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가 지난 17일부터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에드거 앨런 포>는 에릭 울프슨이 쓴 음악을 바탕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을 다뤘다. 2003년 런던에서 쇼케이스로 선보였고, 2009년에는 에드거 앨런 포 탄생 2백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독일어버전으로 초연했다. 한국 공연은 이를 바탕으로 ‘까마귀’, ‘다른 꿈’, ‘첫 대면’ 등 창작곡을 추가하고, 새로운 무대로 2016년 초연했다.
이번 공연은 1년여 만에 다시 선보이는 것으로, 김수용, 정동하, 윤형렬, 이창섭, 최수형, 정상윤, 백형훈 등이 출연 중이다. 지난 21일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노우성 연출은 “포의 삶과 시에 대해 몽타주처럼 만든 작품”이라 소개했다. “불친절했던 서사를 보충하고 앙상블과 주역 간 경계를 더 분명히해서 줄거리를 따라가는데 불편하지 않게 했다”고 수정 목표를 밝혔다.
한 인물의 삶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각 장면을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보듯 집중해서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관람한 것들이 쌓이면 마지막 장면인 ‘영원’에서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것들이 통합적으로 전달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대본이 수정되어 새로운 넘버가 필요해서 곡을 썼다”며 “‘꿈속의 꿈’이 새로운 곡인데 ‘갈가마귀’ 버전2를 추구했다”고 방향을 설명했다. 지난 공연 당시 포의 성격이 덜 드러났다는 지적에 음악에도 변화를 줬다며, “고장나지 않으면 고치지 말라”는 것이 지론이라 그 외에는 바꾼 것이 없다고 했다.
박영석 쇼미디어그룹 대표는 “스타일리시하게 만들자”가 재공연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초연은 어둡고 그로테스크해서 포를 광기 어린 천재로 묘사하고, 그리스월드는 거기에 반하게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검은 고양이』, 『애너벨 리』 등 포의 많은 작품을 작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을 중요한 점으로 꼽았다.
에드거 앨런 포 역은 초연과 모두 다른 배우가 연기한다. 윤형렬은 유일하게 초연 배우지만 그리스월드를 연기했다. “초연 때 그리스월드 시선으로 포를 바라봤던 것이 (포를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연습 기간 동안 많이 고민한 결과물을 공연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거 앨런 포> 넘버는 음역대가 높다. 정동하는 기존 뮤지컬에 나오지 않던 음역대가 많다며, 대한민국에 이런 음역을 소화하는 뮤지컬 배우가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 감성을 표현해야 하는 곡도 많아서 누가 되지 않도록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2017년 연달아 세 작품 째 뮤지컬에 출연 중인 이창섭은 “뮤지컬을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며, “<에드거 앨런 포>는 노래가 좋고, 그가 살아온 인생을 함축시킨 이야기라 좋다”고 마음에 드는 점을 꼽았다.
포를 파멸로 이끄는 그리스월드 역에 대해 최수형은 “열등감을 많이 표출한다”며 “엘마이라와의 장면이 추가되면서 그리스월드에 대한 색깔이 더 분명해진 것 같아서 좋다”고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천재 작가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열등감을 느끼는 인물이라며, 초연보다 포에게 더 압박감을 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에녹은 “아직 연습이 부족한 상태라 저 역시 (작품이) 궁금하다”며 “그리스월드가 갖는 열등감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고 인간에게서 나오는 가장 순수한 감정에서 만들어낸 악의 형태라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표했다.
그리스월드 역할을 맡은 배우 중 막내인 백형훈은 “내면에서 (연기로) 위협감이 뿜어나오지 않으면 소용 없는 거라 생각한다”며 예상을 깨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 같아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고민해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안유진은 포의 엄마(엘리자베스 역)를 연기했던 초연과 달리 이번에는 그의 연인이었던 엘마이라 역을 맡았다. “다행히 포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바뀌어서 이상한 관계가 아니게 됐다”며 웃은 그는 “엄마를 연기했다는 걸 다 잊게끔 엘마이라 역을 잘 연기해서 훨씬 더 좋아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대역인 포를 연기하는 네 배우의 연령대가 일정하지 않다. 이창섭과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탓에 같이 공연하는 회차가 적다며, 그래서 오히려 이창섭과 공연할 때 매진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조심스럽게 전망해보기도 했다.
같은 역인 최우리는 포를 연기하는 네 배우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수용은 관록을 꼽았다. 막내 시절 김수용을 처음 만났다며, 편하게 의지하는 배우라 말했다. 연륜이 깊어 능숙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정동하는 섬세한 동시에 천사같은 배우이고, 동갑내기인 윤형렬은 친해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파트너라 설명했다. 이창섭은 연습벌레라며, 체력이 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연습에 참여하지 못했을 때도 스케줄을 마치면 혼자 연습해올 정도라고 칭찬했다.
한편, 초연과는 또 달라진 호흡으로 공연 중인 <에드거 앨런 포>는 2018년 2월 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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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다시 만난 <에드거 앨런 포> “불친절했던 서사를 보충했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7-11-23 3,974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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