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방영한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뮤지컬로 변신을 앞둔 가운데, 어제(10월 30일) SBS 김주우 아나운서의 사회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광화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비롯해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 박건형, 최재웅 등 지방 스케줄 관계로 참석하지 못한 강필석을 제외한 주역들이 참석했다.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모래시계’는 2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긴 드라마다. 제작진에게나 배우들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개막을 한달 여 남겨둔 지금, <모래시계>는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을까.
2017년에 만나는 <모래시계>
24부작 드라마를 2시간 30분으로 압축하는 것은 큰 숙제다. 조광화 연출은 “죽을 지경이었다”는 말로 그간 고충을 토로했다. 평소 제자들에게 미니시리즈는 (방식이 너무 달라) 뮤지컬로 만들지 말라고 할 정도로 고된 작업인데, 하게 됐다며 웃었다.
뮤지컬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거친 끝에 내린 결론은 원작의 톤을 살리면서 최대한 압축하는 방향이었다. 시대상이 보일 수 있도록 하면서 세 청년이 만나고 헤어지고 갈등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드라마에서는 세 인물(태수, 혜린, 우석)이 만날 때만 사건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인물 개인마다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뮤지컬에서 그대로 전개할 경우 내용이 너무 방대해졌기 때문이다.
주제는 시대가 잘못된 힘으로 청년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로 잡았다. 조광화 연출은 정치적인 것에서 경제적인 것으로 원인만 달라졌을뿐, 세상은 여전히 거칠고 청년을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단에서 청년들을 보면 안쓰럽다며, <모래시계>를 통해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의도도 밝혔다.
‘모래시계’는 유명 대사도 많이 배출했다. 극 중 최민수의 “이렇게 하면 내가 너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라는 대사를 8월 진행한 워크숍에서 넣어보았는데, 현장에 있던 배우 및 스태프 모두 웃음이 터져 결국 빼게 됐다는 사연도 조광화 연출은 들려줬다. 이어 노래엔 많이 넣지 못했지만, 송지나 작가의 감성이 담긴 좋은 대사들은 뮤지컬에서 보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조광화 연출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는 일들을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는 건 원작의 힘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모래시계’는 시대극이지만 남성 위주의 힘있는 이야기로만 표현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낸 것이 평가받는 부분 중 하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래시계’는 음악도 강렬했다. 주요 테마곡인 ‘백학’은 첫 소절만으로도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새롭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에 ‘백학’이 주축 멜로디로 쓰이진 않지만, 당시 향수와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드라마 음악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서정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오상준 작곡가가 뮤지컬에 맞게 현대적인 음악을 썼다. 그는 이를 “복고와 현대의 조화”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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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도전
태수 역을 맡은 김우형은 <모래시계>가 지금까지도 돌려볼 정도로 좋아하는데다, 배우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한 작품이라 운명과 같다고 말했다. 한지상은 “최민수 선배는 가수로도 팬이라 뮤지컬에서 직접 출연해도 잘할 거라 생각했다”는 말로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태수의 고등학생 때 순수했던 모습을 보면서 도전할 수 있겠다며 출연 결심 이유를 공개했다.
신성록은 전작인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태수를 연기했던 최민수와 각각 장인과 사위로 출연했다. 드라마 촬영 도중 뮤지컬 출연이 결정되어 ‘신기한 인연’이라 생각했다는 그는 최민수에게 출연 소식을 알렸을 때 걱정을 토로했다고. 최민수가 준 답은 “너로 (연기)해”였다. 이 말을 되새기며 연기하고 있다는 그는 공연을 보러 올 최민수가 가장 두려운 관객인 동시에 제일 기대고 있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조정은도 출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한 배우 중 하나다. ‘원작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훌륭한데, 무대화하는 부담을 꼭 내가 안고 가야할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것은 <베르테르>로 만난 조광화 연출 때문이었다고 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겠지만 어려움을 마주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출연으로 이끌었다고. 장은아는 “외모는 자신없지만, 씩씩함이나 당당함이 혜린 역과 맞지 않나 한다. 성격적인 장점을 활용해서 열심히 풀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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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환은 역사를 좋아해서, 강홍석은 부모님의 권유로 출연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돌 출신인 손동운은 “좋은 점만 배우면서 열심히 자라는 뮤지컬 꿈나무가 되겠다. ‘모래시계’ 세대가 아닌데 드라마를 보고 얘기하면서 배워가고 있다”는 포부를, ‘인피니트’ 탈퇴 후 뮤지컬로 첫 행보를 시작하는 이호원(호야)은 “늘 무대에서 긴 호흡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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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은 창작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두려움의 연속”이라고 했다. 대본과 음악이 완성된 라이선스와는 출발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모래시계> 역시 같은 과정을 가고 있다.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 결과물은 12월 5일부터 2018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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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2년만에 뮤지컬로 탄생할 <모래시계>, 드라마와 어떻게 달라질까?(제작발표회)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제공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2017-10-31 5,151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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