우스트가 엑스를 택해 진행되는 것이니 남자 손이었으면 좋겠고, 그 손이 성경책 등 뭔가를 잡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지나 연출의 의견에 따라 촬영을 앞뒀던 전날 밤, 야근 중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가 더 나오게 됩니다. 

“촬영 전날 밤 늦게까지 야근하다가 (촬영 컨셉이) 조금 심심하고 어려울 것 같아서 얘기하다가 선악과의 느낌으로 사과를 떠올렸어요. 존의 선택으로 희생당하는 건 그레첸이니까 여자 손으로 사과를 받아쥐는 게 들어가면 어때? 란 이야기가 갑자기 나온 거죠. 빨간 사과가 있으면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색감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마침 디자이너도 있어서 구도도 잡아봤고요.” 

그렇게 두 포스터가 완성되었고, 혼용을 하다가 현재는 빨간 사과가 있는 포스터를 기본 포스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로고 포스터는 바꾸지 않아요. 앞 시즌에 예쁘지 않다는 평을 듣더라도요. 회사 로고와 같은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쓰려고 합니다.”


초연, <더데빌>의 시작



<더데빌> 초연은 17세 이상 관람가였고, 강간 장면과 폭력적인 장면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고통받는 캐릭터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컨셉 사진도 자연스럽게 어두운 면에 주목했습니다. 세트를 제작해 경기도 하남에서 촬영했습니다. 

“어두운 배경을 중심으로 나무가 있는 공간을 배치하고, 체스와 말 정도를 소품으로 썼고요. 신들의 내기, 게임을 담으려 했어요. 체스는 말을 놓는 사람이 위치를 선택하는 건데, 존을 두고 엑스가 내기를 벌이니까요.” (클립서비스)


 

재연, 3인극에서 4인극으로 



재공연에서는 큰 변화를 거칩니다. 한 배우가 연기하던 엑스 캐릭터를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눠 두 배우가 하면서 3인극에서 4인극으로 탈피하게 된 것입니다. 재연 컨셉 사진도 이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엑스 캐릭터가 한 명에서 블랙과 화이트로 나뉜다는 걸 보여줘야 하기도 했어요. 출연진도 많았고요. 초연 때 어두운 배경은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배우들의 옷을 더 스타일리시하게 하려 했어요. 하지만 마냥 어둡지 않게, 악동 느낌도 표현하려 했습니다.” (클립서비스)


삼연, ‘선과 악’에서 ‘빛과 어둠’으로 
2018년 공연 컨셉 사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빛과 어둠’입니다. 지난 두 번의 공연에서 ‘선과 악’을 많이 언급했다면, 이번 공연부터 ‘빛과 어둠’으로 대체하면서 느낌에 변화를 주기로 한 것입니다. 선과 악에서 떠올릴 수 있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뭐가 맞고 틀렸는지 알 수 없는 것으로 표현을 달리 했습니다. 

전체 컨셉은 ‘담백함’입니다. 인위적인 세트를 배제하고 ‘빛과 어둠’을 흑과 백으로 표현합니다. “<더데빌> 마지막을 보면 에필로그가 나오면서 환하게 끝나요. 마냥 어두운 작품이 아닌데, 그동안 어두운 부분에 힘을 주고 찍었던 게 아닌가 했어요. 관객 분들도 어느 정도 작품을 아실 것 같아서, 힘을 빼고 담백하게 촬영하기로 결정했어요.” (클립서비스) 

어둠을 상징하는 존과 빛을 상징하는 그레첸은 각각 블랙과 화이트로 표현했습니다. 엑스블랙은 검정 톤으로, 엑스화이트는 하얀 톤으로 담았습니다. 서울사진관과의 회의를 통해 각각 검정색과 하얀색인 의상 색깔에 맞춰, 사진 톤도 모노블랙, 모노화이트로 결정했습니다. 



흑백 대비를 부각하기 위해 ‘체스판’을 전면에 등장시켰습니다. 초연부터 소품으로 쓰이며 조연 역할을 했던 것에서 나아가 중심 컨셉이 된 것입니다. 

“포커 카드처럼 개별 컷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어요. 체스로 표현했으니까 인물 전체 포스터는 체스판처럼 만들면 어떻냐는 아이디어를 디자이너가 냈어요. 초연부터 참여해서 작품을 잘 알고 있었거든요. (존을) 체스의 말처럼 엑스블랙과 엑스화이트가 조종하는 의미도 있었고요. 대신 배우 개개인도 보일 수 있도록 개별 컷은 체스판이 어딘가에 형상화된 것처럼 디자인했어요.” (클립서비스) 

이렇게 전체적인 컨셉을 클립서비스에서 구상한 후 서울사진관과 회의를 거쳤습니다. 어떤 느낌으로 최종 이미지를 만들지 소통한 후, 클립서비스에서 선택한 카피를 토대로 서울사진관에서 촬영 때 배우들에게 줄 디렉팅을 결정했습니다. 


