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그 놓을 수 없는 열정의 끈
뮤지컬 <자나, 돈트!>의 연출가 `드버낸드 잰키(Devanand Janki)`
인도계 캐나다 출신의 연출가 겸 안무가인 `드버낸드 잰키`가 뮤지컬 <자나, 돈트!>의 한국 초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이 작품의 개발 단계부터 시작해 뉴욕 전 프로덕션의 연출과 안무를 담당했던 오리지널 연출로, 한국 공연을 위해 6년 만에 다시 <자나, 돈트!>의 지휘봉을 잡았다.
<자나, 돈트!>는 어떤 작품?
<자나, 돈트!>는 지난 2003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존하우스만 씨어터’에서 초연될 당시 ‘동성애가 정상인 세상’이라는 역발상적인 소재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같은 해 드라마데스크상 4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이후로도 미국 내 수많은 도시에서 재공연 되는 인기를 이어갔다. 특히 그간 동성애를 다뤘던 기존의 뮤지컬과 다르게 ‘동성애’라는 소재를 밝고 유쾌하게 풀어내며, 2003년 ‘브로드웨이닷컴 관객 어워즈’에서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 한국으로 무대를 옮긴 <자나, 돈트!>는 더 넓어진 극장과 더불어 추가된 4명의 앙상블이 더욱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작품의 특성상 미국이라는 특정한 국가와 그들의 정서가 깊이 반영된 점을 고려해 각색 과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며, 공연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국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탈바꿈되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그 무대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다수와 다르다는 것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닌 단지 ‘다른 것’일 뿐이며, 그 모습에 상관없이 ‘모든 사랑은 그 자체로서 위대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드버낸드 잰키’가 이 작품을 두고 “의외의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시종일관 친절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하던 ‘드버낸드 잰키’는 “한국에서의 작업이 <자나, 돈트!>를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새롭게 호흡을 맞추었던 한국배우들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과의 작업 등 새로운 환경에도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었다. 누군가 이미 완성해 놓은 작품보다는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작업을 선호하던 그는 이상적인 창작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Q. <자나, 돈트!>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지만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떤 공연인지 소개 부탁한다.
뮤지컬 <자나, 돈트!>는 미국의 건전한 아주 작은 동네의 하트빌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뮤지컬이다. 세상이 거꾸로 되어서 모두가 동성애자이고 이성애가 비정상인 세상인데, 그 안에 ‘자나’라는 마술적인 매치메이커로서 사람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캐릭터가 있다. 그리고 공연 중에 두 명의 캐릭터(‘스티브’와 ‘케이트’)가 그 세상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성애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Q. 국내에서는 오리지널 공연의 연출이 직접 라이선스 버전의 연출을 맡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다. 한국 공연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한 마디로 우연의 연속이었다. 오프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와 한국의 프로듀서가 서로 아는 사이였고, 마침 한국의 <자나, 돈트!>를 위해 연출이 필요한 때에 연락을 받게 되었다. 한국에서 얼마나 뮤지컬 산업이 활성화 되어 있는지 명성을 많이 들어서 참여하고 싶었고,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던 다른 동료들이 그때의 경험을 좋아했고 마침 시간도 잘 맞았다. 오리지널 공연 이후 6년간 <자나, 돈트!>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다시 하게 되어 공연을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이번에는 더 큰 극장과 규모가 큰 캐스트와 예산으로 작업할 수 있게 돼서 좀 더 향상된, 새로운 <자나, 돈트!>를 보여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Q. 오리지널 공연과 비교해 한국 공연만의 특징이 있을 것 같다. 또한 이번 공연을 올리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일단 배우들 규모가 더 커졌다. 뉴욕에서는 8명의 배우가 참여하며 일인 다역을 하는 배우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4명의 앙상블이 추가되면서 12명이 되었다. 또한 더 큰 극장에서 공연하게 되면서 더 화려하고 아주 새로운 디자인으로 무대를 꾸몄으며, 기술적으로도 더 정교하게 만들어서 전반적으로 뉴욕에서 했던 공연보다 더욱 화려하게 포장했다.
