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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08년 라인업, 거품을 줄이고 내실을 기하다

글 | 현수정 2009-01-20 4,390

2008년 라인업

거품을 줄이고 내실을 기하다

 

2007년은 뮤지컬 업계가 스스로에 대해 ‘중간 점검’을 하는 계기가 된 한해였다. 결론은 콘텐츠의 양적인 팽창 속도를 인프라의 구축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2007년에 대형 창작뮤지컬 네 편이 연이어 막을 올린 것에 반해, 2008년에는 대극장에서 초연하는 국내 프로덕션의 공연 소식을 접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신 올해 라인업의 특징은 중소극장의 특색 있는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띈다는 것이며, 소재와 타깃층이 다각화되었다는 것이다.

 

2007년, ‘중간 점검’의 해

 

2007년에는 뮤지컬 시장의 성장세를 느끼게 하는 사건들이 적잖이 있었다. 창작뮤지컬의 수적 증가, 전용극장 건립의 가시화, 투자 시장의 성장, 뮤지컬 배우들의 타 매체 진출, 새로운 시상식의 출범 등. 시장의 규모 역시 2000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관객의 호응을 얻은 작품으로는, ‘두 개의 탑’을 이룬 작품인 <퀴담>과 <캣츠>의 투어 공연, <올 슉 업>, <쓰릴 미>, <맨 오브 라만차>, <시카고>, <맘마미아>, <헤어스프레이> 등의 라이선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오디션>, <싱글즈> 등의 창작 초연작들이 있다. 그리고 <명성황후>, <김종욱 찾기>, <뮤직 인 마이 하트> 등 리바이벌된 창작뮤지컬들이 스테디셀러로서 꾸준한 반응을 이끌었다.

반면, 총 160편(서울에서 공연한 성인 뮤지컬, 월간 <더뮤지컬> 12월호 참조)에 달하는 뮤지컬 중 수익을 낸 작품은 손에 꼽히고, ‘투어>라이선스>창작’이라는 흥행의 부등호를 충실히 지켰다. 네 편의 대극장 창작뮤지컬인 <하루>, <대장금>, <댄싱 섀도우>, <해어화>의 실망스러운 결과는 인프라가 부족한 뮤지컬 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스타들의 개런티로 만만찮은 제작비가 소요된 <하루>를 비롯하여 각각 60억, 55억, 30억원의 제작비가 투여된 <대장금>, <댄싱 섀도우>, <해어화>의 실패는 뮤지컬의 인프라가 전방위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건이었다. <하루>는 스타캐스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제작시스템을, <대장금>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 프로덕션의 허점을, 세계적인 창작진을 초빙하여 7년간 제작한 <댄싱 섀도우>는 작품의 개발 단계부터 치밀하게 콘셉트를 잡는 R&D 과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해어화>는 뮤지컬 편곡자의 부재와 ‘퓨전 사극’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즉, 이들은 공통적으로 창작인력의 부족과 제작시스템의 허술함이라는 뮤지컬 업계의 허점을 드러냈다.


뮤지컬의 관객층이 두텁지 못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사건도 있었다. 떠들썩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국내 유일의 뮤지컬전용극장인 샤롯데극장에 진입한 일본 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1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는 <라이온 킹>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은 뮤지컬의 절대 관객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말부터 30대 중반의 여성’이라는 한정된 층의 관객들로 대극장 장기공연을 끌고 가기란 힘들다.
한편, 가장 절실히 요구되었던 인프라 중 하나인 전용극장 건립 소식이 새록새록 전해 것은 고무적이다. 리뉴얼하는 곳을 포함하여 2010년 전까지 열 곳 이상의 뮤지컬 전용극장이 오픈한다. 그러나 중간 현 시점에서는 콘텐츠의 롱런을 가능하게 하는 인적, 물적 인프라에 대해 문제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2008년, 특색 있는 중․소극장 뮤지컬 중심, 소재와 타깃의 다각화


올해 라인업의 특징은 리바이벌되는 대작, 새롭게 소개되는 고전, 동시대적인 특색 있는 뮤지컬, 다양한 소재의 창작 무비컬 등을 모두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소재와 타깃이 다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초연되는 국내 프로덕션의 작품들은 대부분 중․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는 사실도 주목해볼 만하다.

