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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보약 같아"…연극 <광부화가들> 문소리 인터뷰

글 | 이참슬(웹 에디터) | 사진제공 | 프로스랩 2022-12-01 704

 

배우 문소리가 4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를 찾았다. 지난 11월 30일, 개막을 앞둔 연극 <광부화가들>의 전막 시연 현장에서 문소리와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광부화가들>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잘 알려진 영국 극작가 리 홀의 작품으로, '애싱턴 그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은 1930년대 영국 동북부 뉴캐슬의 탄광 지대 애싱턴을 배경으로, 평생 갱도에서 일한 광부들이 매주 화요일 저녁 시간에 마련된 미술 감상 수업에 참여하면서 예술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담았다. '애싱턴 우드혼 탄광 노동조합 미술 감상반'은 낯설기만 한 미술을 직접 그림을 그리고 느끼면서 '애싱턴 그룹'이라는 미술 동인으로 주목받게 되지만, '광부 화가들'은 상업적인 예술가가 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삶을 그리는데 몰두한다.

 

2010년 명동예술극장 초연에 이어 두 번째로 <광부화가들>에 참여하는 배우 문소리는 애싱턴 그룹의 그림을 높게 평가하고 후원하는 귀족 헬렌 서덜랜드 역을 맡았다. 오랜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그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문소리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면 시연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요?

큰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에요. 개막 직전이라 지금이 다들 제일 긴장하고 있을 때예요. 저희 공연 여덟 명의 등장인물이 모두 더블 캐스트라 200여 가지 캐스트 조합이 나온다고 해요. 연습할 때마다 조금씩 사람들이 달라지니 매번 다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상우 연출가를 비롯해 차이무 출신 단원들, 오랜 동료들과 함께하는 작품이에요. 연습하는 과정도 즐거웠을 것 같아요.

저는 송선미 씨와 더블 캐스트에요. 선미 씨와 저는 동갑이고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 같은 방을 쓰며 알콩달콩 연습하고 있어요. 다 같이 모이면 어르신부터 젊은이까지 연령대가 다양해요. 다양한 연령대가 어울리면서 소통하고 질문하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좋아요. 어린 친구들은 선배들에게 ‘체리 피스’ 같은 신문물을 가르쳐주기도 해요. (웃음) 헤어지면 서운할 것 같아요. 언제 이렇게 또 모이나요. 이상우 연출님이 자기 생애 마지막 연출일 것 같다고 해서, 모든 스케줄을 제치고 합류한 배우도 있어요. 다들 좋은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연습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올리버 역을 하는 강신일 선배님이 가발을 쓰고 젊게 나오시는데, 배우들은 다들 선배님을 배려하는 게 몸에 밴 거예요. 원래는 각자 의자를 갖고 나오는데, 배우들이 서로 올리버 의자를 가져다주려고 하더라고요. (웃음) 약속하지 않았는데 올리버 의자에 세 명이 몰린 적이 있어요. 그런 아름다운 순간이 발생해서 연출님께 엄청나게 혼났었죠.

 

 

이상우 연출가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원작을 보며 흐름을 다듬었다고 했어요.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로서 어떤 부분이 달라진 것 같나요?

이상우 연출님은 워낙 배우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세요. 이번에 연습을 할 땐 어떤 부분은 “하다 보니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더라, 괜찮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우리는 불안해하는데 연출님은 괜찮다고 하실 때가 많았어요. 또 <광부화가들>은 영국 작품을 번역한 연극이지만, 배우들이 연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번역극 같지 않아요. 이상우 연출님의 번역이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연극 <거기>도 그랬고, 이상우 연출님의 번역은 우리 이야기라고 믿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12년 만에 헬렌 역을 다시 맡으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초연 때는 즐거웠지만, 어렵기도 했거든요. 극 중 토미가 "노동을 어떻게 그려요? 상상을 해도 못그리겠어요"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것처럼 도대체 귀족을 어떻게 연기해요? (웃음) 헬렌 서덜랜드는 실존 인물인데, 노블레스 오블리주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했어요. 초연 땐 동료들과 명동예술극장에서 보낸 시간은 좋았지만, 헬렌이라는 인물이 멀게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땐 무대 경험도 별로 없었고, 배우려고 하다 보면 뭐든 되지 않겠느냐는 마음이었죠. 이번엔 이 인물을 귀족으로 볼 게 아니라 신념이 있는 사람, 일찍 이혼하고 화가들을 후원하는 것에 일생을 바친 사람으로 생각하니 다른 길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그 마음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정확히 어떤 접점인가요?

