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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된 눈빛, 배우 정상윤

글 | 이민경(객원기자) 2009-02-14 4,894

[인터뷰]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된 눈빛, 배우 정상윤

“폰트랩 대령이 사라졌습니다.” 2006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공연이 있던 날, 무대 뒤 한 신인배우는 이미 수 천 번도 더 연습했던 이 한 마디를 몇 번이고 다시 되뇌였다. “그 대사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석을 했었는지 몰라요.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배우 정상윤의 이야기다.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배우를 꿈꾸던 그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배우로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후 뮤지컬 <드라큘라>, <그리스> 등과 몇 편의 연극 무대를 거치며 무대경험을 쌓았고, 2008년엔 화제를 모았던 두 편의 뮤지컬 <컴퍼니>와 <씨왓아이워너씨>에 동시 캐스팅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배우 인생이 시작되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치른 오디션에 합격하며 순조롭게 풀릴 것만 같던 배우 인생. 그러나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듯 정상윤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오디션에 연거푸 떨어지며 인생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것. “뮤지컬 <드라큘라>를 할 때였어요. 당시 5~6개의 오디션을 봤는데, 모두 다 떨어졌어요. 솔직히 당시엔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한가 싶은 마음에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작품에서 제게 어울리는 역할이 없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또, 오디션을 통해 배우는 것도 굉장히 많아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비록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얻진 못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얻어낸 듯하다.
그는 이후 뮤지컬 <그리스>의 ‘로저’ 역으로 무대에 서며 뜻밖의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이지나 연출이 그를 ‘대니’로 지목하며 덜컥 주연을 맡게 된 것. “처음엔 왜 저한테 이 역할을 맡기실까 의아했어요. 지금도 선생님과 가끔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꽃미남은 이제 식상하다며 저 같이 생긴 사람들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러나 주연을 맡게 된 기쁨도 잠시. 이지나 연출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연습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넣었던 대사가 화근이 된 것. “그때 정말 많이 혼났어요. 네가 무슨 10년 차 베테랑 배우라도 되느냐며 야단치시는 바람에 나중엔 정말 눈물까지 날 뻔했거든요.” 이후 그는 오직 대본에만 충실했고, 공연 시작 2주 전, 드디어 애드리브를 넣어도 좋다는 이지나 연출의 허락이 떨어졌다. 이제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만들어졌으니,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좋다는 것. 정상윤은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해보였다. “선생님이 제 유머를 굉장히 좋아하세요. 진지하게 한 마디씩 내던지면 쓰러지곤 하시죠. 무엇보다 이지나 선생님이 인정을 해주시니 정말 좋았어요. 뭐랄까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어요.` 그는 아직도 그 당시를 생생이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힘든 기억도 많았지만 선생님의 도움 덕분에 더욱 성장할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그리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이번엔 <위대한 캣츠비>의 하운드로 무대에 오른다. <위대한 캣츠비>는 정상윤에게 조금 특별한 작품이다. 창작 초연작으로 지금의 ‘하운드’라는 캐릭터는 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이후 <사랑은 비를 타고>의 정동현과 연극에도 잇따라 출연하며 다양한 무대를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바로 올해, <컴퍼니>와 <씨왓아이워너씨> 두 작품에 출연해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보이스와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머릿속엔 온통 작품 생각뿐
뮤지컬의 화려함보다는 연극적인 색채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때문에 작품을 선택할 때에도 쇼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공연보다 스토리가 탄탄하면서도 우리의 삶이 반영된 깊이가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뮤지컬 <컴퍼니>의 바비 같이 평범한 역할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 했다. “뮤지컬이라는 굉장히 과장되고 극적인 장르에서 평범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과 무엇보다 그 속에서 생기게 되는 감정이 좋거든요. 일상적인 연기를 한다는 것,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도전해보고 싶어요.” 연기하기도 힘들고 관객들에게 어필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굳이 왜? 라는 의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었다.
뮤지컬 <컴퍼니>에서는 그는 선배 배우 민영기와 함께 폴 역에 캐스팅되었다. 하지만 주눅 들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와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로 재창조해내며 관객들에게 ‘정 상 윤’이라는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폴은 굉장히 이해심이 많고, 다정한 남자에요. 그런데 결혼이 깨질 위기에 처했을 때, 저는 그냥 울어버렸거든요. 그리고 뒷부분에 ‘어? 왜 이러지’와 같은 대사도 붙여봤는데, 관객 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정말 폴 같단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땐 굉장히 뿌듯하죠.” 정상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작품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묻어났다.
뮤지컬 <컴퍼니>와 <씨왓아이워너씨> 두 공연을 하며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없던 그에게 오랜만에 휴식이 찾아왔다. <컴퍼니>가 막을 내렸고, <씨왓아이워너씨> 공연 또한 장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휴식시간이 주어진 것. “두 공연을 하기 힘들지는 않았냐고요? 글쎄요. 두 작품에서 맡은 역할 자체가 분명한 선이 있어서 정신적으로 크게 힘든 점은 없었어요. 솔직히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긴 했지만요. 피곤한 날도 있었고요. 하지만 관객 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도 잊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휴식기간엔 여행도 좀 하고, 운동도 하려고요. 그동안 제 시간이 너무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씨왓아이워너씨>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한 달여의 공연으로 이미 대사와 노래 모두 완벽하게 외운 상태지만 아직도 손에서 대본을 놓지 못하고 있다. 다시 볼 때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것이 보이기 때문. 공연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지키기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지켜나갈 생각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한 번은 <컴퍼니> 공연장에 갔다 동료 배우들에게 자신도 몰랐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제 눈빛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씨왓아이워너씨>의 강도 눈빛이 되어 있었나 봐요.” 평소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 아니기에 본인 스스로도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작품에 대한 열정만을 떠올렸을 때엔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그는 뮤지컬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을 ‘진실된 눈빛’으로 꼽았다. 그만큼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 “배우는 무대에서만큼은 정말 진실한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관객들에게도 전해지는 법이거든요. 때문에 제 공연을 보러 오시면 마음을 움직여드릴 자신이 있어요.” 배우로서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훨씬 더 많은 배우 정상윤. 지금의 이 마음, 앞으로도 변치 않길 바라며, 계속해서 진실된 모습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배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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