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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무관학교>, 이름을 남기지 않으려 했던 청년들을 기억하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8-09-21 7,387
육군본부가 국군의 날 7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선보인 신작 <신흥무관학교>가 지난 9일부터 공연 중이다. 육군본부는 DMZ에서 2000년 발생한 실화를 모티프로 한 <마인(Mine)>(2008년작),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한 <생명의 항해>(2000년작),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를 소재로 다룬 <프라미스(The Promise)>(2012년작) 등 그간 세 편의 군뮤지컬을 선보였다.  

<신흥무관학교>는 소재 공모를 통해 받은 3백여 편 중 최종 선정한 것으로, 육군이 제작한 뮤지컬에서 처음으로 다루는 일제강점기 시대 배경이다. ‘신흥무관학교’가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했다. 역사 전문가들에게 수차례 자문을 통한 고증을 거쳐 이번 작품이 탄생했다. 

<신흥무관학교>는 1907년부터 1920년까지 역사 흐름과 궤를 같이 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동규, 팔도, 나팔, 혜란 등 청춘을 중심으로 일본 육사 출신으로 부대를 탈출해 광복군 사령관이 된 지청천, 경술국치 후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독립군 양성에 기여한 이상룡, 이회영, 이은숙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지난 19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진행한 프레스콜에선 ‘죽어도 죽지 않는다’, ‘이것이 신흥무관학교다!’, ‘빼앗긴 봄’, ‘가난한 유서’, ‘불꽃놀이’ 등 주요 넘버를 선보인 뒤, 연출가 김동연, 작곡가·음악감독 박정아, 안무가 채현원, 배우 지창욱, 강하늘, 김성규, 이태은, 신혜지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김동연 연출은 “세월이 지나 잊혀진 이름들, 알지 못하는 이름에 대한 의미를 무대에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연출로서 과제였다.”고 말했다. “막이 오르기 전 스크린에 적혀있는 독립유공자들의 이름이 지워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워진 이름을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청춘들까지 기억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의 의무가 아닐까 했다.”

무대는 가장자리를 채운 스크린과 가운데 큰 두 벽을 중심으로 회전무대를 통해 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김동연 연출은 “빨간색 벽 쪽은 일제 강점기에 강압적으로 빼앗긴 나라를 상징하고, 뒷면의 검정색과 회색이 섞인 벽은 지워진 흔적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라고 (극 중에서) 계속 노래한다. 죽지 않았지만 지워져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미지를 그린 거다. 동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대의 양면성 가운데서 고민하는 청춘들과 그 반대편에 서있는 청춘들을 회전 무대와 회전 패널을 통해 계속 보여주려 했다.” 



음악은 박정아 작곡가가 썼다. “처음에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와 ‘가난한 유서’를 메인 곡이라 생각했다. 동규, 팔도, 혜란, 나팔, 지청천 등 각 인물의 캐릭터 노래를 작업할 때 고민이 많았다. 특히 동규와 팔도는 청춘들이 살아가면서 자신들이 겪게 되는 마음을 모두 노래로 표현하는데 이런 곡에 대해서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넘버를 소개했다. 



<신흥무관학교>에는 각잡힌 군무와 검술, 가라데, 애크러배틱 등 다른 작품에 비해 무술 비중이 높다. 채현원 안무가는 “국방부가 준비하고 군인이 출연하니까 당연히 (액션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며 “지창욱, 강하늘, 성규 배우가 몸을 잘 쓰기 때문에 우려 없이 어려운 안무도 모두 들어갔다. 퀄리티 높은 퍼포먼스와 군무가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서정주 무술감독님과도 합이 좋아서 재밌게 했다.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작업 과정에 대해 들려주었다. 

군뮤지컬에는 강타, 양동근, 이준기, 주지훈, 김다현, 지현우, 김무열, 이특 등 매 공연마다 군복무 중인 톱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에는 특히 지창욱, 강하늘, 김성규(인피니트) 등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지창욱은 동규 역할을 소화한다.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인물로, 고뇌와 갈등을 표현한다. 지창욱은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어려운 캐릭터다. 동규의 감정선에 대해서 중심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내적 갈등이 많은 인물인데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해서 극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고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말했다. 

독립운동에 반하는 행동을 했던 동규가 주인공일 수 있냐는 지적에 지창욱은 “뮤지컬의 메인 주인공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면 조금 이상한 극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저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연출님, 작가님과도 그 부분에 대해 얘기도 하고, 같이 바꿔갔다. 연출님께서도 많은 부분을 손 봐주셨는데도 아쉬움이 보였다면 더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그간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동연 연출은 “분명히 동규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인물이 있었을 거다. (모두가) 무조건 독립운동을 할 거라는 생각이진 않았을 것 같다. 동규도 그 고민을 하고 있던 사람이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신흥무관학교>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지만 마냥 어둡지 않다. 강하늘이 연기하는 팔도 캐릭터 덕분이다. “극에서 전체적인 재미를 채울 수 있는 역할이 팔도이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해 역할을 이해하고 제 몫을 다한 영민함이 돋보였다. 