신념이요. 연기를 할 때도 자기 확신이 굉장히 중요해요. 액션, 하는 순간 내가 나를 의심하면 연기가 안 돼요. 내 연기에 대해서는 제일 먼저 확신을 가져야 하죠. 배우라는 길은 가고자 하는 길에 신념이 없다면 흔들릴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이 헬렌이 가진 신념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저도 화려한 것만 쫓아온 세월을 보낸 것만은 아니라서요. (웃음) 누구나 좋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게 다를 수 있고, 내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위험하다고 해도 과감해야 할 때가 있고, 흔들리지 않고 길게 보고 가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헬렌은 존경스러운 면이 있어요.

 

작품에서 헬렌의 분량이 많지는 않은데, 아쉬움은 없나요?

전혀요. 헬렌은 극에서 다른 걸 제안하는 유일한 인물이에요. 광부들에게 추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전업 화가의 세계를 제안하고, 마지막에는 한계를 비판하기도 하죠.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미술엔 원래 관심이 좀 있나요?

사고팔고 모으는 것엔 관심이 없는데 보는 것은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딸과도 종종 전시를 보러가기도 해요. 최근엔 세대별 여성 미술 작가들의 일과 육아, 결혼생활을 병행하면서 어떻게 그것을 극복했는지, 생각은 어떤지 정리한 인터뷰 책을 읽기도 했어요. 작품을 하는 동안 그 책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죠.

 

오랜만에 서는 연극 무대에요. 문소리 씨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인가요?

보약이요. 연극은 사람들과 서로 깊이 관계를 맺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이상우 연출님은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연극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업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얘기하고, 의논하고, 힘을 합하는 과정을 아이들이 일찍부터 해야 한다고 하세요. 서로 의지하고 존중하며 하는 작업이 마음의 약이 안 될 리 있나요. 따뜻함도 많이 느끼고, 공연을 끝내면 뼈대를 잘 세운 느낌이 들어요. 무대가 주는 힘이 있어요.

 

내년에도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올 초, 2016년에 참여했던 <빛의 제국>이라는 작품의 프랑스 투어 공연이 있었어요. 스케줄 상 갈 수 없었는데, 배우는 제가 직접 구하라고 해서 (웃음) 임윤비라는 후배를 대신 연습시켜서 보냈어요. 내년 투어 공연은 가고 싶어요. 유럽에서 굉장히 반응이 좋은 작품이에요. 앞으로도 길어도 2년에 한 번씩은 꼭 연극을 하고 싶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광부화가들>이 던지는 질문을 드려볼게요. 예술은 무엇일까요?

이 작품은 예술이란 무엇인지, 어때야 하는지, 어디에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어요. 극 중 광부들은 그림을 왜 그리냐고 질문하는데, 예술을 왜 하느냐에 대한 질문과 같아요. 많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질문일 것 같아요. 예술이 무엇인지 정답을 찾으려는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소수를 위한 게 아니라 다수를 위한, 예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해요. 어려운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건.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연극을 본다'라고 말하지만, 보기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체험과 비슷하게 여러 방식으로 보는 거죠. 저희 작품은 그림도 봐야 하고, 광부들의 이야기도 봐야 하니 다중으로 보며 즐기는 작품이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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