캐릭터 컨셉  
개별 포스터에는 캐릭터 대표 대사가 인물 사진과 함께 적혀있습니다. 대사 선택은 미리 역할 별 대사를 선별한 뒤, 배우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택했습니다. 

“대본을 보면서 배역 별 상징적인 대사를 뽑았어요. 원했던 카피가 있었어도, 촬영 후 잘 나온 사진과 어울리는 카피로 넣었어요. (같은 배역에 대사를 통일하지 않은 건) 같은 걸 쓰면 그 카피에 이미지가 갇힐 수도 있잖아요.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클립서비스)

배역 별로 선택된 대사를 바탕으로 서울사진관에서는 배우마다 어울리는 단어를 찾았습니다. 촬영 당일 배우가 표현해줘야 할 표정과 눈빛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입니다. 

“극 중에 나오는 대사를 받고 나서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스튜디오에서 같이 연구했어요. 단어를 선택했고, 현장에서 물어보고 조율하고자 했죠.” (서울사진관)



[엑스블랙] 
차지연 “끝없는 방황 속 부르는 그 이름.”
박영수 “어둠이 사라진다면 세상이 더 찬란해질까.”
임병근 “어둠이 빛을 삼킬 것이다.” 
김찬호 “이제 당신과 나의 위치를 바꿀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충주 “승리를 향해 잊지 말고 기억해. 모든 건 너의 선택.” 


“엑스블랙은 네 캐릭터 중 유일하게 미소를 보이도록 촬영했어요. 대놓고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어요. 순수함에서 오는 섹시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서울사진관) 



[엑스화이트]
김다현 “그 통곡 속에 흘러내린 너의 눈물.”
차지연 “찾아라. 네가 빼앗긴 그것, 구하라 네가 버린 그것.”
임병근 “그의 이름은 중요치 않아. 그를 불러서 행복하다면.” 
조형균 “가장 어두운 밤 뒤엔 언제나 새벽.” 
이충주 “무엇인가. 삶은 무엇인가.” 


“서울사진관에서 선택한 단어는 불안한 모습, 고민하는 모습, 지켜보는 자의 안타까움이었습니다. 디렉션을 줄 때는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물을 보는 듯하게 봐달라고 했어요. 아니면 고양이, 강아지라든지. 신인데 사람을 보는 느낌이 되면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서울사진관) 



[존 파우스트] 
송용진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존재가 내겐 그 이름이야.”
장지후 “욕망이라 말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진실인 걸 인정해.”  
정욱진 “부서지지 않을 거야. 흐려지지 않을 거야.”
신재범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존 파우스트는 유일하게 선택하는데, 본인의 의지거든요. 스스로 악을 택했다는 불안한 모습을 담으려고 표정이 아닌 손으로 그런 요소를 더 보여주고자 했어요. 배우들에게도 ‘손으로 불안함을 나타내 달라’고 해서 촬영했어요.” (서울사진관)



[그레첸] 
이예은 “내게 돌아올 너를 기다려. 다시 우리가 될 수 있게.”
차엘리야 “내 피와 살이 찢기더라도 어둠에 굴복하지 말게 하소서.” 
이하나 “너는 나의 어제 너는 나의 오늘과 내일.” 


“그레첸은 카피를 받고 순수, 고민, 유혹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그 단어로 배우들과 얘기하면서 극대화할 수 있도록 디렉팅했습니다.” (서울사진관) 


스타일링
컨셉 사진 촬영을 위한 스타일링은 작품 분위기 혹은 컨셉에 맞춥니다. 클립서비스에서는 대략적인 가이드 라인을 전달하고, 세부적인 의상은 의상팀에서 각 배우별 특징에 맞춰 준비합니다. 헤어와 메이크업 역시 대략적인 요구 사항을 전달하면 배우의 얼굴형에 맞춰서 마무리합니다. 