2007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뮤지컬의 대부분이 중․소극장에서 선보여진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미녀는 괴로워>, 라이선스 뮤지컬 <나인>, <지붕 위의 바이올린>, <마이 페어 레이디>, <캣츠>를 제외하고는 모두 리바이벌작과 해외 투어 작품들이 대극장 무대를 채운다. 그 외에는 유일하게 레퍼토리화 된 대극장 창작뮤지컬인 <명성황후>를 비롯하여, <노트르담 드 파리>, <햄릿>,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 <애니> 등의 라이선스뮤지컬, 그리고 <42번가>, <캣츠>, <어린 왕자>, <로미오 앤 줄리엣>, <알레그리아>, <네비아>와 같은 투어 작품들이 대극장을 채운다.
작년에 창작뮤지컬 ‘Big 4’가 실패한 여파로 대형 뮤지컬의 제작 계획이 취소된 예는 보이지 않는다. 에이콤의 <안중근>, 싸이더스 FNH의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 2009년에 오픈할 예정인 대형 뮤지컬이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다. 한편 대극장에서 공연을 오픈하려면 단계별 공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인식은 강화되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작년에 비해 대극장에서 초연하는 작품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뮤지컬 시장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괜찮은 레퍼토리’는 체계적인 개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며 내실을 기하는 것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또한 2008년에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국내에 제목만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인 <마이 페어 레이디>, <지붕 위의 바이올린>과 같은 고전부터 붉은 피로 점철된 엽기 뮤지컬인 <이블 데드>와 같은 ‘B급’ 콘셉트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소위 ‘4대 뮤지컬’, ‘프랑스 3대 뮤지컬’부터 웬만한 블록버스터 작품들까지 이미 국내에 소개되었거나 라이선스 계약이 된 상태이다. 따라서 근래 들어 제작자들은 브로드웨이나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혹은 영미권 밖에서 동시대적인 작품을 발굴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특히 중소제작사들의 경우에는 메이저 제작사가 보유한 대작과 차별화된 특색 있는 중․소극장 작품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07년에는 <쓰릴 미>, <펌프 보이즈>, <스핏파이어 그릴> 등의 작품들이 발굴되었다. 관객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얻은 작품도 있고 작품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모두 올해 리바이벌될 예정이다.
또한 국내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뮤지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사, 작곡가로 칭송받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컴퍼니>, ‘포스트 손드하임’ 중 한 사람인 존 라퀴사의 작품으로 일본 소설 <라쇼몽>을 원작으로 하는 <씨왓아이워너씨> 등 작품성 있는 뮤지컬들이 준비되면서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울러 타깃 층도 확대되었다. 19세 청년과 80세 할머니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19 그리고 80>, 요양원에서의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의 회환과 사랑을 그린 <러브>는 관객층의 연령을 확대했다. 그리고 일본의 인기 만화잡지 주간 점프에서 연재되고 있는 스포츠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뮤지컬인 <테니스의 왕자>는 일본의 아이돌 스타들과 함께 세트로 바다를 건너 올 예정이라, 10대 관객들의 반향을 기대하게 한다. 

 

창작뮤지컬의 경우에도 다양한 소재의 중․소극장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라디오 스타>, <내 마음의 풍금>,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달콤 살벌한 연인>, <미녀는 괴로워> 등, 소재의 원찬을 영화에서 찾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무비컬(Movical)’의 활발한 제작 현황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꾸준히 하나의 트렌드로 언급되어 왔다. 한편, 무비컬은 ‘트렌드’라기보다는 뮤지컬이 원작을 찾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과 같은 대작들을 비롯하여 잘 알려진 뮤지컬들은 시, 소설, 오페라 등의 원작을 갖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늘고 있는데, 영화는 현재 뮤지컬화하기에 무리가 없는 길이의, 흥행이 보장된 소재를 보유한 대표적인 대중매체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내의 경우 그 외에 콘텐츠를 보유한 영화사들이 뮤지컬로 진출하고 있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긴 한데, 소재적인 측면에서도 앞으로도 영화의 대안이 될 만한 원작의 보고를 찾기 전까지 무비컬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두 편의 무비컬, <싱글즈>와 <댄서의 순정>이 선보여졌는데, 전자는 팝아트적인 세련된 컨셉으로 가볍고 매끈하게 시각화시키고 후자는 멀티맨 등을 활용하여 드라마를 최대한 살렸다. 그러나 모두 영화와 뮤지컬의 장르적인 특성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플롯의 배열을 보이고, 드라마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군무 장면에서조차 쇼적인 측면과 스펙터클을 살리지 못하는 등의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초 국내 무비컬 중 첫 타자로 오픈한 <라디오 스타>의 경우에 비교적 음악적인 구성이 드라마와 어우러지는 면이 있고 대사와 제스처 등에서 디테일한 재미를 주는 면이 있었다. 한편, 무대나 녹음상태 등 프로덕션의 퀄리티가 전체적으로 높지 못한 것은 창작뮤지컬의 어려운 환경을 고려하여 차치하더라도, 신에 맞게 넘버를 편곡하지 못하여 음악 자체의 매력이 떨어졌고, 콘서트 장면과 같이 무대화시키기에 유리한 부분을 활용하는 것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잘 만들어진 무비컬의 예라고 하면 현재 웨스트 엔드에서 상연 중인 <빌리 엘리어트>를 들 수 있는데, 어른들의 보이콧 장면과 아이들의 무용 연습 장면이 서로 교차하면서 극적인 상황을 극대화시키고 와이어와 무대 장치를 활용하여 빌리의 춤을 최대한 살렸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있는 <금발이 너무해>는 전체 컨셉은 원작 영화와 동일하지만 무대라는 매체에 맞는 적절한 생략과 비약을 보여주었고, 유머를 세련되게 활용하여 ‘가벼운’ 컨셉의 통일성을 유지했다. 관건은 원작의 드라마에 함몰되지 않고 매체의 특성에 맞게 플롯을 재배치하고 음악적인 구성과 비주얼로 생략되고 비약된 부분을 채우는 것에 있다.