작업을 할 때 어려움이 있던 부분은 번역이었는데, 그 이유는 이 작품이 특정하게 미국, 또는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미국 관객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유머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이에 번역 과정에서 한국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데 많이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최대한 공연의 본질은 유지하려 했다. 뮤지컬의 메시지는 보편적이지만 공연에서 이야기되는 이런 문제들이 이슈화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잘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Q. 한국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함께 작업해본 소감이 어떤가?
한국 배우들은 대단히 능력이 많다. 뉴욕에서 했던 배우들의 경우에 젊고 신인들 많았고, 이 작품이 굉장히 협동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들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제이 로드리게즈’는 <자나, 돈트!> 이후 <퀴어 아이>에 출연하게 되었고, 또 다른 배우들도 브로드웨이나 영화에서 모두 자신의 커리어를 많이 확장을 하게 되어 굉장히 자부심 느끼고 있다. 때문에 젊고 또 크게 성장하기 직전의 매우 열정적인 신인인 한국배우들도 좋은 공연을 보여주리라 확신한다. 배우들도 매우 열심히 하고 있어서 굉장히 기쁘고 좋은 경험이었다.
Q. 앞서 너무 배우들의 장점만 얘기한 것 같은데,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어디를 가나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웃음) 한국배우들 모두 너무 잘해서 부정적인 면에 대해선 말 할 것이 없고, 이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이 모든 기쁨이다. 다만, 배우들은 내가 오리지널 연출이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하고, 실수를 하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협동을 중시하고 모두가 편안하게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참여하고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고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처음에 배우들이 연습실에서 편안함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북돋는데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공연 자체가 굉장히 특이하고 개성 있는 공연이라 그 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들, 아직 익숙하지 않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 배우들에게는 도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빼고는(이를 부정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없고, 지금 너무 잘해주고 있다.
Q. 그렇다면, 혹시 배우들 중 브로드웨이에 데려 가고 싶을 만큼 탐나는 사람이 있나?
‘김경선’은 정말 대단한 배우이자 싱어이다. 뉴욕 공연 당시 ‘로버타’를 맡았던 배우가 굉장히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절대 그 배우를 대체할 만한 배우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완벽하게 그 역할을 소화했다. 이 얘기를 지금 뉴욕에서 뮤지컬 연출을 하고 있는 친한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뉴욕의 배우들과 한국배우들을 비교하자면 절대로 어느 한쪽이 뒤지거나 더 낮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배우들도 정말 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배우들 외에 디자인팀도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의상, 무대, 음향, 조명디자이너들까지 모두 다 잘해주고 있어서 모두 다 데리고 브로드웨이에 갔으면 좋겠다.
Q. 과거, 배우로도 활동했다고 알고 있다. 그간 배우로서 그리고 연출가이자 안무가로서 이력이 화려한데, 어떤 작품들에 참여했나?
소년 합창단에서 소프라노로 노래를 했었고, 발레무용수로 활동했으며 뉴욕으로 건너오면서는 배우로 활동했다. 배우로는 <캣츠>, <왕과나>, <미스사이공>, <코러스라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고전작품들에 출연하면서 10년 정도 활동했다. 이후에 연출, 안무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뮤지컬 <헤어>의 콘서트버전을 했었고 <드림 걸즈>, <퍼니 걸> 등도 연출했었고 오프브로드웨이와 지역극장에서도 안무를 많이 맡았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미 완성이 되어있는 작품보다는 새로운 작품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며, 특히 <자나, 돈트!>처럼 작가와 초기단계부터 같이 작업을 해가는 것이 훨씬 더 좋아한다.
Q. 그렇다면, 만약 연출가가 아닌 배우로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면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인가?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 작은 그룹으로 리딩을 했는데 당시 ‘마이크’ 역할을 맡았었다. 사실 발전과정에서부터 참여를 했었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들이 내 특유의 개성과 유머감각 등 나의 부분들을 담고 있다. 그래도 굳이 한 캐릭터를 선택해야 한다면 ‘자나’가 될 것이다. ‘자나’와 나는 유머 감각이 비슷한 점이 많다. 또한 그의 여정이 아무래도 나에게 익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Q. <렌트>의 뉴 버전 연출을 맡았다고 들었다. 브로드웨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 만큼 부담감도 있을 듯하다. (이런 질문을 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혹시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지 윤곽이 잡혔는가?
