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하 <베토벤>)이 오늘(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프레스콜 행사를 열었다.
<베토벤>은 세계적인 작곡가 베토벤의 음악적 면모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작품이다. 뮤지컬은 아버지의 부재, 외모 콤플렉스, 청력 상실 등 굴곡진 삶을 산 베토벤이 운명의 사랑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고 일어나는 변화를 중점적으로 그린다.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을 만든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창작에 참여했고, 독일 연출가 길버트 매머트가 연출을 맡았다. 총 52곡의 넘버 모두 베토벤의 곡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특징으로, '비창' '월광' '엘리제를 위하여' 등 유명 기악곡을 현대적인 편곡을 거쳐 뮤지컬 넘버로 만날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박은태,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등 주요 배우들과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 등 제작진이 참석했다.
아래는 기자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악성이라 불리는 베토벤은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위대한 음악가의 일생 전체를 조명할 수도 있는데 <베토벤>은 베토벤이 안토니를 만난 1810년부터 1812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 <베토벤>은 베토벤 사망 이후 발견된 발송되지 않은 한 편지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편지의 대상은 '불멸의 연인’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뮤지컬은 시공간의 제약이 있어 가장 극적인 순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베토벤에게 청력 상실이라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과 불멸의 연인을 만난 환희가 함께한 시기를 조명하게 됐다.
베토벤의 기악곡에 가사를 붙여 뮤지컬 넘버로 만들었다. 노래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카이 최대한 원래 상태 그대로를 지킨다는 심정으로 노래를 풀어냈다. 작품에서는 기악곡이 아닌 넘버로 존재하기 때문에 베토벤으로서 내가 연기하는 감정, 대사와 어우러져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노래를 이어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은태 원곡 음악의 힘이 워낙 강하다. 베토벤의 음악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뮤지컬로서 드라마를 전달해야 하므로 음악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피트에 들어가서 직접 지휘하는 장면이 있다고 들었다.
김문정 음악감독 무대 제작 당시 오케스트라 피트를 노출시켜서 관객에게 베토벤의 음악을 가까이에서 전달하고자 한 연출가의 의도이다. 베토벤의 음악가적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연주자들은 가발을 쓰고 연주한다.
박은태 배우는 전작 <모차르트!>에서도 실존 음악가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박은태 나는 음악가 전문 배우다. (웃음)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작가인 미하엘 쿤체는 모차르트가 나무 뒤에 숨어서 상황이나 변화를 재미나게 바라보는 인물이면, 베토벤은 변화에 뛰어들어 싸우고 부딪히고 아파하고 공감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모차르트가 이상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것에 비해 베토벤은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카이 배우는 오랜 시간 클래식을 전공했는데, 베토벤 역할을 맡은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카이 베토벤 음악이 음악사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기 때문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베토벤은 최초로 교향곡에 사람의 음성을 악기화한 사람인데, 당시 관중은 불경스럽다고 비난했다. 위대한 시작은 늘 이질감에서 오는 것 같다. 베토벤 음악을 로큰롤 스타일로 변화시킨 실베스터 르베이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베토벤이 우리 작품을 본다면 응원의 박수를 보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안토니 브렌타노는 실제 베토벤의 연인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극 중에서는 베토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려진다. 상상력이 더해진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조정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기가 까다롭긴 했다. 베토벤과 안토니가 무엇 때문에 삶을 다 내던질 만큼 서로를 강렬하게 이끌었을지 궁금했고, 그것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 남녀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랑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야 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사랑을 몰랐던 한 남자가 사랑을 알게 되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존중하게 되고,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한 여자가 사랑을 느끼면서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옥주현 베토벤은 귀가 멀 때까지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을 만큼 단단한 껍질 속에 싸인 인간이다. 그런 사람에게 영감을 준 사람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안토니가 어떻게 베토벤의 마음을 열게 했을지 고민했다. 열여섯에 아버지가 정한 결혼을 한 안토니에게 있던 유일한 사랑은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었다. 베토벤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안토니의 사랑은 처음엔 모성애가 아니었을지 생각했다.
조정은 베토벤과 안토니의 관계가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안토니는 자신이 느낀 사랑이라는 감정은 부끄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관객분들도 토니의 여정을 따라가며 변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좋겠다.
베토벤의 동생은 어떤 인물인가? 형 베토벤과는 달리 사랑도 많고 밝은 이미지다.
이해준 카스파는 형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푼다. 그런 동생이 있으면 살아가는데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그 사랑 때문에 베토벤의 심연을 끄집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카스파는 소소한 것에 감격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라 끝까지 형의 곁에서 삶의 가치를 알려준다.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중요한 역할이라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
김진욱 대사에도 나오듯이 베토벤은 괴팍하고 예민해 보이지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카스파는 누구보다 형의 상처를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형과 싸울 때도 안타까움이 더 묻어나는 것 같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을 통해 작품이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 작품을 준비하며 '베토벤이라는 작곡가가 어떻게 청력을 상실했음에도 위대한 작품을 탄생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작가 미하엘 쿤체는 그 해답을 사랑에서 찾았다. 그는 이 작품이 사랑이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시키는지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탄생한 베토벤의 음악처럼, 사랑은 힘든 순간을 아름답게 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토벤>이 관객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박은태 작품을 보고 집에 돌아가시는 길에 즐거운 드라마를 보고 좋은 음악을 들었다고 말씀하셨으면 좋겠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