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토월극장 재개관의 문을 연 한국 1호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가 지난 19일 프레스콜을 열었다. <살짜기 옵서예>는 조선시대 고전소설인 `배비장전`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1966년 패티김 주연으로 초연한 한국 첫 창작뮤지컬이란 기록을 갖고 있다. 곡을 쓴 故 최창권 작곡가가 2008년 별세 후 더뮤지컬 어워즈 공로상, 첫 예그린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동안에도 이정화, 유희성, 박철호 등의 배우들이 출연했던 1996년 6대 공연 이후 공연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다 17년만에 다시 올려지는 것이 2013년판 <살짜기 옵서예>다.
<살짜기 옵서예>가 오랫만에 뮤지컬 중흥기에 돌아오는 만큼 오랜 작품이 신기술과 함께 현재 감각에 맞춰 어떻게 탈바꿈할지 궁금증을 낳는 것은 당연했다. 재개관한 극장답게 새 단장한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CJ토월극장에 들어서자 어느새 무대는 <살짜기 옵서예> 속 배경인 노란 유채꽃 물결이 넘실대는 제주도로 탈바꿈했다.
<살짜기 옵서예>에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책 지원으로 9대의 프로젝터를 활용한 기존 무대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영상들이 쓰였다. 특히 3D 맵핑 기술은 돌하르방의 움직이는 눈동자로 적용돼 방자와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살렸고 박혜나가 특별출연한 망부의 등장 때 쓰인 홀로그램은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장치를 했다. <파리의 연인>의 편곡자 이진욱이 편곡한 뮤지컬 넘버들은 오케스트라만으로도 고유 정서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이라이트 장면 공개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배우와 크리에이티브팀은 관객과의 프리뷰 공연 때 예상치 못했던 큰 호응에 고조됐던 당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김선영은 한국 최초 뮤지컬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고 자신이 즐겁고 즐기고 싶어 참여했지만 관객과 만나기까지 불안과 의심, 걱정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관객과 처음 만나던 날의 감격과 자랑스러움을 떠올리며 이후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역할과 작품을 물어본다면 “단연코 애랑이고, <살짜기 옵서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작품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홍광호 또한 “<지킬 앤 하이드>나 <오페라의 유령> 막공 같은 어마어마한 반응에 감동받았다.”고 공연한 소감을 털어놨다.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직접 확인하니 감회가 새로웠다는 그는 커튼콜 때 창피하지만 눈물이 난 에피소드도 전했다. 방자는 `방자전`이라고 할만큼 가장 많은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방자 때문에 웃음 멈출 날이 없어 웃음을 참아야 하는 것을 애로사항으로 꼽기도 했다. 계원예고 재학 당시 1996년 공연을 직접 봤다는 최재웅은 그 당시에 배비장으로 출연했던 “박철호와 함께 작품을 하는 게 영광”이라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이 흥겹다고 설명했다.
김성기는 연습 직전 운동 중 당한 부상으로 12주 진단을 받고 참여하지 못할 뻔 하다가 4주만에 일어선 에피소드를 전하며 “연습 때는 상상도 못했던 반응에 행복하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신임목사를 연기하는 박철호는 17년전 같은 공연에서 배비장을 연기해 다시 배비장으로 출연 제의를 받은 걸로 잠시 착각했던 일화를 풀어놓았다. 그는 2013년에 더 뜨겁고 적극적인 관객 호응도 다시 한 번 전하며 전통 예술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민정 연출이 매력이라고 꼽은 “있어야 하는 그 곳에 모든 게 있어 핀 꽃”, “추웠던 연습실 온도를 높인 웃음의 힘”, “들썩거림과 흥”까지 편안하게, 행복하게, 하지만 들썩거린다는 삼합의 결과는 3월 31일까지 공연하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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