김성규는 지청천 장군으로 분한다.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생애를 찾아봤다. 일본 육사를 나와서 대한 독립을 위해 앞장섰는데, 뭉클하다. 제가 어떻게 그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지금도 뭉클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장 여자로 등장하는 나팔 역을 맡은 이태은은 연기를 위해 『조선의 딸, 총을 들다』를 많이 참고했다고 밝히며, “실제로 많은 여성이 독립운동을 했는데, 기록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하더라. 영화도 많이 참고하고, (방영 중인) <미스터 선샤인> 같은 드라마도 챙겨보면서 같은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혜란은 마적단에 부모를 잃었지만, 또 그들의 손에 길러진 인물이다. 신혜지는 “한 인물이 어떻게 독립운동에 가담하게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힘들고 어려운 삶이지만 다 같이 한 곳을 향해 나아가는 걸 보면서 신흥무관학교에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서 독립운동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 대의보다는 자신의 삶이 연관되어, 독립운동을 하게 된 한 여자로 연기하고 있다.”고 연기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신흥무관학교>에는 여성 독립운동가들도 등장한다. 김동연 연출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룬 것에 대해 “‘대한독립여자선언서’는 실제로 있었다. 이회영 선생의 부인인 이은숙 여사께서도 학교를 지키기 위해 부상까지 당하면서 홀로 학교를 지켰다. 여자들이 신흥무관학교에서 같이 훈련을 받았는지에 대한 사료는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작품을 준비할 때 고충을 털어놓았다. 

“독립운동을 위해 힘겹게 싸운 사람들은 남녀 구분도, 노비나 귀족의 구분도 없었을 것이다. 특별한 사람이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마음이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독립운동을 한 것이 신흥무관학교의 정신이었던 것 같다.”고 여성뿐 아니라 노비까지 함께 독립운동을 하는 모습을 담아낸 이유를 설명했다. “지도층이던 이회영 선생도 돈을 내서 신흥무관학교를 만들고, (원하는 사람들을) 다 받아서 젊은 사람들이 독립을 꿈꿀 수 있게 했다. 이 시대에도 필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했다.” 



박정아 작가는 “관객 분들이 공연을 보고 여성 캐릭터에 대해 많이 얘기해주셔서 작가님과 정말 기뻐 했다.”고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대본 작업할 때 실존 인물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했고, 드라마적인 부분도 동기 부여를 했다. 특히 여성 캐릭터에 대해 많이 강조하셨다.”고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이희준 작가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그런 부분을 알아주시는 것 같았다. ‘독립선언서’도 한 글자도 훼손하지 않고 정확히 음악으로 옮기려고 했다.”



<신흥무관학교>는 향후 성남과 안동 등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배우들은 원 캐스트로 주 4일은 하루 2회 공연을 소화할 만큼 강행군을 하고 있다. 김동연 연출은 “(서울 공연이) 2주밖에 하지 못한 대신 회차가 많아서 힘든 건 사실이다. 공연을 많이 했던 주연들도 있지만, 군 배우는 데뷔인 분들도 있다. 초반에 워낙 열심히 하려고 해서 장기 공연을 위한 에너지 분산이 쉽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는 공연을 위한 에너지 조절이 되어 가고 있고, 서울 공연 이후 타 지역 공연은 주말에만 4회 공연하기 때문에 보다 여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 캐스트로 인한 컨디션 저하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선 “원 캐스트라 더 좋다. 원 캐스트인 것이 문제가 아니다. 원칙상 좋은 캐스팅이고, 커버가 뒤에서 받쳐줄 수 있다면 브로드웨이처럼 하는 것이 좋다.”고 의문을 일축했다. 공연 퀄리티를 유지하는데는 훨씬 좋다는 것. 

지창욱은 “힘들지만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군 배우들 모두 아침에 사이좋게 링거도 맞았기 때문에 문제 없다. 서울 마지막 공연까지 좋은 컨디션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듣고 있던 채현원 안무가는 “메인 남자 배우(지창욱, 강하늘, 김성규)가 군 사병 배우들보다 훨씬 형이다. 모두 한 대기실을 같이 쓴다.”며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랐던 기억을 털어놓았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며 팀워크가 더 강한 <신흥무관학교>를 만들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했다. 





한편, 3·1운동 1백주년을 맞는 2019년을 앞두고 선보인 <신흥무관학교>는 22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한다. 이후 성남, 안동, 목포 등 타 지역에서 공연을 이어가며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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