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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선 하나가 던진 변화, 연극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낭독회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2015-10-23 3,096
연극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LG아트센터 제작)가 지난 10월 20일 LG아트센터 리허설룸에서 50명의 관객들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는 2014년 연극 <사회의 기둥들>로 묵직한 메시지를 건넸던 김광보 연출과 LG아트센터가 다시 손잡은 작품이다. 



이날 행사는 1장부터 3장까지 60분간의 낭독회와 30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유연수, 한동규, 김영민, 유병훈, 이석준, 유성주, 이승주, 임철수 등 드림팀이라 불릴 만한 여덟명의 배우들이 참석했다. 캐스팅에만 6~7개월간 공을 들였다는 배우들은 동선없이 대사만 선보이는 자리였음에도 안무까지 소화하며 현장을 상상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간수 두 명과 죄수 여섯 명이 있던 제45호 갱생시설이 교도소를 경계로 나라가 나뉘고, 장난삼아 그은 국경선 때문에 변해가는 사람들의 심리가 밀도있게 그린다. 감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꾸리아와 동꾸리아, 그리고 고아로 나뉘게 된 상황과 간수와 죄수라는 독특한 상황이 인간 군상들의 변화를 더 극대화시킨다. 

원작을 쓴 츠치다 히데오는 이 작품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을 말하기 전에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간 내면을 통찰하고 그만의 웃음 언어로 극을 풀어가는데 이런 장치들은 대립되는 상황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 관객들이 인간 심리에 더 주목하게 한다. 


 

6~7년 전 일본 도쿄를 찾았을 당시 이 작품을 접했던 김광보 연출은 “시의적절한 작품”이라 판단해 LG아트센터에 이 작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선 하나로 단절된 것들이 남북관계나 지역주의 같은 부분이 절묘하게 떨어진다 판단했던 김 연출의 생각도 반영되었다.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는 역할과 나라 이름, 공간적 배경까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다. 이석준은 “가상 공간과 가상 시대이고, 이름도 가상이다. 체계나 구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 같다. 현재의 다른 공간인지, 미래인지, 다른 차원인지 모르게 흔듦으로써 인간 본연의 자세에만 집중하게 하려 했다”고 그 의도를 말했다. 

역할의 연령대는 원작보다 조금 어리게 설정되었다. 김광보 연출은 “출연 배우 나이대에 맞게 잡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장면에서 인상적이었던 캐릭터 중 하나가 대기 곽이다. 그의 변화는 권력을 쥐면서 시작된다. 김광보 연출은 이를 “완장”이라 표현하면서 “완장을 차지 않은 초반엔 경보가 더 무서운 선배였지만 상황이 반전되면서 대기가 더 무서운 사람이 되고 경보는 (대기를) 겁내는 사람이 된 것”이라 설명했다. 

극 중반 등장하는 “닭도리탕”에 대한 의문도 많았다. 고아 출신의 이구가 언급하는 단어인데 익히 알고 있는 뜻과는 다르게 쓰였기 때문이다. 이승주는 닭도리탕의 의미를 ‘완장’이라 설명했다. 원작에서 마카로니 샐러드로 쓰인 이 단어는 김은성 작가의 의견에 따라 ‘닭도리탕’으로 결정되었다고 김광보 연출이 덧붙였다. 

김영민이 낭독회 중 잠깐 선보였던 안무도 많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재 연습 중이라 여러 가지로 시도해보는 과정이라며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동꾸리아 출신의 대기를 연기하는 한동규는 (이미 익힌) 안무를 또 짜야하는 거냐고 농담섞인 외마디 비명으로 웃음을 주었다. 




양갑 역의 유병훈과 자수 역의 임철수는 김광보 연출과의 첫 작업이다. 유병훈은 김 연출의 디테일이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이제 조금씩 어떤 지점인지 알 것 같아서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며 배우들을 많이 믿어준다고 말했다. 임철수 또한 비슷한 느낌이었다며 정말 어렵지만 계속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기에 “어떤 무대 장치도 없이 배우들만으로 연극 한 편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운을 뗀 김광보 연출은 출연 배우 여덟 명 모두 제 몫을 책임지는 분들이라고 칭찬했다. 보름여 남은 기간 동안 미세한 지점들을 계속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공연 땐 지금과는 또 다를 거란 말로 기대를 더했다.

낭독회를 통해 기대를 높인 연극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는 11월 5일부터 1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100분 예정.  


※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캐릭터 이름 스토리



일본 원작과는 99%가 동일하지만 국가명과 역할 이름 등은 각색을 맡은 김은성 작가가 한국식으로 변경했다. 국가명인 동마나히라가 한국 공연에서는 동꾸리아가 된 식이다. 영어식으로 성 앞에 이름이 오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한국 이름은 의미를 생각하고 만든 것과 그렇지 않은 이름이 있다. 성격 강한 역들이 대체로 캐릭터가 반영된 이름이다.

일본 원작 이름도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어졌는데, 김은성 작가의 도움말로 정리해보았다. 먼저 꾸리아 출신을 살펴보면 ‘아케비 요시키’(경보 안/유연수 분)는 ‘으름(목통)’이란 식물 이름이라 사람 이름에 잘 쓰이지 않는다. 반면 요시키는 흔하게 쓰이는 이름이다.

‘나카게가미 다이쥬’(양갑 성/유병훈 분) 또한 이름과 성 모두 흔히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한자로 ‘중하상(中下上)’인데 이 한자가 암호 혹은 기호처럼 보여서 원작에선 자신의 물건 표식을 이 한자로 한다. 한국 공연에서의 양갑 성은 성을 앞에 놓으면 ‘성냥갑’이 되기 때문에 자신의 물건에 ‘부싯돌’이라 표기한다. ‘켄자부로 야마모토’(장창 우/이석준 분)는 성과 이름의 순서가 뒤바뀌었음을 금세 알아챌 수 있는 이름이다. 일본에서 야마모토는 흔한 성이고, 켄자부로는 흔한 이름이다. 

고아 출신의 ‘미타무라 코시니’(이구 허/이승주 분)의 미타무라는 일본에서 모두 성으로 쓰이는 것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역할의 성격처럼 이름도 혼자 독특한 형태다. 역시 일본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반면 이름인 타케루는 흔하다. 

동꾸리아 출신의 ?‘마타기 타케루’(대기 곽/한동규 분)의 마타기는 일본 동북지방 산간에 거주하는 사냥꾼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요코야마 토오루’(긍정 안/유성주 분), ‘사다누키 사토루’(수철 용/김영민 분), ‘타누키 마사루’(자수 탁/임철수 분) 등 세 이름은 모두 평범한 이름이다.

마타기(대기), 사다누키(수철), 타누키(자수)는 원작에서 성이 모두 ‘-키’로 끝나게 해서 비슷한 출신 지역임을 암시했다. 반면 요코하마(긍정)는 동꾸리아 출신이더라도 이름 형태가 달라 소외받는다. 순수 동꾸리아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가 내포되었다. 한국 공연에선 이름 받침 여부로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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