“이번에는 모노로 촬영하기 때문에 옷의 질감을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가죽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정장인데 회사원 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말했어요. 컨셉을 정하면 거기서 많이 달라지지 않는 선에서 촬영했을 때 조명을 받으면 배우들 얼굴이 잘 나오도록 선택합니다. (세부적인 건) 다 전문가니까 의상팀에서 잘 준비해주시고요.” (클립서비스) 


촬영 준비 
서울사진관의 비주얼 디렉터, 조명팀, 포토그래퍼가 각자 담당한 분야에서 세부적인 부분들을 조정해서 최종 시안을 완성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촬영 전날 테스트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촬영 전 컨셉을 완성하고 실제 촬영에 들어가는 거죠. 그래서 실제 촬영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서울사진관) 

확정된 촬영 컨셉은 촬영 전 배우들에게 미리 전달합니다. “궁금한 게 있는 경우 미리 연락이 오기도 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클립서비스) 


촬영 
촬영은 담백하게 잡은 컨셉에 맞춰 “배우들에게 과한 연기를 요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캐릭터를 담고자” 했습니다. 

서울사진관에서는 촬영을 위한 컨셉으로 “담담함”을 택했습니다. “표정은 담담하지만 작은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담담하면서 자신 있는 눈빛이지만, 손의 모양은 불안감을 내비치는 존 파우스트와 같은 이미지가 대표적입니다.” (서울사진관) 

컨셉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사체가 되는 배우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입니다. 캐릭터를 보여주는 사진이기 때문에 포토그래퍼는 다양한 안을 준비해서 정확한 디렉션으로 배우가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단순히 사랑하는 느낌이라고만 하면 ‘사랑? 무슨 사랑?’ 이렇게 되잖아요. 이걸 대비해서 스튜디오에서 구체적인 상황까지 사전에 준비해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갔던 공간을 바라보는 느낌이라든지. 단어를 정확히 선정해서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은 걸 전달한 걸 배우가 들었을 때 ‘할 수 있어’라고 해야 사진도 (의도한 대로) 잘 나와요.” (서울사진관) 

 

흑백톤이기 때문에 조명도 두 가지로 변화를 줬습니다. “밝다가 어두워지는 대비, 즉 대비가 강한 건 블랙톤에서만 사용하고, 화이트톤에서는 전체적으로 대비가 심하지 않게끔 방향을 잡아서 촬영했습니다.” (서울사진관) 


후반 작업
이번 공연은 톤에 맞춰 세트를 배제하고 흑백으로 촬영한 만큼 후반 작업은 더 중요합니다. “컬러를 흑백으로 바꿀 때 나오는 흑백으로 촬영할지, 아니면 음영이 더 많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최종 선택은 보통 흑백 사진보다는 더 섀도가 많이 보이도록 했어요. 머리카락이 세세하게 잘 보이는 식이죠.” (서울사진관)

디자인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세트에 힘을 주면 사진에 로고만 얹어서 완성하기도 해요. 하지만 담백하게 찍으면 디자인 후반 작업이 많이 들어가요. 심심해 보일 수 있으니까 아이디어를 계속 내야 하거든요. 디자이너에겐 더 힘든 방향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클립서비스) 

사진 선택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1차적으로 A컷을 서울사진관에서 선택해 클립서비스에 보내고, 클립서비스에서 작품과 잘 맞는 컷을 정리합니다. 작품 색깔과 어울리는 결로 사진을 택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없도록 제작사와 배우가 협의를 거쳐 최종 컷을 결정합니다. 


에피소드
광고에서 사라진 커플 사진, 그리고 유일무이 차지연 

2014년 초연 당시 광고용으로 사용하지 못했던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마이클 리(엑스 역)와 차지연(그레첸 역)의 커플 컨셉 사진입니다. 당시 버스 광고를 본 일부 시민들의 항의로 공연장과 프로그램북에서만 보게 된 컷은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일반적인 사진으로 촬영했는데 강렬한 컷도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촬영한 사진이었어요. 옷을 다 입고 있기도 했고 손만 살짝 넣은 사진이었는데 항의를 받았어요. 공연 광고는 심의가 없는데 신고하면 구청에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쓰지 못했어요.” (클립서비스)

이 사진은 “파격적이어도 되니까 강렬하게 찍어보자”고 했던 차지연 덕분에 탄생했습니다. “(차지연은) ‘이런 것도 같이 해 봐요. 저것도 해 봐요’ 하는 배우예요. 도전하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거든요.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두려워하지 않죠. 그레첸이 바닥까지 갔을 때 모습까지 촬영해보고 싶다고 해서 하게 됐어요. 마음에 들었던 사진입니다.” (김호근 작가) 

차지연의 적극성은 2018년 공연 컨셉 사진 촬영에서도 어김 없었습니다. 초연에서 연기했던 그레첸 역이 아니라 엑스 배역을 연기합니다. 블랙과 화이트로 나뉜 두 엑스를 모두 소화합니다. 



