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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산다는 것은…<킬 미 나우> “지금 이 시대에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2019-05-22 2,579
매 시즌마다 화제를 모았던 <킬 미 나우>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브레드 프레이저가 쓰고 지이선 작가가 각색해 2016년 국내 초연, 2017년 재공연했다. 



<킬 미 나우>는 선천적 지체장애를 지닌 17세 소년 조이와 작가로서 인생을 포기하고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제이크의 인생을 들여다 본다. 성장 과정에서 당연하게 겪는 변화조차 고비가 되고, 한계에 다다랐을 때 내리는 선택을 통해 인간다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이날 자리하지 못한 서정연을 제외한 전 출연진의 주요 장면 시연과 함께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간담회에서 오경택 연출은 “기본적인 (공연) 틀은 그대로지만 시대 정신 혹은 인식은 바뀌지 않았나 한다. 지금 이 시대에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지 않나 한다”라며 2019년 공연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예전보다 장애, 여성, 성정체성 등 소수의 이야기가 더 많이 공론화되고 있는 것 같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갈등인데 이런 시대 흐름을 맞아 지난 공연보다 작품이 더 전달되지 않을까 한다”고 지난 공연 이후 달라진 사회적 인식이 공연을 보는 시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 프리뷰 기간 동안 살펴본 관객 리뷰가 그랬다고 했다. 공연 자체에 대한 리뷰뿐 아니라 장애, 죽음, 안락사 등 사회적 이슈로까지 담론이 확장된 모습이 고무적이었다고 했다. 



외부적인 변화가 사회적 인식이라면 내부적인 변화는 배우들이다. 지난 두 차례 공연은 출연 배우가 거의 같았지만 이번 공연에선 이석준과 윤나무가 유이한 초연 배우다.

아빠 제이크 역을 맡은 이석준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 장애인과 장애인의 성, 불륜까지 (다루고 있어)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관객들이) 생각보다 마음을 열고 빠르게 받아 들여주셨다.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서 시선이 변해가는 것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처음 준비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할 때마다 힘들고 괴로워 보인다고들 하셨는데 이 공연은 매 회 하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행복했다”고 했다. 특히 관객들의 박수에 힘을 얻어서 힘들다고 느껴보진 않았다고 했다. 배우들끼리도 도왔다.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서로 더 북돋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좋은 작품은 원형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는 지론을 펼쳤다. 시대 변화에 따라 작품을 바꾸지 않더라도, 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면 공연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 이유다. “공연은 저보다 보시는 분들이 더 체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특별히 무언가를 더 하려하지 않았다. 왜냐면 진짜 좋은 작품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형하지 않고 똑같이 하더라도 사람들의 생각에 의해 받아들이는 입장도 다양해진다고 생각한다” 



윤나무(조이 역)는 “지금까지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이야기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새로운 배우 분들을 만나기 때문에 훨씬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지난) 3년 간 스스로 업그레이드된 부분을 연기에 투영시키려 동료 배우들, 스태프 분들과 열심히 노력했다”고 했다. 



처음 조이를 연기하게 된 서영주는 “조이의 감정을 많이 생각했다”며 조이의 성장 과정과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신체적인 부분부터 휠체어 움직임 등은 윤나무의 도움을 받았다. “(윤)나무 형에게 많이 배웠고 제가 생각한 것도 (연기할 때) 반영하면서 만들어 갔다”고 했다.

화제 속에 마무리한 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를 마치고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장현성은 “오랜만인줄 몰랐는데 세어보니 오래 됐더라”며 무대 복귀 소감을 말했다. 그간 계속 연극을 살펴보고 있었지만 시간 문제 등으로 하지 못했다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약간 무리는 됐지만 참여하게 됐고, 하길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초연을 보면서 “언젠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감사하게 하게 됐다. (같은 배역인) 이석준 씨가 잘 도와주고 챙겨줬다. 공연하면서 느끼는 에너지가 삶에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이크의 연인 로빈 역을 맡은 양소민은 “로빈은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제이크의 가족을 만나면서 이들이 사랑하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용기를 배운다고 느꼈다. 그것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제이크의 동생이자 조이의 고모인 트와일라 역은 임강희와 문진아가 연기한다. 임강희는 “(관객으로) 볼 땐 모든 순간이 아프고 안쓰러웠다. 그런데 트와일라를 연기하다 보니 아픈 것보다 행복한 게 더 많았다”며 바라볼 때와 연기할 때 달랐던 점에 대해 말했다. “아픈 상황이지만 서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극 중에선 행복한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문진아는 “삶에 관해 많이 생각했다”며 “트와일라는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희생하고 지원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이해가 안 갔지만 하다 보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고 행복했다. 오빠의 마지막 선택에 많이 고민했고 존중하려 했다”며 트와일라의 입장에 공감했다.



조이의 유일한 친구 라우디를 연기하는 이시훈은 “나이차”를 가장 큰 고충으로 꼽았다. “극 중 라우디는 19~20살인데 올해 36살이다. 이 자리를 빌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주었다. “라우디는 발랄하고 톡톡 튀는데 호흡이 늘어지기도 해서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했다”고 했다. 

또다른 어려운 점은 장애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라우디는 일종의 틱장애가 있는데 어떤 장애이든 제대로 알지 못하고 표현하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제대로 안다고 생각하고 너무 자세히 표현하는 것도 실제로 같은 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에게 폐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장애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했다.” 



같은 역을 맡은 김범수는 “라우디는 상처가 많지만 힘든 상황에서 웃음으로 이겨내려 한다. 초반부터 어떻게 접근할지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그가 찾은 단서는 “나는 늘 괜찮지 않았고, 늘 혼자였고, 나는 늘 나를 돌봐야 했다”는 대사에서였다. “혼자 이겨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힘들고 지쳐서 우울해 하기보다 매 순간 행복하려고 했다고 전사를 구축하니까 도움이 됐다”고 캐릭터 분석 과정에 대해 말했다. 

이어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감사하고 좋으면서도 폐가 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며, “선배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시고 조연해 주셔서 내려놓고 즐기려 하고 있다”고 했다. 



장현성은 “장애 혹은 안락사가 (작품에서) 도드라져 보일 수도 있지만 사회에서 조금씩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비장애인들도 애써 모른 척 살아가지만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부분을 조금 더 공론화하고 얘기를 나눠보고자 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의 취지를 짚었다. “이런 부류의 작품이 많이 보일수록 더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킬 미 나우> 세 번째 시즌 공연은 7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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