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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컨트리> 신인 발굴 “재미있고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었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9-05-31 3,416
193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줄리안 미첼이 1980년대에 쓴 <어나더 컨트리>가 국내 초연 중이다. 실존 인물 가이 버제스를 모티브로 가이 베넷을, 존 콘 포드를 모티브로 토미 저드를 창조했다.

이번 공연에는 원작에선 있었지만 영화 버전에선 빠진 다혈질 선도부 샌더슨과 데비니쉬의 삼촌이자 문학자인 미스터 커닝햄 캐릭터가 다시 등장한다. 지난 30일 오후 유니플렉스 1관에서 진행한 전막 시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김태한 연출과 가이 베넷 역(이동하, 박은석, 연준석), 토미 저드 역(이충주, 문유강) 배우들이 자리했다. 



김태한 연출은 <어나더 컨트리>를 초연하게 된 것은 이지나 예술감독의 뜻이 컸다고 했다. “이지나 예술감독님께서 감명깊게 본 작품이라 언젠가 꼭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셨다고 한다”

<어나더 컨트리>는 1930년대 이야기에, 영국 귀족 기숙사가 배경이라 국내 정서와는 동떨어진 점이 많다. 그 지점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는 김 연출은 작품 속 고민이 현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개인 혹은 단체의 가치관이 낳는 부조리와 모순점을 다룬다. 거기서 파생되는 부작용과 많은 사상이 충돌할 때 무엇이 옳고 그른지 고민하는 모습과 결과가 펼쳐진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했다”

배우 김태한의 연출 데뷔작이다. “연출로 섭외”받았다는 그는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고 했다. 연출해 보니 “작품을 만들고 소통하는 것 등 모든 게 낯설어서 힘들었다”면서도 “즐겁고 재미있던 기억이 더 많았고 보람있었다”고 했다. 




<어나더 컨트리>는 연극과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신인들을 대거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영국 공연 당시 루퍼트 에버렛과 케네스 브래너는 그해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고, 이후 다니엘 레이 루이스와 콜린 퍼스도 이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 연출은 “무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낯설거나 부족할 거라 생각했다. 불안하고 긴장되는 부분이기도 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럼에도 신인을 기용한 건 “낯설지만 새로운 에너지로 표현할 수 있는 연기와 캐릭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막상 연습해보니 생각지 않았던 다양한 모습을 발견했다고 했다. 진중한 줄 알았는데 재기발랄한 모습을 발견했거나, 그 반대의 모습도 있었다. 신인 배우 캐스팅한 것이 “충분히 재미있고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계속 나아질 거라 믿는다”며 신인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박은석 또한 “연습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보니까 안 되는 건 없다는 걸 지켜봤다. 신인 배우들의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다. 좋은 작품을 좋은 과정을 통해 올린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드라마, 영화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해온 연준석(가이 베넷 역)은 이번 작품으로 연극에 데뷔했다. “오디션 공지가 뜬 걸 보고 연극에 도전하고 싶어서 지원했다. 기회가 돼서 하게 됐다”고 했다. 연극을 처음 해보니 “제작 환경부터 다르고, 연극은 팀원들이 한 공간에서 거의 매일 시간을 나누다 보니 친밀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느낀 점을 떠올렸다. 

평소 친하기 전까진 낯가림이 많은 편인데 가이 베넷은 “낯가림 없이 자유분방하고 눈치도 보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성격”이라 실제 성격과는 공통점이 적다고 했다.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여겨졌지만 “대사를 계속 곱씹으면서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고 했다. 



문유강(토미 저드 역)도 첫 연극이다. 전체 오디션 경쟁률 750:1 중 문유강이 캐스팅된 토미 저드 역은 267:1의 경쟁률이었다. 이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것에 대해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주엉진 시간 동안 더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했다”고 했다. 

