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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에 대해 묻다…두 배우의 열연으로 완성되는 <렁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20-05-16 4,751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연극열전’ 여덟 번째 시리즈 첫 작품 <렁스(Lungs)>가 지난 9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이다.






영국 출신인 던컨 맥밀란 작가는 불편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낯설지만 불편하지 않게 꾸준히 소개해 왔다. 그의 대표작인 <렁스>는 2011년 워싱턴에서 초연한 후 10년여 동안 미국,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슬로베니아, 필리핀, 홍콩, 아일랜드 등지에서 공연했다.



지난 15일 오후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박소영 연출은 “이상적인 인물들이 아니었다. 각색할 때 불편한 부분을 온전히 그릴지 없앨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모순된 부분조차 닮았다는 점을 더 깨달았다”고 설명하며 미화나 옹호 없이 있는 그대로 공연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이 직접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극이 진행되면서 무대 앞쪽엔 신발들이 걸어가는 모양으로 하나둘씩 놓여져 간다. 박소영 연출은 ‘발자취’를 떠올렸다고 했다. “두 인물의 전환점이 되는 지점에서 신발을 걸어가는 모양으로 나열한다. 두 인물이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사라지지 않는 공연인데 끝나고 그들이 사라졌을 때 신발이 하나의 길처럼 보이도록 표현하고 싶었다.”
 


<렁스> 초연에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 역으로 이진희와 곽선영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온 남자 역으로 김동완, 이동하, 성두섭이 출연 중이다. 

김동완은 연극에 도전하면서 “많은 선배들이 빠듯한 일정에도 왜 무대를 놓지 않는지 해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며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연극열전’ 작품을 해보고 싶어서 먼저 연락했다고 고백하며, “연극열전 대표님께서 대본을 주셨는데 10년 전 나온 거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과 맞닿아 있다. 그런 점이 놀라웠고 강하게 끌렸다”고 작품을 하게 된 이유를 언급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극 중 이익준(조정석 분)의 동생 익순 역으로 사랑받고 있는 곽선영은 “오랜만에 공연을 하게 됐다. 연극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연이 닿지 않았다. (연극은) 두 번째인데 좋았다. 대본을 봤을 때 재밌었고, 연습도 공연할 때만큼 뜨겁고 치열했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니까 신나고 재밌다.”며 무대로 돌아와 행복한 마음을 드러냈다.

곽선영은 “인간의 여러 모습이 보여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서로에게 이렇게 무례할 수 있나?’란 생각도 했다. 때론 공격적이지만 또 엄청 사랑한다. 인생 대부분의 모습이 나와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속시원하거나 공감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더 이해하기 위해 대본을 열심히 봤다.”면서 <렁스>의 매력을 떠올렸다.



전국 24.4% 시청률을 기록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실장 역으로 출연 중인 이동하는 “도구의 도움 없이 말로써 시공이 바뀌는 형식이 재밌었다. 두 인물이 극단적인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데 공감되는 것도 있었다. 결국 그걸 다 이해하고 둘밖에 없는 상황을 통해 인생을 파노라마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게 제일 많이 공감됐다.”고 공감된 부분을 말했다.



<렁스>는 무대 장치, 조명, 의상 등 미장센을 배제하고 배우 두 명이 등퇴장 없이 대화로 극을 이끌어간다. 대사 분량도 방대해 배우가 짊어질 무게감이 상당하다. 특히 여자 배역 대사는 압도적으로 많다.

곽선영은 “대사 외우는 게 진짜 힘들었다”고 준비 과정이 녹록지 않았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해없이 전달하기 위해 외우면 수정되는 일이 계속 됐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이)진희 배우와 저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외웠다.”고 말했다.

성두섭은 “대본이 마음에 들고 재밌어서 작정하고 참여했다”면서 “여자 역할 대사가 많다 보니 남자 배역이 그 못지 않게 빨리 (외워서) 해줘야 맞춰서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작정하고 달달달 외웠다.”고 대사 암기 과정을 들려줬다.



이동하는 ‘지문이 없는 대사’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대본이) 대사로만 돼있어서 더 힘들었다. 상대가 대사하는 중에 치고 들어가는 게 어려웠다. 두 사람(여자, 남자 역)이 치열하게 열심히 했다. 처음엔 벅찼지만 연습을 많이 하면서 빨리 외워졌다.”고 했다.




<렁스>를 통해 배우들은 ‘좋은 사람’에 대해 곱씹어 보고 있었다. 이진희는 “두 남녀가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모순덩어리지 않나. <렁스>를 하면서 좋은 사람을 정의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를 테고.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완은 “(작품에서) 좋은 사람이란 말이 계속 나온다. 살면서 앞에 있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긴 쉽지 않다.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극 같다. 좋은 사람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어떤 좋은 점들을 좇으면서 살아가야할지를 느끼시지 않을까 한다.”고 ‘좋은 사람’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성두섭은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있지? 이 여자 성격은 왜 이래? 이 남자는 또 왜 이래?’라는 의문을 품었을 정도로 의문을 품었는데, 계속 읽으면서 현실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한 부분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모순된 행동을 하는 것에 공감이 됐고, 그런 부분을 직설적이고 대담하게 하는 것이 매력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연출은 대본을 거듭해 읽을수록 보이는 게 더 많아지는 공연이라고 말하며,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할게 많아지는 작품이다. 많은 생각과 질문을 할 수 있는 공연이니 많이 와서 많은 대화 나눠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연극적 매력을 특별한 형식으로 펼쳐내는 <렁스>는 7월 5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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