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세계적인 극예술의 거장 로버트 윌슨이 연출하는 연극으로 처음 한국 무대에 오른다.
성남문화재단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연극 <메리 스튜어트>(원제 : Mary Said What She Said)를 오는 11월 1일과 2일 양일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이자벨 위페르는 1971년 데뷔해 53년간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으며, 칸영화제(1978년, 2001년)와 베니스영화제(1988년, 1995년)에서 각각 두 번의 여우주연상과 베를린영화제 은곰상(2002년)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하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배우다.
그간 <다른 나라에서>, <클레어의 카메라>, <여행자의 필요> 등 세 편의 한국 영화에 출연하며 국내 영화팬들과 교감했던 이자벨 위페르가 영화가 아닌 연극 무대로 국내 관객들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극 <메리 스튜어트>는 1587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여왕 메리가 자신의 운명을 뒤흔드는 시대에 맞서 싸우는 진실을 독백으로 다룬 3막 구성의 1인극이다. 메리 여왕이 죽음 직전에 남긴 ‘마지막 편지’를 모티프로, 그녀가 살아온 냉혹한 삶의 여정을 풍부한 세부 묘사와 절제된 움직임, 압도적 인물 연기를 통해 담아낸다. 프랑스에서 보낸 화려한 유년기부터 사별과 암살로 끝을 맺은 세 번의 결혼, 왕위를 빼앗긴 뒤 잉글랜드로 도주해 18년 동안의 감금 생활과 결국 사형 선고받기까지 그녀가 마주한 정치적·종교적 갈등과 역사적 진실이 한 작품 속에 관통한다.
이번 작품은 세계 공연예술계의 명연출로 손꼽히는 로버트 윌슨과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조우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2019년 프랑스 파리시립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유럽 공연계에서 극찬을 받았으며, 프랑스 유명 일간지 르피가로는 두 거장의 만남을 ‘실로 완벽한 듀오’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출신의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로버트 윌슨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극예술의 거장이자 ‘이미지극의 대가’로 손꼽힌다. 기존 연극을 확장한 아방가르드 연극과 오페라의 선구자로 대표작인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1976)은 뉴욕타임스가 ‘20세기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2015년 음악극 <셰익스피어 소네트>와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 공연 이후 9년 만의 내한이다.
작품은 ‘은막의 여왕’ 이자벨 위페르의 압도적인 무대 연기와 더불어 우아하고 절제된 음악과 조명, 무대 연출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탈리아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영화 음악의 거장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과 빛과 그림자만으로 만들어 내는 로버트 윌슨 특유의 시각 미학은 이자벨 위페르의 절제된 움직임과 어우러져 시적인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