문유강은 “공산주의를 어떻게 보여드려야 설득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고 했다. “빈틈을 만들어 사람 냄새가 날 수 있도록 했다”는 그는 “저드는 이념적으로 완벽한 평등을 바라기 때문에 공산주의를 택한다. 세뇌당해서 공산주의를 택한 게 아니라 본인이 믿는 본질에서 가장 가까운 게 공산주의였다”는 점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이동하, 박은석, 이충주 등 기성 배우는 극에서 선배로 중심축을 잡는다. 이동하(가이 베넷 역)는 <어나더 컨트리>로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대본이 흥미로웠고, 가이 베넷 역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꼭 해보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공개했다. “무대에 선지 1년 반이 흘렀더라”며 첫 공연 후 “행복하고 기쁘게 하고 있다”는 걸 느껴서 좋다고 했다. 

이동하와 극 중 인물 간 나이 차는 스무 살에 가깝다. “제가 겪은 혼란과는 다르지만 10대 때 느낀 혼란스러움이 표현되더라. 옛날 기억을 끄집어내서 대입시켰다고 보면 된다. 베넷이 성적 정체성을 깨닫는 장면에서 간접적으로 느낀 걸 최대한 표현하려 했다”고 캐릭터 접근 방법을 설명했다. 



박은석(가이 베넷 역)은 캐릭터를 구축할 때 보통 대본을 보고 실제와 유사한 점과 다른 점을 살펴본 후 닮은 점은 증폭시키고, 다른 점은 줄이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 후 인물과 어울리는 수식어 혹은 색깔을 찾으려 한다고 했다. ?“가이 베넷은 자유로운 인물 같다고 봤어요. 캐릭터마다 특유의 색깔을 찾으려고 한다”

역할을 맡으면 ?“그 인물의 상태가 궁금하다. 그 인물의 상태와 감정에 다가가는 건 단순히 연습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습이 끝나고도, 공연이 끝나고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잠이 안 올 때도 있다. 대사 혹은 인물의 설정은 정해져 있지만 대본에서 보이지 않는 걸 찾아내는 게 힘든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연기 방법을 들려줬다. 



<프라이드>, <수탉들의 싸움> 등 지난 출연작이 떠오른다는 질문에 “작품에서 중점적으로 얘기하는 건 동성애 코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나더 컨트리> 세계를 “거대한 체제와 사상의 미니어처 버전”이라고 짚었다. “1930년대 영국 사회를 볼 수 있는 작은 모델인 것”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특히 같은 갈등을 겪어도 한 인물(토미 저드)은 굳건하게 한쪽으로 반항하고, 다른 인물(가이 베넷)은 자유롭게 본능에 따라 반응한다며, “한 사회에서 두 인물이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지만, 친한 관계인 것”도 좋았다고 했다. 



이충주(토미 저드 역)는 “뮤지컬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다. 좋은 작품이라면 가리지 않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연극에도 출연하는 이유를 말했다. “연극은 노래 없이 연기만으로 부딪혀야 하기 때문에 저에게 굉장한 시험대이고, 항상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고 했다. 

“저학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따돌림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토미 저드를 연기하면서 “냉정하고 시니컬하고 차갑고 권위적으로만 비춰지면 안 된다는 것”이 숙제였다고 했다. 10대 고등학생이 느낄 수 있는 감정변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배우들은 5회 매진 공약으로 각기 맡은 역할로 출연 일정이 없는 날 다른 캐릭터로 출연하겠다고 내걸어 기대를 모았다. 연준석은 “하코트를 해보겠다”고 했고, 박은석은 “워튼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연기 변신을 시도해보겠다”고 했다. 이동하는 “주변 인물인 크리켓 선수로 등장하겠다”고 했다. 



이충주는 “<킹아더>에서도 춤을 잘 추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공연 중 춤추는 장면에서 골반 댄스를 신나게 추겠다”고 공약했다. 문유강은 “극 중 등장하지 않는 역할인데, (하코트와 데이트 장면에서) 레스토랑 웨이트로 대사를 만들어서 출연하겠다”고 했다. 옆에서 듣던 김태한 연출은 말없이 박수를 치기도. 



한편, <어나더컨트리>는 8월 1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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