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곱게 쪽진 머리에 한복을 입은 자야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11월호에 실린 정인지 배우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텐데요. 자유분방한 곱슬머리는 화보 촬영을 위한 세팅이 아니라 정인지 배우의 평소 헤어스타일이랍니다. 흐트러진 머리채를 휙휙 넘기며 카리스마 넘치게 촬영에 임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던 시간! 활짝 웃는 B컷과 함께 매번 용기를 내어 무대에 선다는 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010년 이후 4년 간 무대를 떠나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했잖아요. 복귀하려니 힘든 점은 없었나요?
힘들었어요. 오랜만에 연기를 하려니까 무대에서 말하고 움직이는 법조차 모르겠더라고요. 오디션 원서를 써놓고 용기가 안 나서 못 보낸 적도 많고, 보냈다가 떨어진 적도 많고, 원서는 붙었는데 겁이 나서 오디션장까지 못간 적도 많아요. 한번은 용기를 내서 찾아갔더니 공개 오디션인 거예요. 다른 지원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사위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프로필 보니까 <위대한 캣츠비>, <그리스> 주연하셨네요. 근데 왜 이거 하려고 하세요?” 전 당황해서 작품이나 역할 크기 같은 건 상관없고 그냥 하고 싶어서 온 거라고 대답했죠. 심사위원이 “그럼 어디 한번 봅시다” 하는데, 정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절 쳐다봤어요. 거기서 노래, 춤, 연기를 다 망쳤다고 생각해 보세요. 오디션장을 나설 때까지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어요. 울고 싶고 숨고 싶었죠. 그래도 계속 오디션에 도전했던 걸 보면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진짜로 컸던 것 같아요.
무대로 돌아오니 좋던가요?
무서웠어요. ‘실수할까봐’가 아니라 ‘허투루 서게 될까봐’. 무대는 되게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허투루 서서는 안 되는 곳이죠. 돌아오니 너무 무서운데, 그 무서움이 좋은 거예요. 직장생활 4년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보다 이 무서움으로 인해 맞닥뜨리는 스트레스가 더 힘내서 견딜 수 있더라고요. 다시금 깨달았죠. 아, 내가 선택해야 할 직업은 이거였구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감정 절제가 어려운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뭐예요?
백석의 솔로곡 ‘어느 사이에’가 끝나고 백석과 자야가 만나는 장면이요. 실제로는 자야의 상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장면이 굉장히 어려워요. 백석한테 되게 투정부리고 싶어지거든요. 사실 이 작품에는 감정이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대사가 거의 없어요. 다 밑에 깔려 있죠. 백석과 자야의 첫 대사가 ‘여보 나왔어’와 ‘또요?’인데요, 여기에도 생략된 말이 길어요. ‘아이고, 날 보려고 매번 이렇게 헐레벌떡 뛰어오다니, 나야 너무 좋지만 또 이렇게 머리가 산발이 되도록 달려왔단 말이에요?’가 줄어서 ‘또요?’가 된 거거든요. 이런 대사가 많다 보니 모든 장면이 어려워요. 그중에서도 ‘어느 사이에’가 끝난 뒤에는 ‘춥지요’라는 첫 마디를 꺼내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때는 무대에 흐르는 공기부터 다르거든요. 그 공기는 노래를 부르는 배우가 아니라 듣는 관객이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해요. 시의 매력은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특히 ‘어느 사이에’는 모든 관객에게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 텐데, 그 생각이 모여 흐르고 있는 공기에 들어서면 어쩐지 왈칵 울음이 터질 것 같아요. 묘한 경험이에요.
2010년 이후 4년 간 무대를 떠나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했잖아요. 복귀하려니 힘든 점은 없었나요?
힘들었어요. 오랜만에 연기를 하려니까 무대에서 말하고 움직이는 법조차 모르겠더라고요. 오디션 원서를 써놓고 용기가 안 나서 못 보낸 적도 많고, 보냈다가 떨어진 적도 많고, 원서는 붙었는데 겁이 나서 오디션장까지 못간 적도 많아요. 한번은 용기를 내서 찾아갔더니 공개 오디션인 거예요. 다른 지원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사위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프로필 보니까 <위대한 캣츠비>, <그리스> 주연하셨네요. 근데 왜 이거 하려고 하세요?” 전 당황해서 작품이나 역할 크기 같은 건 상관없고 그냥 하고 싶어서 온 거라고 대답했죠. 심사위원이 “그럼 어디 한번 봅시다” 하는데, 정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절 쳐다봤어요. 거기서 노래, 춤, 연기를 다 망쳤다고 생각해 보세요. 오디션장을 나설 때까지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어요. 울고 싶고 숨고 싶었죠. 그래도 계속 오디션에 도전했던 걸 보면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진짜로 컸던 것 같아요.
무대로 돌아오니 좋던가요?
무서웠어요. ‘실수할까봐’가 아니라 ‘허투루 서게 될까봐’. 무대는 되게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허투루 서서는 안 되는 곳이죠. 돌아오니 너무 무서운데, 그 무서움이 좋은 거예요. 직장생활 4년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보다 이 무서움으로 인해 맞닥뜨리는 스트레스가 더 힘내서 견딜 수 있더라고요. 다시금 깨달았죠. 아, 내가 선택해야 할 직업은 이거였구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감정 절제가 어려운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뭐예요?
백석의 솔로곡 ‘어느 사이에’가 끝나고 백석과 자야가 만나는 장면이요. 실제로는 자야의 상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장면이 굉장히 어려워요. 백석한테 되게 투정부리고 싶어지거든요. 사실 이 작품에는 감정이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대사가 거의 없어요. 다 밑에 깔려 있죠. 백석과 자야의 첫 대사가 ‘여보 나왔어’와 ‘또요?’인데요, 여기에도 생략된 말이 길어요. ‘아이고, 날 보려고 매번 이렇게 헐레벌떡 뛰어오다니, 나야 너무 좋지만 또 이렇게 머리가 산발이 되도록 달려왔단 말이에요?’가 줄어서 ‘또요?’가 된 거거든요. 이런 대사가 많다 보니 모든 장면이 어려워요. 그중에서도 ‘어느 사이에’가 끝난 뒤에는 ‘춥지요’라는 첫 마디를 꺼내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때는 무대에 흐르는 공기부터 다르거든요. 그 공기는 노래를 부르는 배우가 아니라 듣는 관객이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해요. 시의 매력은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특히 ‘어느 사이에’는 모든 관객에게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 텐데, 그 생각이 모여 흐르고 있는 공기에 들어서면 어쩐지 왈칵 울음이 터질 것 같아요. 묘한 경험이에요.
매거진 PS는 지난 호에 지면의 한계 혹은 여러 여건 등으로 싣지 못했거나 아쉬웠던 혹은 더 담고 싶었던 뒷이야기를 담는 섹션입니다. 관련 기사 원문은 <더뮤지컬> 11월호 '[PEOPLE|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정인지]'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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