브로드웨이에서 <렌트>가 종영이 된 이후에 최초로 허락이 된 새 프로덕션을 맡고 있어서 굉장히 긴장도 많이 되고 설렌다. 너무나 잘 알려진 작품이고 고전이라서 이 작품을 재해석하는 것이 신성모독같이 될까봐 걱정이 좀 된다. 뉴욕에 돌아가면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캐스팅이 진행 중인데, <렌트> 같은 경우엔 이미 어느 정도 시대가 지난 작품이고, 90년대라는 굉장히 특정한 상황에 맞는 작품이다. 또한 당시 정치적 상황이라든지 에이즈가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잘 몰랐었던 상황이며 이스트빌리지도 지금과는 굉장히 달랐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관점에서 작품을 하려고 한다. 그 당시 시대의 관점을 통해서 보고 또 그 당시와 지금의 현실을 연결시켜보려고 하고. 극장이 객석이 무대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어서 뭔가를 본다기보다는 공연 안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고, 캐스트 규모도 훨씬 더 커질 것이라 기대하는데 지금 은 그냥 머릿속에서만 떠올리고 있는 아이디어들이다.
Q.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나? 혹시 무대 위에서 배우로도 다시 볼 수 있는가?
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큰 열정은 이제는 없고, 이미 충분히 배우로서 활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연출이나 안무 작업이 더 적성에 맞고 내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혹시 앞으로 배우로 활동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도 어떤 공연에 참여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었다) 지금으로서는 계획이 없다. 현재 작가들과 새로운 작품을 발전시키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작품들을 언젠가 제작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 궁극적으로는 원래 새 작가와 새 작품을 발전시키는 작업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할 것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연출과 안무)을 지속하면서 브로드웨이에서 활동을 하고 한국에도 다시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뮤지컬 영화가 굉장히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언젠가 뮤지컬 영화를 감독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 사실 이쪽 계통이 원래 예측할 수 없어 지금은 모든 길이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Q. 지금까지 연출가로서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는데, 앞으로 더 큰 바람이 있다면?
브로드웨이에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을 올리고 토니상을 타고 그런 것도 좋겠고, 지금 하는 일들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미국은 현재 상황 때문에 공연계의 사람들이 많이 줄었고, 새 작품을 올리기에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의 바람이라면 지금 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뮤지컬을 살려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새롭고 혁신적인 작품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고전 작품들도 좋아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작품들이 더 많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자나, 돈트!>에는 ‘드버낸드 잰키’ 외에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시카고> 등으로 잘 알려진 ‘박칼린’ 음악감독이 함께 한다. <자나, 돈트!>의 한국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배우진으로는 ‘김호영’, ‘이진규’, ‘에녹’, ‘김태훈’, ‘김경선’, ‘최유하’ 등이 낙점되었다. 뮤지컬 <렌트>, <헤어스프레이>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호영’은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안녕, 프란체스카> 등으로 알려진 ‘이진규’와 ‘자나’를 연기한다. ‘스티브’는 <알타보이즈>, <록키호러쇼> 등에 출연하며 수려한 외모와 가창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녹’이, ‘스티브’와 사랑에 빠지며 하트빌 고등학교를 혼란에 몰아넣는 ‘케이트’는 <제너두>, <풋루스>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최유하’가 맡았다. 뮤지컬 <시카고>, <헤어스프레이> 등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던 ‘김경선’이 ‘로버타’로 분해 또 다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로 열연한 ‘김태훈’은 공연의 배경이 되는 하트빌 고등학교 DJ이자 ‘자나’의 절친인 ‘탱크’를 맡는다. 이 외에 ‘우금지’, ‘김남호’, ‘박주형’이 각각 ‘캔디’와 ‘벅’ 그리고 ‘마이크’로 무대에 선다.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뮤지컬 <자나, 돈트!>는 2월 7일 막이 올라 오는 3월 31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