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중의 추천 『사피엔스』
인간이 어떻게 해서 약육강식의 피라미드를 뒤집고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섰는지 그 역사를 정리한 책이에요. 이 책을 읽고 인간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이기적이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들이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다른 동물에게 어떤 피해를 줬는가 생각해보면 말이죠. 또 이 사회를 지속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법과 질서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저는 평소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요. 오랫동안 길고양이를 돌보기도 했고, 지금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죠. 4년쯤 돌봐준 길고양이가 차에 치여 죽은 뒤로는 임시동물보호소를 세우는 꿈도 꾸고 있어요. 독일에는 ‘티어하임(Tierheim)’이라는 임시동물보호소가 있는데 시설이 무척 크고 쾌적해요. 무엇보다 유기동물이 입양되지 않아도 안락사 시키지 않고 계속 함께 산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언젠가는 저도 안락사 없는 임시동물보호소를 세우고 싶어요. 이런 얘기를 하면 ‘동물한테 돈을 쓸 바엔 사람을 돕는 게 낫지 않느냐’는 소릴 자주 듣지만, 사람을 돕는 사람이 있으면 동물을 돕는 사람도 있어야지 않겠어요?
김히어라의 추천 『그래서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했다』
프랑스 배우 오드레 베르농이 쓴 자본주의 풍자극이에요. 한 여자가 억만장자와 결혼해 신분상승에 성공한 비법을 알려주는 내용인데, 책을 쓴 배우가 직접 일인극 공연을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해요. 억만장자는 *** 시계 찰 것 같죠? 그건 가난한 사람들이나 차는 거예요. 제 남편은 요새 요트 쇼핑을 하고 있어요. 한국의 **그룹 회장은 제 남편에 비하면 가난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식으로 억만장자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폭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재벌도 종종 언급해서 재미있어요.
연말쯤 제가 속한 창작집단 ‘RT프로젝트’에서 이 작품을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일 계획이에요. 친한 연출가가 프랑스에서 배우를 만나 작품을 사왔는데, 그때 그 배우가 그랬대요. 한국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배우가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연출가가 그 말을 듣고 절 떠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경제에 관심이 많고 쇼핑몰을 운영한 경험도 있거든요. 또 배우 일을 하면서 돈 때문에 서러웠던 경험도 있고, 좋은 예술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며 출연을 제안해 주셨어요.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한 시간만에 다 읽고 출연을 결심했죠. 한국에서는 책 내용을 조금 각색해서 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공연해보려고요.
매거진 PS는 지난 호에 지면의 한계 혹은 여러 여건 등으로 싣지 못했거나 아쉬웠던 혹은 더 담고 싶었던 뒷이야기를 담는 섹션입니다. 관련 기사 원문은 <더뮤지컬> 5월호 '[SPECIAL| 지금 가장 빛나는 라이징 스타(58~61p)]'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본 기사,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