촬영을 위해 처음 준비됐던 의상은 같은 배역을 맡은 남배우들처럼 정장이었습니다. <더데빌> 첫 크로스 캐스팅이었고, 남자 배우가 연기했던 역할이었던터라 중성적인 느낌으로 여성스럽지 않게 해도 보이시하고 멋있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차지연이란 배우 자체가 멋있어서 보통 여성 캐릭터처럼 드레스처럼 여성스러운 옷은 피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차지연 배우가 남자 배우들과 다르게 입고 싶다고 했어요. 블라우스를 입고 싶다고. 걱정하니까 ‘나 한 번만 믿어보고 그냥 가’ 라고 딱 한 마디 하더라고요.” (클립서비스) 

엑스 화이트 역도 눈화장 없이 촬영한 다른 남배우들과 달리 눈화장을 하고, 원피스 의상을 입고 촬영했습니다. 이런 시도는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냈습니다. “배우라면 멋있어 보이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은데, (<더데빌> 촬영과는 달리) 송화처럼 역할에 따라 메이크업을 아예 하지 않기도 하더라”며 “내려놓고 하는 모습이 멋있는데 또 예쁘다.”고 그간 받은 인상을 털어놓았습니다. 

“차지연은 차지연이었어요. 여성 옷을 입고 있어도 남성과 비교했을 때 그 역할의 분위기가 안 나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여자의 접근 방식으로, 어떤 사람의 개성으로 접근하면 달라보인다는 걸 느꼈어요. 남배우가 했던 역할이어서 생긴 고정관념이었구나 했어요.”

촬영 전에는 적극적으로 컨셉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예쁜 것 써주시겠지’ 하면서 정작 사진 고르는 일에는 무심하다고도 했습니다. 기자가 수차례 만나본 차지연도 그랬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배우”라고 김호근 작가도 말합니다. “제 생각에는 유일해요. 엑스블랙으로 촬영할 때는 그런 걸 최대한 보여줄 수 있게끔 해줬고, 엑스화이트를 할 때는 반대로 그런 느낌이 너무 나오지 않게 소통하면서 촬영했어요.”


디졸브 <록키호러쇼>, 그리고 무대에서 빛나는 조형균

<더데빌> 사진 촬영은 <록키호러쇼>를 하고 있을 때 진행되었습니다. <록키호러쇼>에 출연 중인 여러 배우가 <더데빌>에도 출연합니다. 프랑큰 퍼터 역을 맡고 있는 송용진과 조형균은 사진 촬영 후 바로 <록키호러쇼>를 공연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낮에 온화하게 있다가 타락하러 간다”는 말을 남기며. 

조형균의 머리만 유일하게 금발인 것도 <록키호러쇼> 출연 때문입니다. 엑스화이트는 신이라 머리 색깔이 흑발일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금발인 채로 컨셉 사진이 남게 되었습니다. 



조형균도 촬영 후 사진을 확인하지 않는 배우 중 한 명입니다. “저는 무대에서 제일 잘 놀고 멋있으면 됐지, 나머지는 각자 전문가들인데 알아서 잘 해주실 거니까요. 저는 무대에서 잘하고 멋있으면 됩니다.”라는 말에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믿고 맡기면 제작사에서 선택하는 사진이 최종 선택 컷이 되는 만큼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출연 배우가 잘 나오지 못한 컷을 쓰는 건 공연에도 도움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잘 나온 컷을 고르려 노력합니다.”


 

 
김호근 작가(서울사진관) | 연극 <아마데우스>(2018), <남자충동>(2017), <그와 그녀의 목요일>(2017), <지구를 지켜라>(2017), <미친 키스>(2017), <햄릿_더플레이>(2016), <나는 나의 아내다>, <친정 엄마와 2박 3일> 외 다수, 뮤지컬 <더데빌>(2018), <록키호러쇼>(2018), <마마, 돈 크라이>(2018), <닥터 지바고>(2018), <맨 오브 라만차>(2018), <신흥무관학교>(2018), <웃는 남자>(공연사진, 2018),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2017), <컨택트>(2017), <타이타닉>(2017), <햄릿: 얼라이브>(2017),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17), <시라노>(2017), <드림걸즈>(2017), <드라큘라>(2016), <뉴시즈>(2016), <노트르담 드 파리>(2016)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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