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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배경으로 재탄생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블루레인> “인간의 자유 의지를 그리고 싶었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9-08-14 3,748
도스토옙스키의 고전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현대 배경으로 재해석한 <블루레인>이 지난 9월부터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초연 중이다. 2018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뒤 본 공연을 선보이게 됐다. 




<블루레인>은 1990년대 후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을 직접 쓴 추정화 연출은 지난 6일 오후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자본주의의 한복판”을 배경으로 하고 싶어 미국을 주요 장소로 택했다고 했다. “유타주라는 (중심부에서) 동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죄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했다. 

추정화 연출은 “어릴 때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란 단어가 없었다. 요즘은 그런 범죄를 실시간으로 접한다. 그런 걸 보면서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악해질 수 있지?' 하는 물음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선택에 따라 다른 지점에 놓인다는 점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를 그리고 싶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초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던 작품은 『죄와 벌』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었다고. 생각했던 바와 비슷한 질문을 도스토옙스키가 계속 던지는 동시에 사건도 『죄와 벌』보다 명료해서 뮤지컬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원작으로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정화 연출은 “작품을 쓴지는 꽤 오래 됐다. 아무도 (공연)해주지 않아 혼자 갖고 있다가 딤프를 통해 처음 얘기하게 됐다”고 했다. 그 사이 원작이 같은 <카라마조프>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가 2018년 먼저 공연하면서 작품은 <브라더스>에서 <블루레인>으로 새 제목을 달게 됐다. 

먼저 공연한 작품들이 쓰여지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다르게 쓰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제목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매 순간 최선의 결과를 찾다 보니 <블루레인>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같은 원작 뮤지컬 중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본 추 연출의 소감은 “책을 잘 표현해서 감탄스러웠고, 다행스러웠다”였다.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 “<블루레인>은 (해오던 방향대로) 조금 더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더 힘이 실리겠다 싶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무대는 사각 형태 테두리를 둘러싼 라이트 박스를 중심으로 구석진 곳에는 의자를 배치한 형태로 활용한다. 추정화 연출은 “C101 대표님께서 설치미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도 안 봤던 무대를 구현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최수명 프로듀서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왔을 때 '왜 아무 것도 없지?'란 의구심을 갖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공연을 본 후엔 그 이유를 알게되길 바랐다고 했다. 현재 무대는 “창작진들에게 요구했던 톤앤매너가 정확하게 구현됐다”는 설명이었다. 프리뷰 공연 후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 의도가 전달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추 연출이 무대를 위해 추가적으로 요구한 것은 '어항'이었다. “무대도 결국 어항이다. 인간이 어항(속 물고기)을 보듯 신도 우리를 보고 있지 않을까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파란 물을 '블루레인'이라고 표현했는데, 어항에서 노니는 버터플라이 피시처럼 (인간들이) 이 세상에서 노닐고 있는 게 아닐까 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진 안무가는 “의자 여섯 개로 표현해보자고 했을 때 처음엔 난감했다”고 쉽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그러다 작품을 공부하면서 “춤이 아닌 조금 다른 표현들을 해보고 싶어져서 어려웠지만 신나고 재밌게 했다.”고 작업 과정을 말했다. “의자를 어항에서 헤엄치고 있는 캐릭터로 생각했다”며 “진실과 내면에 부딪히는 상황과 회피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을 의자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블루레인> 음악은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선율로 변주한다. 허수현 음악감독은 “방대한 드라마라 너무 어렵지 않게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팝발라드, 록발라드, 펑키, 세미클래식까지 총망라해서 극에 음악을 잘 버무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리프라이즈하면서 적재적소애 상황 변화를 전달하려 했다”고도 했다. 




친모가 남긴 신탁자금을 받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살해사건의 용의자가 되는 테오 역은 이창희와 이주광이 연기 중이다. 이창희는 <바넘: 위대한 쇼맨> 이후 1년 만에 테오 역으로 무대에 복귀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쉬었다”고 공백을 설명한 그는 “추정화 연출님께 제의를 받았다. 대본을 읽고 단번에 승낙했다. 배우 입장에서 대본이 잘 읽히는 건 재밌다는 것”이라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이주광은 <루드윅>에 출연할 당시 추정화 연출이 기타를 잘 치는줄 알고 제안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평소 독학으로 기타를 치는 정도였는데, 극 중 기타치는 장면이 있어 굳은 살이 많이 생겼을 정도로 연습한 끝에 공연할 수 있을 만큼은 치게 됐다고 했다. 

대본을 보고 흡인력 있고 캐릭터마다 에너지가 분명해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배우들의 연기로만 진행하는 공연이다. 전장에 나가는 것처럼 마음을 더 가다듬게 된다”고 작품에 임하는 심정을 말했다. 





임병근과 박유덕은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만 매달려 뉴욕 최고의 변호사가 된 루크를 연기 중이다. 임병근은 “솔직히 추정화 연출님 작품은 안 힘든 작품이 없다. 굉장히 어렵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만큼 매력이 있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박유덕은 “인간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연기하고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감정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연기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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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와 박송권은 테오와 루크의 친아버지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존 루키페르 역을 맡고 있다. 김주호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이어 같은 원작 작품을 하게 돼서 감사하다. 그 공연을 보시고 연출님이 <루드윅>에 발탁해주셨고, <블루레인>까지 인연이 이어진 것 같다”고 추정화 연출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주호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는 퇴장 없이 아들들을 지켜보며 무너지는 모습에 후회한다면, <블루레인>에선 “일말의 양심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가고자 하는 목표를 안고 간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싫지만 좋은 척하거나 위선적이지 않고 쾌락을 즐기면서 절대적인 악으로 군림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했다. 

뮤지컬 넘버 ‘분노’ 가사 중 “위선, 가식 집어치우고 욕망, 쾌락을 즐기라”는 부분을 소개하며, 맡은 캐릭터에서 가져가야 할 문구라고 소개했다. 



박송권은 “이 작품으로 몰랐던 자신의 어떤 것을 끄집어낸 느낌이다. 공연하다가 가끔 눈이 뒤집어지는 제 모습도 본다”고 했다. <블루레인>을 하면서 계속 배우고 있고, 끝나는 순간까지 배울 것 같다고 했다. 



김려원과 최미소는 어린 시절 불우했지만 가수의 꿈을 키운 테오의 여자친구이자 무명가수 헤이든을 연기하고 있다. 김려원은 “배우들에게 집중될 수 있는 무대”라며 “긴장감 있고 높은 몰입도로 보시도록 열심히 할 거다. 노래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불러볼 거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최미소는 밝고 통통 튀는 역할을 많이 했다며, 헤이든 역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다. 리딩할 때 엠마 배역 대사 중 가슴을 울리는 말을 들으며 울면서 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마음 속에 있는 하얀 늑대와 검은 늑대에 대해 생각하실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상징들이 많은데 그런 걸 찾아내는 재미가 있으실 것”이라며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한지연과 한유란은 긴 시간 루키페르 저택에서 가정부로 일한 엠마 역을 맡고 있다. 한지연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짤막하게 말했다. 한유란은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루키페르 저택의 하인 사일러스 역은 임강성과 조환지가 맡는다. 조환지는 “팀의 막내로서 꾀부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임강성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행복하게 작업했다. 진심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블루레인>은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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