 
△주요 초연작

 

<라디오 스타> 88년 가수왕을 지냈으나 지금은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라디오 디제이를 하는 록 스타와 그의 매니저가 펼치는 따뜻한 이야기. 7080콘셉트의 작품. 조연인 정성화, 서범석의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이블 데드> 1983년에 개봉했던 동명의 영화가 원작. 숲속으로 여행을 간 대학생들이 악령을 풀어주면서 발생하는 엽기적인 사건들을 보여주는, 피로 점철된 컬트 뮤지컬.

<소리도둑> ‘뮤지컬계의 최불암/김혜자’라 불릴 만큼 잘 어울리는 콤비인 남경주/최정원을 캐스팅. 어릴 적 아버지를 잃어버린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린 자폐아가 엄마와 함께 강원도의 하성리로 이사를 가서 마을사람들과 노래로 소통하기 시작한다는 순박한 내용을 담는다.

<컴퍼니>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 중 하나. 서른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로버트가 주변의 결혼한 다섯 커플과 세 명의 여자친구들과의 관계를 느슨한 인과관계의 스토리 구조를 통해 보여준다. 현대인들에게 결혼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

<씨왓아이워너씨>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덤불 속에서>, <용>, <케사와 모리토>가 원작. 뉴욕의 퍼블릭시어터에서 공연된 지 2년만에 국내에서 개막하는 최근작. 손드하임의 계보를 잇는 ‘포스트 손드하임’ 중 대표적인 창작자인 마이클 존 라퀴사가 작사, 작곡, 대본을 모두 맡음. 하나의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진술을 보여주며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어린 왕자> 쌩떽쥐베리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프랑스 뮤지컬. 어린 왕자가 별들을 이동하고 사막에서 여우를 만나는 등의 판타지를 무대에 재현. <노트르담 드 파리>의 리샤르 코시안테가 작곡을 맡았다.

<내 마음의 풍금> 훗날 부부의 연으로 발전한 사제 간의 순수한 정(情)을 수채화처럼 보여준다. ‘한국의 사운드 오브 뮤직’을 지향. 오만석이 캐스팅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

<테니스의 왕자> 천재적인 테니스 선수 료마가 온갖 모함과 라이벌과의 대결을 극복하고 승리한다는 이야기. 일본의 『주간 소년챔프』에 연재된 후 텔레비전 에니메이션 시리즈, 극장판 에니메이션 시리즈 등으로 거듭 만들어지며 인기를 끌었던 작품.

<미녀는 괴로워> 노래는 잘하지만 못생긴 여인이 온몸 성형 후 성공한다는 이야기. 원작 영화의 주인공인 김아중에 대적할 만한 스타 여주인공을 찾는 동시에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에게 작곡을 의뢰하는 중.

<지붕 위의 바이올린> 러시아 혁명 당시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합을 다뤘다. 뮤지컬로 공연된 후 영화화되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게 되었다. 웨스트 엔드에서 리바이벌 중.


△ 2008 전체 작품 목록


추가

3/13~4/27 만화방 미숙이, 나무와 물, 뉴컴퍼니

8/4~9/23 맨 오브 라만차, LG아트센터, 오디뮤지컬컴퍼니

5/1~6/22, 7/3~8/31 루카스, 나무와물,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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