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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배우들에게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뮤지컬”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7-04-21 3,771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개막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37주간 수성했던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14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같은 해 토니어워즈에서 작곡상과 오케스트레이션상을 수상했다. 한국 초연은 대본과 음악만 가져온 스몰 라이선스 공연으로 옥주현, 박은태가 원캐스트로 주연한다. 

지난 19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1막 주요 장면인 ‘집을 짓다’, ‘창 속의 세상’, ‘내게 다가와줘요’ 등 아홉 넘버를 시연했다. 대극장 뮤지컬에서 흔히 보던 화려한 조명과 군무, 넘버 대신 두 주연의 감정 연기와 미니멀한 무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듯한 영상, 앙상블의 움직임 등이 무대를 채웠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하이라이트 시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형 연출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타국(이탈리아)에서 건너온 한 여자가 새로운 사랑과 가족 사이에서 고민하는 선택하는 순간을 묘사하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간결하면서도 공간을 잘 보여주는 무대를 만들었다. 주역들과 앙상블은 프란체스카를 계속 지켜보며 프란체스카를 향한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음악은 기승전결이 명확한 여타 대극장 뮤지컬 음악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운율이지만 드라마틱하지 않다. 김태형 연출은 “음악이 장면을 다 만들어주고 있다”라고 표현하며 조금만 손을 대서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음악의 또 다른 포인트는 그랜드 피아노다. 옥주현은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피아노 연주에 보통 공연과 달리 그랜드피아노가 쓰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랜드피아노가 아날로그 느낌을 주는 동시에 거칠고 오래된 나무 같은 소리를 맡고 있다고 했다. 



물음표에 응답하기까지
원캐스트로 주연을 맡은 옥주현, 박은태 두 배우는 출연에 물음표를 가진 분들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옥주현은 “그래서 하고 싶었다”며, 전형적인 대형 뮤지컬을 많이 해와서 배우로서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진중하게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들려드릴 시간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운좋게 이런 작품이 제게 주어졌어요.”

옥주현은 노래할 때 “진성과 센 소리는 덜 쓰고, 따뜻하고 서정적이면서도 그리움이 묻어나는 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양주인 음악감독의 디렉션에 집중한다. “제 악보에는 ‘샤콘느(슬프고 우울한 음악 양식 중 하나)’라는 말이 가장 많이 써있어요. 홀로 있을 때 허전함을 편히 꺼내보는 것으로 휴식을 대신하는 주부의 삶을 노래로 표현해야 해요. 음악적 지시를 성실히 따라가려 노력했습니다.”

맨발 연기도 그런 느낌의 연장선상이다. 옥주현은 프란체스카가 당시 여자들과 다른 꿈을 꾸던 여자라고 소개했다. 소박하고 자유로운 꿈을 꾸다 어쩔 수 없이 전쟁신부로 이탈리아에서 미국에 올 수밖에 없던 한 여자의 맨발은 “가장 프란체스카다운 순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은태는 공연 내내 프란체스카를 향한 마음이 가볍지 않아 보이도록 표현해야 하는 것을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로버트가 사랑에 쉽게 빠지는 남자라면 가정이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함께 떠나자고 할 때 단순한 불륜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떠나자’라는 말을 하기까지 어떤 연기를 해야하는지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진실된 모습을 표현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또다른 고충은 다이어트였다. 상반신 노출이 있었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는 마르기만 해도 됐다면, 이번에는 프란체스카가 설렘을 느낄 수 있도록 마르면서도 멋있는 몸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연부터 앙상블까지
좋아하는 작품(<라스트 파이브 이어즈>)을 쓴 작곡가의 작품이라 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심한 유리아는 1인 2역을 맡아 로버트의 전처 마리안과 프란체스카의 언니 키아라를 연기한다. 오리지널 대본의 설정을 따른 것인데, 김태형 연출은 왜 그렇게 연기해야 하는지에 대해 유리아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마리안은 로버트의 과거를 보여주는 캐릭터고, 키아라는 주인공인 프란체스카의 과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캐릭터예요. 다르고 상관없을 것 같은 과거들이지만, 한 배우가 소화함으로써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도록 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리아는 최근 <키다리 아저씨>, <레드북> 등의 작품에서 주연으로 많은 대사를 소화했다. 그에 반해 이번 작품은 대사 없이 넘버만 소화한다. “처음엔 동선만 만들면 되겠다 싶어서 쉬울 거라 생각했어요. 해보니 대사 없이 그 인물을 설명하는 게 까다로웠어요. 자칫 잘못하면 움직임 하나, 손짓 하나에 오해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 튀면 안 되니까 고민을 많이 했고,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된 작업이었습니다.”



앙상블은 대다수의 시간을 무대 위 대·소도구를 옮기는 것에 집중한다. 옥주현은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되었다며, 흔한 방식이 아니라 호불호는 나뉘겠지만 “배우뿐 아니라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무대에서 확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김태형 연출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대극장 뮤지컬에서 흔히 기대하는 스타일의 공연은 분명히 아닐 것이라고 확언하면서도, 어떤 공연보다 배우들에게 깊이 몰입하고 그들의 생각과 의식을 따라갈 수 있을 테니 그런 점에 주목해서 공연을 봐주길 당부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965년 미국 중부 아이오와를 배경으로 평온한 삶을 살던 주부 프란체스카가 홀로 남은 사이 촬영차 마을을 찾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와 우연히 만나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사랑을 한 이야기다. 공연은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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