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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열정적인 감정 표현이 한국과 달라”

글 | 안시은 기자 2018-01-16 3,577
<안나 카레니나>가 지난 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을 개막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표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가 세 번째로 제작한 뮤지컬이다. 

러시아 뮤지컬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몬테크리스토>, <게임>가 내한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 적은 있지만, 라이선스로는 <안나 카레니나> 국내 초연이 처음이다. 동시에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이다. 원작과 동일한 레플리카 공연으로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내한해 작품을 이끌었다. 



처음인 만큼 알리나 체비크 연출도 공연을 언론에 선보이기 앞서 긴장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러시아가 배경인 장면과 대사가 한국 관객들에게 낯설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나라마다 고유의 뮤지컬 스타일이 있듯 러시아도 그렇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첫 뮤지컬 



러시아 뮤지컬의 특징은 뭘까? 체비크 연출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좋아하는 것이라 소개했다. “러시아 관객들은 극장에 오면 우는 걸 좋아합니다. 저희도 그 감정을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고요. 무대에서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 삶처럼 연기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러시아 특유의 적극적인 감정 표현은 한국인에게는 낯선 정서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정선아(안나 역)는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감정을 표현하는 한국인과 달리 러시아인들은 적극적이고 불 같더라며 연습 과정을 떠올렸다. 체비크 연출이 으르렁 대는 듯한 소리와 이를 꽉 무는 동작으로 배우들에게 열정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말만 들어도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뜨겁게 사랑하는지 알 것 같아요. 연출님이 (보여준) 뜨거운 사랑의 느낌을 배우들도 많이 담아서 보여드리고 있어요”

이지훈(브론스키 역)은 한국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배려하고 겸손한 정서가 있는데 러시아는 자신감 충만하고 저돌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사도 허리를 숙이지 않고 고개만 까딱거리는 정도가 러시아에서 평상시 인사라는 말로,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런 탓에 몸에 밴 관습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서범석(카레닌 역)은 다른 의미에서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극장) 무대에서는 관객들에게 감정을 잘 보여주기 위해 동작을 크게 하고, 감정도 강하게 표현하는데, 카레닌은 정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실제로는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서,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그 뜨거움을 전달해야만 하는 간극을 줄이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사랑, 행복, 죽음, 감정 그리고 용서



<안나 카레니나>는 주인공 안나가 남편(카레닌)과 아이(세료자)를 버리고 애인(브론스키)을 택하는 이야기다. 결국 두 남자 모두 불행해지고, 안나 또한 열차에 스스로 치어 생을 마감한다. 내용 자체는 도덕적이지 않은 셈이다. 

체비크 연출은 작품이 그런 안나를 비난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 답은 관객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면서, 톨스토이가 인용한 성경 구절을 소개했다.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진노하심에 맡기라’는 구절인데, 복수는 하늘의 뜻에 달렸다는 말입니다. 사회가 안나를 자살로 밀어붙이는데, 톨스토이는 과연 사람이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안나는 행복만을 좇은 건데, 이를 위해 치를 수 있는 댓가는 어디까지인지 묻죠” 



안나 역은 옥주현과 정선아가 연기한다. 지난 12일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타이틀 롤에 걸맞는 존재감을 보여준 정선아는 안나를 연기하면서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주목했다.

“저는 마지막에 열차로 뛰어드는 부분에 상당히 집중해요. 사랑하고 행복을 찾고, 죽음으로 치닫는 여정을 거치면서 안나가 어떤 마음으로 그 열차에 몸을 던지는지 관객 분들에게 물음표를 던져드리고 싶어요”

정략결혼으로 완벽하게 보이는 삶을 살다가 사랑에 눈을 뜬 뒤 행복을 찾으려다 비극적 결말을 맺는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아픔과 고통을 느끼고 또 다른 행복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체비크 연출은 감정과 정서를 사랑에 있어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러시아에선 겨울을 정말 사랑합니다. 겨울엔 눈보라가 일어나죠. 눈보라는 사람이 제어할 수 없는 현상인데, 인간의 감정도 그래요.”

이어 “감정없이 살면 지루하고 심심할 것 같지 않나?”라는 말로 안나의 심경을 표현했다. 사랑없이 결혼해 나이 많은 남편과 감정 없이 살던 안나에게 브론스키를 만나고 처음 느껴본 감정 하나 하나는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눈보라처럼 멈출 수 없게된 감정들이 인생을 뒤흔들 만한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체비크 연출은 말했다. 



뮤지컬에는 원작처럼 상징이 담겼다. 그것이 죽음을 운반하는 철도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기차역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사람이 열차에 치어 숨집니다. 불길한 징조죠. 이후 안나는 악몽에 시달립니다. 철이 많이 든 보따리를 갖고 나타난 남자가 나타나면 들리는 쇳소리 때문이죠. 그 남자가 MC입니다. 기관사인 동시에 안나 운명의 기관사이기도 하죠”

기차역은 여러 의미 있는 공간이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마음을 확인하는 장소이고 안나가 자살하는 장소다. 체비크 연출은 인생을 철도에 빗댔다고 했다. 기차가 철도로 가는 것처럼, 인생과 운명도 그렇게 같이 간다는 의미다. 



체비크 연출은 <안나 카레니나>를 『로미오와 줄리엣』를 비슷하게 느낀 작품으로 꼽았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살아남았다면 행복을 찾았을지 궁금합니다. 둘의 삶은 끝으로 가는 시작이라 할 수 있어요”

작품에는 또다른 커플이 등장한다. 레빈과 키티다. 이들은 행복을 얻는다. 체비크 연출은 톨스토이가 이들을 좋아했다며, 실제 자신과 아내(소피야)를 캐릭터에 투영해 썼다고 소개했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중요한 주제는 ‘용서’다. 카레닌 연출은 안나를 비난하는 대신 용서하도록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안나 때문에 키티는 브론스키와의 약혼도 깨집니다. 그런 키티가 안나를 용서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어 카레닌을 중요한 인물로 꼽았다. 안나와 브론스키를 용서하게 되면서 아량이 얼마나 넓은 사람인지 보여준다는 것. “살면서 가까이 있는 사랑을 깨닫지 못할 때도 많잖아요. 카레닌은 안나를 잃고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것 같아요. 카레닌은 안나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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